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것도 서러운데”… 막말에 피멍드는 환자·정신장애인들

정치권·연예인·의료인도 가세… 서회적 약자 처한 현실 '열악' 반증

기사승인 2019-05-18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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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강검진기관. 대장내시경을 실시 중이던 의료진들은 환자를 향해 “계약직 아니냐”고 ‘뒷담화’를 나눈 것이 환자의 스마트폰이 녹음돼 물의를 빚었다. 한 만성질환 권위자는 당뇨병 환자들과 환자 가족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연예인 출신의 한 인터넷 방송 BJ는 생방송에서 “암 걸리면 죽어야죠”라는 말을 해 논란이 됐다. 또 웹툰 작가겸 방송인은 자신의 웹툰에 청각장애인 비하 표현을 썼다가 공식 사과했다. 압권은 정치권이다. ‘정신병자’, ‘한센병’… 등. 오죽하면 ‘막말의 정치학’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을까.  

“아픈 것도 서러운데”… 막말에 피멍드는 환자·정신장애인들

정치인·연예인 등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의 ‘입’이 연일 논란이다. 

특히 이들이 사회적 약자층, 즉 환자나 정신장애인에 대한 비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련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한센병과 결부지어 말했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는 하루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작금의 논란에 대해 “사회 약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한계 수위를 넘었다”고 평가했다. 이 실장은 ‘한센병 발언’과 관련해 “한센인들은 일제 강점기와 독재 시절 소록도에 끌려가 강제노동과 불임시술을 당한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며 “정치 공방 과정에서 나온 비유라지만, 한센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이들의 가장 아픈 증상을 빗댄 발언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장애인복지법 등 각종 제도는 충분하지만, 특히 사회 지도층 입에서 계속 이런 막말이 나오는 이유는 환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해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더 광범위하다. tvN의 예능프로그램 ‘대탈출2’가 대표적이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해당 예능에 대해 이용석 실장은 “정신병원과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포와 희화화를 조장하는 방식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유동현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신체 장애인과 관련한 발언은 과거보다 조심스러워졌다”며 “이미지 실추를 염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 소장은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인에 대해 “막말과 조롱, 비하는 여전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디어의 왜곡된 묘사나 보도에 자신감을 얻은 정치인 등 공인들이 더 과감한 표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소장은 “이러한 현상은 환자 및 정신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이 어떤지를 반증한다”면서 “어느 한, 두 명의 일탈로 봐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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