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가 뭐길래”…이더리움 가격 치솟을까[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2-09-14 06: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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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가 뭐길래”…이더리움 가격 치솟을까[알기쉬운 경제]
알트코인 대장 격인 이더리움의 가격이 한 번 더 급등할지 투자자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증명 방식을 전환하는 ‘더 머지(The Merge)’ 업그레이드가 임박했기 때문인데요.

업그레이드 소식에 이더리움 가격은 두 배로 뛰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19일 1800달러를 훌쩍 넘어섰죠. 이는 딱 두 달(6월 19일 기준 880.93달러)만의 기록입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과 비교해보면 무려 3배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머지가 무엇이길래 가격이 급등한 것일까요? 머지와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머지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알고리즘을 기존 작업증명(PoW) 방식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작업증명(PoW)은 컴퓨팅 파워를 이용한 연산 작업을 통해 블록 생성에 참여하고 이에 따른 보상으로 가상화폐를 받는 것을 말합니다. 즉 ‘채굴’을 통해 가상화폐를 얻는 것이죠. 비트코인이 PoW 방식의 대표주자입니다.

반면 지분증명(PoS)은 블록체인에 보유 가상화폐를 맡겨 검증과 생성에 참여한 대가로 코인을 받는 것을 뜻합니다.

작업증명(PoW)은 보안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소모가 크고 블록 생성 시간이 길어 트랜잭션 처리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채굴자가 많아질수록 채굴 난이도는 높아지기 때문에 트랜잭션 속도는 더욱 느려지고,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은 더욱 많아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는 막대한 전력 낭비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유럽연합(EU)은 전력 소모량이 큰 작업증명방식(PoW)의 암호화폐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미카(MiCA) 법안을 투표에 부치기도 했죠.

지분증명(PoS)으로 작업증명 방식을 바꾸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있습니다. 미카 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할 일도 없죠. 또한 작업증명(PoW) 방식을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거래 처리 속도가 소폭 빨라지게 됩니다.

업계에서는 오는 15일 이더리움 머지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업그레이드 이후에는 ‘채굴’ 행위를 통해 이더리움을 보상받을 수 없게 됩니다.

머지 이후 이더리움 공급량에 변화가 생깁니다.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가격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죠.

총발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된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사실상 발행량이 무제한이 가까워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머지로 인해 이더리움 물량이 감소하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작업증명(PoW) 기반 이더리움에선 13.3초마다 블록 1개가 생성됩니다. 그리고 블록 1개당 2.08ETH가 채굴자 보상용으로 새로 발행됐습니다. 이를 1년 치로 계산하면 1년에 총 490만ETH가 새로 발행됩니다.

지분증명(PoS) 기반 이더리움에선 새로 발행되는 양이 확 줄어듭니다. 블록 생성 방식이 달라지니 블록을 생성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보상의 양도 달라지죠. 연간 58만 4000ETH가 새로 발행됩니다. 기존 발행량의 11.8%밖에 안 되죠.

이더리움상 거래를 위해 수수료를 지급할 땐 ‘기본 수수료+노드에게 주는 팁’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기본 수수료를 소각한다는 건데요. 머지로 인해 이더리움의 신규 발행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기본 수수료가 소각된다면, 소각량이 발행량을 앞지르면서 유통량 자체도 줄어들게 되죠. 이때 가격은 올라갑니다.

전문가들은 머지 업그레이드가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이더리움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채권·원자재 등 기존 금융 상품과 비슷하면서도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이더리움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면서 매력적인 상품이 됐기 때문이죠. 머지에 이어 후속 업그레이드로 이더리움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면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시가총액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이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앤드류 모스(Andrew Moss)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는 이더리움 매수에 망설이던 기관투자자들이 시장 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이더리움 시장에 강력한 매수세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반면 머지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더리움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가브리엘 셀비 CF벤치마크 수석연구원은 무기한 선물 시장의 투자자들은 이더리움의 긍정적 펀더멘털 촉매 대부분이 이미 가격이 반영됐다고 보고 있죠. 따라서 머지 이후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9월 13일 오후 4시 기준 이더리움은 코인마켓캡에서 1710.51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상승세가 주춤한 상태죠. 시장에서는 현재의 저평가 구간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를 포함한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선호도가 호전돼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더리움의 머지 업그레이드 성공 여부만큼 이후 이더리움의 가격이 비트코인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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