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수사, 한쪽은 홍보…청소년 상대 ‘댈구족’ 활개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3-04-17 1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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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수사, 한쪽은 홍보…청소년 상대 ‘댈구족’ 활개 [쿠키청년기자단]
술과 담배 등을 대신 구매한 뒤 청소년을 상대로 수수료를 받고 판매하는 대리구매족이 온라인상에서 활개치고 있다.   사진=류효림 쿠키청년기자

술과 담배 등을 대신 구매한 뒤 청소년을 상대로 수수료를 받고 판매하는 ‘댈구족’이 1년 전 무더기 검거됐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불법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리구매 행위는 청소년 보호법 위반일뿐 아니라 성범죄 등 2차 범죄로 확대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댈구’란 대리구매의 약칭으로 청소년들에게 수고비를 받고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대리구매족은 SNS 계정을 개설한 후 청소년의 유입을 유도하는 방식을 쓴다. 이들은 관련 수사를 피하고자 익명으로 거래를 진행한다.

각종 SNS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술과 담배를 대신 구매해준다는 대리구매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청소년들이 몇 번의 검색만으로 범죄행위에 접근하게 된 셈이다. 지난 1월부터 3월 사이 SNS에서 활동하는 대리구매족과 이를 구하는 청소년을 인터뷰했다.

판매자 A(20대·여·대학생)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대리구매를 시작했다. 거래 횟수는 지금까지 총 총 200여 회에 달한다. B씨는 “대리구매가 불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대리구매가 아르바이트보다 쉬워서 이 일로 용돈벌이를 한다”고 말했다.

판매자 B(20대·대학생)씨는 직거래로 물건을 전달하기 어려운 거리라면 택배로 거래를 진행한다고 했다. 대리구매족의 주요 거래방식이 기존 직거래에서 택배 거래로 바뀌면서 거래 범위가 전국으로 광역화하고 있다.

대리구매는 청소년에게 술, 담배를 판매하는 것 자체로 청소년 보호법에 위반될 뿐 아니라 성범죄 등 2차 범죄로 확대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술과 담배의 대가로 성행위를 바라는 대리구매족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프로필에 ‘여성 구매자 위주로 거래를 진행한다’고 적어두고 거래 시 구매자의 나이, 성별, 주소 등 정보를 받아둔다. 구매자가 여성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성이라는 점을 앞세워 홍보하는 대리구매족까지 생겨났다. 판매자 C(20대·여·무직)씨는 지난해 6월부터 대리구매를 시작했다. C씨는 계정 소개 칸에 ‘여자니까 걱정하지 말고 메시지를 달라’고 적어두고 각종 해시태그를 이용해 여성 청소년들의 유입을 유도했다. 여성이라 명시한 이유를 물으니 C씨는 “대리구매가 성범죄로 확대될 수 있어 구매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함”이라 답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낮다는 점이 셀링 포인트가 된 것이다.

청소년 구매자들은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직접 술, 담배를 구매하기 어렵고 SNS는 접근이 쉬워 대리구매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중학교에 재학 중인 D(14·여)양은 “주변에 1학년은 5명, 2~3학년은 20명 정도 담배를 피운다”며 “SNS로 구하기 제일 쉬워서 친구들도 대리구매를 많이 이용한다”고 했다. 구매자 E(18)군은 “추천 피드를 내리다 보니 담배 대리구매가 떴다”며 대리구매를 알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경찰이 대리구매족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한쪽에선 청소년에게 범죄를 홍보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7월부터 연말까지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은 대리구매족의 거래방식을 인지하고 수사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해 5개 시·도에서 총 11명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 대리구매 피의자와 거래한 청소년은 108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은 “경제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청소년 대상 대리입금·구매 등 각종 지능형 범죄행위가 심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객으로 가장해 불법 현장 수사를 지원하는 미스터리 쇼핑 수사 인력을 충원하겠다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범죄행위를 인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2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대리구매 해주는 행위가 성행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성범죄나 사기 등 2차 범죄의 위험성이 있어 댈구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된 개정안은 현재 6개월간 국회 계류 중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청소년의 의뢰를 받아 술이나 담배 등의 청소년유해약물을 구입하여 청소년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류효림 쿠키청년기자 andoctob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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