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제발 조용히 좀 삽시다” 노량진수산시장 회센터 가보니

-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일주일 째 노량진 수산시장 회센터 풍경

기사승인 2023-09-01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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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제발 조용히 좀 삽시다”  노량진수산시장 회센터 가보니
31일 저녁시간, 노량진수산시장 1층 수산물 판매대 앞에서 손님들이 뜸하자 상인들이 모여 일본 후쿠시마에서 방류 중인 오염처리수와 수산물 판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상인들, ‘정치와 언론이 문제’
- 오염수 영향도 있지만 여름철은 장사 안 되는 시기

“오염수가 주원인이 아니다. 늘 여름철에는 회 소비가 적어서 이 곳 상인들도 돌아가면서 여러 날 휴업을 한다.”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이하 노량진수산시장)에서 30년 넘게 활어와 생선회를 판매해온 왕상철(60) 대표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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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전북어촌 왕상철(사진) 대표는 “정치인들이 과대포장해서 이야기해도 언론에서 국민들에게 정확하고 올바른 길을 안내해야 할텐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면서 “그러니 중간에서 더욱 힘든 것 상인들”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젊은 사람들이 돈들이 없는지 비교적 고가인 활어를 구입하러 횟수가 줄었다”면서 “정치인들이 왜 본질이 아닌 생선 문제를 가지고 말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정치인이나 언론에서 너무 오염수 인지 처리수 인지 잘 모르겠지만 조용히 해 주는게 국민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염수’로 부를 것이 아니고 ‘처리수’로 불러야 할 것인가로 여의도 정가가 시끄러운 가운데 일본이 지난 24일 오염처리수 방류를 시작한지 일주일이 된 31일 저녁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았다. 지난 2016년 현대화 시장으로 재개장한 노량진수산시장은 비릿한 생선내음은 여전하지만 깨끗하고 잘 정돈된 모습으로 고객을 맞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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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별로 없자 한 상인이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신선한 바다의 활기를 도심 한복판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 각 점포마다 활어를 비롯해 선어, 어패류와 함께 모양있게 썰어진 다양한 회가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수족관에서는 싱싱한 활어가 유영하고 어패류 역시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고 제철을 맞은 꽃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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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에 원산지 표시가 되어있다. 활어는 특히 일본산이 많아 보였다.

점포 곳곳을 돌아보니 생각보다 일본산, 중국산, 베트남, 러시아 등 원산지 표시에 국내산만큼이나 수입산도 많이 적혀 있다. 한 상인은 이곳 노량진수산시장에 유입되는 수산물의 비율이 국내산 60%,  수입산 비율이 40% 정도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오염처리수와 함께 상인들의 말대로 비시즌이어서인지 또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해서인지 상인들 숫자와 수산시장을 찾은 손님들 숫자가 엇비슷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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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모두 국내산입니다.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넉넉하게 잘 드릴게요”
가끔씩 지나는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는 상인의 설명이 절실해 보인다. 손님이 뜸한 시장 통로에 방수용 앞치마와 장화로 무장한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불황이 언제까지 갈지 근심 섞인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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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판매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인근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수입을 안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처음 원전사고 났을때도 한동안 고전했지만 날씨도 선선해지고 오염수 이야기가 사람들의 귀에서 멀어지면 곧 회복될 것"이라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1층 수산물 판매장 입구에서 만난 한 상인은 본인이 회 뜨는 모습을 넣어서 수산물 판매장 전경을 한 컷 찍고 싶다고 하자 “보나마자 제 심각한 표정과 시장에 한 사람도 없이 썰렁한 모습 촬영할 거죠”라면서 “또 그렇게 기사 나가면 사람들이 더 오지 않아요. 있는 그대로 찍어서 보도해주세요”라면서 일침을 가한다. 그는 또한 “자신은 일본이 언제까지 오염수를 방류할지 모르지만 10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심각한 오염수도 지금까지 별 문제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서 “우리가 일본에게 속고 당한 것은 많지만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하고 언론에서도 좀 더 신중하게 보도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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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수산센터 2층에 위치한 전문식당가에도 손님이 많지 않았다.

1,2층 회센터에서 회를 떠가지고 가거나 아니면 직접 주문해서 먹는 2층 전문 식당가도 손님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중국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며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에 나서자 일본 기시다 총리는 먹어서 응원하자며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광어와 문어회, 후쿠시마산 농산물 등을 시식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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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웃 나라에서는 가해자나 피해자나 모두 자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정치인들이 앞장서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시장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중론이다.

현재 일본에서 해양 방류하는 오염처리수에 대해 중국은 오염수로 미국과 유럽은 처리수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현재 정부의 공식입장은 오염처리수이지만 여당을 비롯해 정부의 분위기는 처리수로 가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원전 오염수가 방류된 후 실시한 해양 방사능 조사 결과 안전한 수준으로 확인되었다며 공식적으로 처리수로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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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우리가 언제부터 회를 그렇게 먹었나요. 양식업은 수산대국 일본이 앞서 있지요. 아마 품질이 우수한 일본산 생선을 안 먹을 것처럼 해도 얼마 안 있으면 또 먹을 수 밖에 없어요.”라며 “일본을 믿을 수 없어서 그렇게 반대하는 중국이나 야당 입장도 이해한다. 하지만 중국도 우리의 서해 쪽에 그렇게 많은 원전을 건설하고 거기서 방류되는 삼중수소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하잖아요. 우리도 좀 더 폭 넓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 때문인지 일본편만 들고 있는 것 같은 정부여당이 있는가 하면 국민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발언과 대안이 아닌 비판만 일삼고 있는 야당 사이에 시장은 더욱 침체되고 국민들은 방향을 잃고 있다. 생선회를 좋아하시는 부친의 생일상에 올릴 회를 사러온 한 시민은 “정치인들이 시민과 상인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말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다”면서 ”우리는 안전한 음식을 값싸게 먹으면 된다“고 꼬집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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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된 노량진수산시장 전경'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