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확진 때마다 철렁”…마장동 상인들, 뉴스 바라보며 한숨만

[르포] 아프리카 돼지열병, 14번째 확진…“돼지고기 소비 촉진 운동이라도”

기사승인 2019-10-11 0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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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서울 마장동 축산시장, 한 정육점 가게 안에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을 알리는 뉴스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게를 운영 중인 한 노부부는 초조한 눈길로 TV를 응시하며 돼지열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잠잠하다 또 확진 사례가 나왔다”면서 “이날 돼지고기가 하나도 안 나갔다”라며 고기 손질용 칼만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트럭과 오토바이만 요란하게 오갈 뿐, 이날 시장 곳곳은 썰렁했다.

국내 돼지열병 발병 26일째. 이날 경기도 연천에서 14번째 추가 확진이 나오면서 마장동 축산시장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돼지고기 도매가는 널뛰기를 하듯 폭락과 폭등을 이어가고, 돼지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은 계속 줄어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만 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몇몇 상인들은 “지난 구제역 때 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나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며칠 전에는 도매가 폭등을 걱정해야 했지만 지금은 폭락이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운영하는 축산유통종합정보에 따르면, 전체 돼지고기 1㎏당 평균 도매가격은 돼지열병 발병 전날인 지난 16일 4558원이었다가 지난 18일에는 6201원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이달 2일부터는 아예 3000원대로 폭락했다. 불과 몇 주 사이에 30%대의 가격 변동이 이어진 것이다.

축산시장 남문 근처에서 만난 상인 김필현(55‧가명)씨는 이같은 등폭락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도매가가 치솟았을 때 들여온 물량이 아직 재고로 있다”면서 “며칠 사이 (도매가격이) 다시 내려갔지만 절대로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현재 낮은 도매가로 들여온 고기를 우선적으로 소매로 내놓고 있지만, 확진 사례가 더 나타나 앞으로도 이런 양상이 반복될까 우려스럽다”라고 덧붙였다. 

도매가가 내려도 곧장 소매가 적용은 어렵다. 특히 규모가 작은 축산 매장들은 대형마트와 달리 신속한 유동적 대응이 더욱 힘들다. 가격이 오름세였던 물량이 아직 상당수 남아 가격 반영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도매가와 달리 소매가는 계속 오름세를 띠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8일 거래 기준 냉장 삼겹살 소매가격은 1㎏당 2만1329원으로 발병 이전인 전달과 비교해 5%가량 올랐다. 

상인들은 근본적으로 돼지고기 수요가 살아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30년간 마장동에서 장사를 이어왔다는 이익성(65‧가명) 씨는 “지난달 돼지고기를 2kg, 3kg 택배로 주문했던 사람들이 돼지열병 발병 이후 취소 통보를 하더라”라며 “정부에서 인체에 무해하다고 알려도, 아직도 ‘돼지고기 먹어도 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A대형마트는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돼지고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감소했다. 반면 수입 소고기는 28%, 닭고기는 25% 매출이 증가했다. B대형마트의 경우에도 지난달 16일부터 20일까지 대비, 23일부터 27일까지 삼겹살 매출이 3.3% 감소한 반면 닭고기는 4.5% 올랐다. 일각에서는 돼지 살처분 장면 등이 크게 알려지면서 일부 고객들이 혐오감을 느껴 대체육을 구매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상인들은 정부가 소비촉진 운동 등을 벌여 인식 개선에 나서줄 것을 호소한다. 남문 인근에서 도소매점을 운영하는 박근형(44‧가명)씨는 “최근 한 고객은 고기에 흔히 있는 얼룩 등을 사진으로 보내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며 반품을 요구하기도 했다”면서 “충분히 설명했으나, 팔아도 찜찜한 마음에 요구를 들어줬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소비 촉진 행사를 벌인다면 아무래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돼지열병 확진 때마다 철렁”…마장동 상인들, 뉴스 바라보며 한숨만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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