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리스크에 환율 1400원 뚫리나…서민 경제 ‘먹구름’

중동전쟁 리스크에 불안 심리 확산
유가 100달러, 환율 1400원 전망도
3고(高) 장기화 전망…하반기 공공요금 인상도 예정
“추경 등 정부 대책 필요”

기사승인 2024-04-16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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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리스크에 환율 1400원 뚫리나…서민 경제 ‘먹구름’
쿠키뉴스 자료사진. 사진=임형택 기자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 경제 불확실성도 커졌다. 만약 전쟁이 확전하면 고금리·고물가·고유가, 3고(高)가 하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요금 인상까지 예견돼 서민 살림은 더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전쟁 리스크에 환율 상승 마감…유가도 “배럴 당 100달러 갈 수 있어”

1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1384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 거래일(12일) 대비 8.6원 올랐다. 장 초반 1386.30원까지 치솟았으나 오후 소폭 하락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8일 이후 1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웃돈 것은 외환위기 때(1998년 1분기)와 세계 금융위기 시기(2008년 4분기·2009년 1분기) 뿐이다.

우려와 달리 석유 가격에 큰 타격은 없었지만,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싱가포르 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0.23달러로 전날보다 0.2%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0.3% 떨어져 85.37달러에 거래됐다. 앤디 리포우 리포우 오일 연합회장은 지난 14일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에 “이란의 석유 생산이나 수출 시설이 타격을 입을 경우 브렌트유 가격은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 불안 심리가 커진 이유는 중동 전쟁이 확전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이란은 이스라엘 군사 목표물을 향해 300대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번 주말 심야 공습은 이란의 첫 전면적인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다.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동발 리스크에 환율 1400원 뚫리나…서민 경제 ‘먹구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시장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이란-이스라엘간 군사적 충돌에 따른 시장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당국, 24시간 모니터링 체계 가동…환율 1400원까지 가나

금융당국은 국내외 금융시장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오전 김주현 위원장 주재로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중동 지역 위험이 고조되고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역시 같은날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유 부총재는 “향후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 공급망 상황 변화에 따라 국내외 실물경제 불확실성도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으로 강달러는 더 견고해지는 모양새다. 국제 정세가 요동치면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린다. 달러는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미국 통화정책도 강달러를 견인하고 있다. 미국 고용지표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연준)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일본 엔저 약세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전쟁 양상에 따라 1400원대 진입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가치는 유독 유가에 취약하다. 블룸버그 뉴스에 따르면 4월 들어 원화 가치는 약 2% 하락해 주요 31개 통화중 원화 가치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1.69%)과 아스라엘 셰켈(-1.54%) 보다도 더욱 통화가치 하락폭이 크다”며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여부는 유가 흐름에 달려 있다”고 봤다. 박 연구원은 WTI 가격이 배럴 당 90달러 수준을 넘어서면 원달러 환율 역시 1400원대 진입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고물가가 지속될 전망인데다, 공공요금 상승까지 예견돼있어 서민경제 타격이 우려된다. 석유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 억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석유류 물가 개별 품목 뿐만 아니라 사실상 모든 소비자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공공요금도 예외가 아니다. 전기 요금은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동결 중이지만, 하반기부터는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전력 누적적자는 2021년부터 43조원에 다한다. 지하철 요금 인상도 예정돼 있다. 특히 오는 7월 서울 기후동행카드 정식 시행을 계기로 지하철 요금 인상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22년 기준 서울교통공사 누적 적자는 17조6808억원에 달한다. 

“연준 연내 3번 기준금리 인하 전망, 수정해야”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환율이나 유가가 계속 상승할 경우 무역 흑자 폭이 감소 혹은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며 “연준이 올해 3번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한번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는 정도로 수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연준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훨씬 미뤄지면 시중 유동성을 축소시키고, 서민 실질구매력을 떨어트려 안그래도 부진한 소비가 더 위축될 위험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았는데 또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쏠림현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중동 정세가 당장 전쟁으로 가지 않더라도 한국 경제는 수출입에 의존적인 만큼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까지 겹쳐서 올해 하반기 한국 경제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높으면 기업 투자 심리가 위축된다.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이어진다. 정부가 추경을 하던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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