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오드가 방사능 배출?…“과다 섭취 악영향”

기사승인 2023-08-31 06: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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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오드가 방사능 배출?…“과다 섭취 악영향”
사진=박선혜 기자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아도 몇 년이 흐른 후 방사능 오염수가 체내에 계속 들어오면 문제가 심해질 것 같아요. 요오드를 미리 챙겨야겠어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방사능 오염수 체내 축적을 막기 위한 해결책’이라는 제목의 글에 달린 댓글이다. 해당 글을 게재한 A씨는 “방사능 오염수에 직접적인 피해를 겪을 우려가 높은 대한민국은 체내에 축적될 수 있는 방사능을 해결할 방도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방사능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갑상선암 등 암이 발생하고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체내 방사능 축적을 막는 대안으로 ‘요오드 영양제 섭취’를 제시했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전문가들은 ‘잘못된 정보’라며 선을 그었다. 요오드를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오히려 갑상선기능항진증 등 갑상선 질환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요오드가 방사능 배출?…“과다 섭취 악영향”
요오드 영양제 섭취를 독려하는 게시글에 달린 댓글들.  한 온라인 커뮤니티 페이지 갈무리.   사진=신대현 기자


“요오드 섭취 이미 많은 편…갑상선질환 위험”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 후 요오드를 함유한 해조류나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면 방사능의 체내 흡수를 막고 배출에 도움을 준다는 게시물 등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요오드는 미역, 김, 다시마, 파래 등 해조류와 어패류, 천일염 등에 다량 함유돼 있는 성분으로 갑상선호르몬인 ‘티록신’의 원료가 되는 필수적인 영양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갑상선은 목 중앙 부근 아래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이다. 우리 몸의 체온 유지와 신체 대사의 균형을 유지·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해 모든 기관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돕는다.

하루 평균 요오드 섭취 권장량은 일반 성인 기준 150㎍(0.15㎎)으로 2400μg(2.4㎎)을 초과해 섭취해서는 안 된다. 요오드를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바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 목·복부 통증을 비롯해 발열, 오심, 구토 등이다. 장기간 지나친 섭취를 이어가면 갑상선 기능 장애가 생겨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오범조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요오드 섭취가 부족하거나 많다고 해서 무조건 갑상선 기능 저하나 항진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정상인의 경우 갑상선자극호르몬과 갑상선호르몬 자동 조절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갑상선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갑상선염 환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염증이 있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다 보면 큰 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높아진다. 오 교수는 “갑상선염 환자인 경우 호르몬 자동 조절 기능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요오드를 과하게 섭취하면 갑상선 질환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정상인의 경우에도 가급적 요오드 상한 섭취량을 초과해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역시 “찌개나 국 등을 요리할 때 천일염을 많이 쓰는데 천일염에 요오드가 많이 함유돼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요오드 섭취가 많은 편에 속한다”며 “의사들 사이에서는 일본 오염수 방출과 상관없이 요오드 섭취를 자제하는 게 좋다는 말이 이미 나오던 상황이다. 일부러 요오드 영양제 등을 먹어서 방사능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건 모순이다”라고 지적했다.

“정확한 정보 부족…과대광고 주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오염수 체내 축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A씨는 같은 성질을 가진 두 개의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한쪽을 밀어내거나 약화시키는 ‘길항작용’을 근거로 들었다. 즉, 섭취한 요오드는 전부 갑상샘으로 모이는데 영양제를 먹어두면 체내에 축적된 자연산 요오드가 방사성 요오드를 막아내면서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과학적으로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본 오염수 방류에 따른 대처법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김 교수는 “원전 폭발 등 방사능 요오드가 외부로 누출됐을 때 요오드 알약을 섭취하면 방사능 요오드가 갑상샘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있지만, 실제 일본 오염수에 방사능 요오드가 섞여 방출되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요오드를 과다 섭취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시민들이 요오드 영양제 등을 먹으면 방사능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등의 잘못된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시민들이 방사능 오염수에 두려움을 갖는 건 정확한 정보 습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막연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전문가가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부도 시중에 판매되는 요오드 함유 건강기능식품 등은 체내에 부족한 요오드 성분을 보충해 주는 제품이라며 과다 섭취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요오드 하루 최대 섭취량 2.4㎎을 초과해 섭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체내 방사능 배출 효능·효과를 내세우는 요오드 함유 건강기능식품 광고는 소비자 불안 심리를 이용한 허위·과대 광고이므로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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