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망원경에 대한 몇가지 오해와 진실

기사승인 2009-07-10 10:15:00
- + 인쇄
천체 망원경에 대한 몇가지 오해와 진실

[쿠키 과학] 1. 천체망원경으로는 별을 본다?

우선 하나 정리해 두자. 흔히 말하는 별은 크게 항성 행성 위성 등으로 나뉜다. 항성은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고 행성은 항성 주위를 도는 별이다. 예전엔 행성을 혹성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안쓰는 말이다. 위성은 행성 주위를 돈다. 태양은 항성이고 지구는 행성이다. 물론 달은 위성이다. 흔히 망원경으로 별을 본다고 하면 이글이글 불타는 둥그런 모양의 천체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지구상에 있는 어떤 망원경으로도 항성은 둥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그냥 밝은 점으로 보일 뿐이다. 문제는 거리다.
별은 너무 멀리 있다. 가장 가까운 항성도 빛으로 4년을 달려야하는 위치다. 빛의 속도로 8분 거리에 있는 태양 역시 소형 망원경으로 보면 100원짜리 동전 크기에 불과하다. 항성이 점상(點像)으로 보이는데 그보다 작은 행성이나 위성이 보일리 만무하다. 그럼 천체망원경으론 뭘 볼까? 성운, 성단, 은하를 본다. 물론 이중성이나 변광성 등 항성 자체를 관측할 때도 있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

2. 배율이 높으면 좋은 망원경이다?

망원경 카달로그를 보면 최고 배율 1000배, 2000배 하는 선전문구를 볼 수 있다. 배율을 알기 위해서는 천체망원경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하다. 천체망원경은 크게 별빛을 모아주는 대물렌즈와 이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접안렌즈(‘아이피스’라고도 한다)로 구분된다. 배율은 대물렌즈 초점거리를 접안렌즈의 초점거리로 나눈 값이다. 이를테면 대물렌즈의 초점거리가 1000mm이고 접안렌즈의 초점거리가 20mm면 배율은 50배다. 중요한 점은, 대물렌즈는 망원경 경통에 고정돼 있지만 접안렌즈는 수시로 교체가 가능하다는 사실. 같은 망원경이라도 접안렌즈만 바꾸면 배율을 조절할 수 있다. 앞의 예로 돌아가서, 접안렌즈를
초점거리 5mm
아이피스로 바꾸면 배율은 200배로 높아진다. 반대로 초점거리가 40mm인 아이피스를 끼우면 배율은 25배로 낮아진다. 그렇다면 초점거리가 짧은 아이피스를 쓰면 원하는만큼 배율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아쉽지만 그렇지 않다. 망원경에는 한계배율이라는 게 있다. 망원경이 수용할 수 있는 일정 배율 이상을 올리면 상이 흐릿해지고 이그러진다. 한계배율은 대물렌즈의 크기(구경)에 비례한다. 종이컵과 양동이가 퍼나를 수 있는 물의 양이 다르듯이 구경 100mm 망원경과 1000mm 망원경이 보여주는 상의 질도 다르다. 아마추어 관측가들은 ‘구경이 깡패’라는 말을 자주한다. 다른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구경이 작으면 ‘별 볼 일’ 없다는 얘기다. 물론 관측 목적이나 장소, 관측 대상에 따라 망원경의 용도가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구경이 클수록 망원경은 비싸고, 성능은 좋아진다.

3. 별을 보려면 망원경이 꼭 필요하다?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다. 앞서 말했듯 밤하늘의 별을 망원경으로 봐도 맨눈으로 본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NASA의 우주탐사선이나 허블망원경이 보내온 컬러풀한 사진을 기대하지 말라. 실망하기 십상이다. 처음에는 그냥 맨눈으로 밤 하늘을 즐기자. 쏟아질듯한 은하수를 감상하고 보석같은 별자리를 익히는데는 두 눈이면 족하다.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유성이나 화구(火球)는 망원경으로 쫓을 수 없다. 좀 더 내공이 쌓이고 관심의 영역이 넓어지면 성도(별지도)와 쌍안경을 사자. 7∼8배율의 쌍안경은 10만원 안팎이면 구입할 수 있다. 쌍안경으로 별자리나 달 분화구를 스케치해보는 것도 밤하늘과 친숙해지는 좋은 방법이다. 꼭 천체망원경을 사야겠다면 전문점에서 구입하길 권한다. 단언컨대 대형마트에서 파는 천체망원경은 완구에 불과하다. 차라리 그 돈으로 천문학 입문서를 사서 읽는 게 낫다. 무엇보다 동호회 활동은 필수다. 특히 고수들의 관측에 대한 열정을 배워라. 장비 구입은 그 다음이다. 1년에 한 두번 보는 천만원짜리 최고급망원경보다 매일 집 앞에 들고 나갈 수 있는 10만원짜리 쌍안경이 더 좋은 장비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호 기자
aletheia@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