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대 교수 사직에 공보의 차출까지…지역의료 ‘빨간불’

전남의대 교수들, 29일까지 사직서 취합
충남의대·충남대병원 교수 78% ‘사직 동의’
전남 공보의 45명 차출…보건지소 40% ‘순회진료’

기사승인 2024-03-26 18: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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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대 교수 사직에 공보의 차출까지…지역의료 ‘빨간불’
지역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공보의가 차출되며 지역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전공의가 떠난 지역 의료현장을 지켜온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서를 제출하고, 수도권에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차출되며 지역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역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잇따르고 있다. 전남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오는 29일까지 교수들의 사직서를 받아 취합한 뒤 다음달 초 의대학장실에 제출키로 뜻을 모았다. 조선대 의대 교수 비대위도 이날 오전까지 전체 교수 161명 중 15%가량인 20여명이 사직서를 냈다.

대구지역 의대 교수들도 단체 행동에 나섰다. 경북대를 비롯한 계명대, 영남대,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도 있다. 계명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27일까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충남대 의대와 충남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교수들이 모인 비대위는 지난 25일 총회부터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받고 있다. 비대위에 따르면 최근 ‘학생이 단체로 유급당하거나 전공의들이 실제 사법 조치를 당하면 개인 자유의사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 하겠는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교수 287명 중 223명(77.7%)이 사직에 동의했다. 충남의대·충남대병원 비대위도 오는 29일까지 사직서를 취합해 학교와 병원에 사직서를 낼 방침이다.

의대 교수들은 자발적 사직서 제출과 함께 수술과 진료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줄이고, 다음달 1일부터는 외래진료도 최소화해 중증·응급환자 치료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의대 교수들뿐만 아니라 각 지역 보건소, 보건지소에 근무하던 공보의가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수도권 등지로 파견되면서 지역의료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전남은 지역 내 보건지소 10곳 중 4곳이 공보의 차출 등의 이유로 의료공백이 발생해 ‘순회진료’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은 지난 11일 23명, 지난 25일 22명 등 두 차례에 걸쳐 공보의 45명을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차출했다. 공보의 차출로 현재 순회진료를 하는 보건지소는 35곳, 보건소 10곳이다.

지역의료 위기가 고조되자 하루빨리 사태 해결을 바라는 요구가 커진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 상황에서 진료 정상화보다 더 시급한 것은 없다”며 “전공의들은 조건 없이 복귀하고, 의대 교수는 집단 사직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의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강압 조치를 전면 중단하고 진료 정상화와 필수·지역의료를 살릴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대화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