지금까지 이런 청문회는 없었다…대정부질문까지 이어진 조국검증

지금까지 이런 청문회는 없었다…대정부질문까지 이어진 조국검증

기사승인 2019-09-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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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거센 반대 속에서 지난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이 강행됐다. 자유한국‧바른미래당은 예고한 바와 같이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를 조 장관 의혹 해소를 위한 ‘제2청문회’로 끌고 갔다.

국회에서는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또다시 불거졌다. 앞선 인사청문회에서 부실한 자료 제출‧한 명뿐인 증인 출석‧위증 등의 논란 속에 국회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임명이 강행됐기 때문이다. 후보자와 가족들의 사생활 문제에 과도하게 치중돼 제대로 된 정책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무용론에 힘을 실었다.

원내에서도 인사청문회의 부족한 점을 인정,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인사임명권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장관 검증을 이어가려는 야당의 행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행정부 견제는 국회가 가져야 할 당연한 의무이자 기능이라는 이유에서다. 

◇ ‘제2의 조국 청문회’ 된 정치분야 대정부질문=26일 조 장관이 임명 후 처음 참석한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은 ‘조국 청문회 시즌2’로 흘러갔다. 조 장관이 신임 국무위원으로서 인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자 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자리에 ‘조국 사퇴’ 피켓을 부착하고 뒤로 돌아앉은 채 야유를 퍼부었다.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이어진 질의에서 조 장관에게 “법무부를 대표해서 나와주시기 바란다”며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 당시 재단 장학행사에 참석한 점을 집중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도 고위공직자 윤리덕목을 거론하며 청문회 위증 의혹에 주목했다. 이들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도 여타 정책검증보다 행정부의 조 장관 임명책임을 물으며 해임건의안을 요구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조 장관은 “소환 통지가 제게 온다면 (사퇴) 고민을 하겠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 총리도 “진실이 가려지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 野 “자료‧증인 없는 맹탕청문회” vs 與 “사생활 캐기에 치중”=이같이 대정부질문이 정책질의가 아닌 ‘제2의 조국 청문회’에 집중된 건 인사검증이 확실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명이 강행됐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장관 등 국무위원,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등은 인사청문의 대상이 되지만 국회의 동의 없이도 임명이 가능하다. 소관 상임위원회에서는 이들 공직후보자를 인사청문한 후 공직 적격 여부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제출하지만 대통령이 이 내용을 반드시 지켜야 할 법적 의무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여야는 ‘무용론’이 제기되는 원인을 각각 ‘야당의 사생활 캐기’와 ‘여당의 비협조’로 보고 청문제도 개선 입법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개인 신상과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정책은 공개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욱 의원은 병역·재산형성과정 등 공직 후보자의 윤리에 관련된 검증은 비공개로 이뤄지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석현 의원안에서는 공직 후보자와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로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당 등 야당은 자료제출을 의무화와 후보자 위증 처벌 등의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공직후보자가 청문회에서 허위진술을 할 경우 2~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내리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재경 의원은 국가기관이 공직후보자 관련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 “대통령 임명권 인정하지만…행정부 견제는 국회의무”=일부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인사 권한은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청문정국을 이어가려는 야당의 행보에 대해서 긍정평가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통제하자는 의미로 도입된 청문제도의 취지에 따라 국회의 적극적인 검증은 인사권자인 정부가 더 신중히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여론조사기관) 소장은 “국회의 첫 번째 기능은 입법이고, 두 번째 기능은 행정부 견제다. 견제하기 위해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이라며 “자격심사와 부적격 장관에 대한 불신임 자체도 다 국회 본연의 임무이자 역할인데 이걸 정치투쟁의 프레임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명의 문제가 아닌 상식의 문제”라면서 “일반 사람들은 법무부 장관의 입시부정 의혹이나 사모펀드 의혹을 상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야당의 제2청문회를) 진영의 문제로 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이런 청문회는 없었다…대정부질문까지 이어진 조국검증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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