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 감염 잇따라… “인력·병상 확보 근본적 대안 필요”

보건의료단체연합 “대책 없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말하는 건 뜬구름 잡는 것”

기사승인 2021-02-03 03:00:11
- + 인쇄
병원 내 감염 잇따라… “인력·병상 확보 근본적 대안 필요”
사진=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최근 한양대병원·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 등 병원 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의료진 감염이 지속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선 인력과 병상 확보 등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양대병원 관련 확진자는 52명으로 늘었다. 지난달 말 서울시보라매병원에서도 원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5명 발생했고, 서울대병원 외과 병동에서도 간호사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관련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병 대응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확진자가 늘면서 병상 부족 문제가 쟁점이 될 때마다 정부는 병상 확보에 열을 올렸지만, 인력 지원정책은 부족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인력 부족에 따라 과도한 노동강도로 지치고 탈진된 상황이다. 임시방편식 인력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감염병 대응체계를 바로 세울 인력 정책이 당장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중증도별·질환군별 코로나19 대응 인력기준 가이드라인 마련 ▲공공의료기관 정원 확대 및 추가확보 인력 인건비 전액 지원 ▲‘생명안전수당’ 지급 ▲코로나19 방역 및 보조인력 지원 확대 ▲코로나19 전담병원 경상비 지원 제도화 ▲공공의료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진의 코로나19 감염은 1년 넘게 인력충원 없이 코로나19 상황을 지속해 생긴 ‘번아웃’으로 인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인력을 늘리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이 없다. 높은 노동강도가 계속 유지될 수 없다”며 “단순히 자원봉사자로 방역현장을 지키는 건 위험요소를 늘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상황에서는 여분의 인력이 준비돼야 한다고 정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많은 수의 유휴 간호사에 대한 재교육으로 코로나19를 막아야 한다”며 “정부가 공적으로 고용하면 되는데, 여분의 인력을 늘리는 것을 쓸데없는 비용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화재사건이 안 생긴다고 소방서를 비용으로 보지 않는다. 재난이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인력으로 투자, 대비책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의료진의 코로나19 감염을 매개로 환자들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지난 2015년 메르스를 거치며 병원 내 감염기준이 강화됐다. 하지만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 지속된다. 고위험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전파의 가능성은 낮지만, 외래환자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있다. 또 의료진도 출퇴근하고 집에서 가족을 만나는 과정에 지역사회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병원을 살리려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확진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1일 확진자가 1000명이 넘으면 병상 대기자가 생긴다. 이렇게 된다면 동부구치소, 요양병원 내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것이 반복될 수 있다. 병상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유행의 크기는 점점 커질 것이다. 인력과 병상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이야기하는 건 뜬구름 잡는 것에 불과하다.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nswrea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