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시대’… MZ세대 입맛이 제품 결정한다

기사승인 2023-01-10 13: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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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시대’… MZ세대 입맛이 제품 결정한다
농심 신라면 팝업스토어에서 한 소비자가 본인만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라면을 제조하고 있다. 사진=안세진 기자

유통업계에서 M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슈머 마케팅’이 대세다. SNS에서 화제가 된 레시피를 기반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고객들의 아이디어가 제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창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기업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MZ세대들과 이같은 소통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나가고자 한다.

프로슈머란 제품 생산 및 판매에 관여하는 참여형 소비자를 말한다. 소비자들 사이 일종의 놀이가 된 라면 소비 패턴을 캐치해 이와 관련된 제품을 한정판이나 정식 제품으로 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해 SNS 식문화 트렌드를 반영해 ‘햇반 작은공기’와 ‘농심 신라면 큰사발’을 함께 담은 ‘라밥세트’를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햇반과 신라면의 조합은 MZ세대에게 일명 ‘소울푸드’로 불리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편의점에서 국물라면 구매 시 즉석밥을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라밥세트’를 선보인 것이다.

롯데푸드는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해 최근 빨대가 없는 ‘불편한 우유’ 판매를 시작했다. 해당 ‘NO빨대 바른목장 팩우유’는 유치원 어린이들의 편지에 화답해 롯데푸드가 출시한 제품이다. 지난해 12월 세종 도란유치원 아이들이 급식우유 제조사인 롯데푸드에 빨대 없는 우유를 만들어달라는 편지와 미사용 빨대 1200여개를 보낸바 있다. 롯데푸드는 내부 논의 끝에 올해 빨대 없는 팩우유 생산을 결정했다. 

‘취향의 시대’… MZ세대 입맛이 제품 결정한다
사진=CJ제일제당

MZ세대 사이 프로슈머 마케팅이 제일 활성화된 분야는 라면업계다. 타 제품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며 기업별 다양한 종류의 라면이 존재하는 만큼 서로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농심은 9일 성수동에 신라면 팝업스토어를 열고 MZ세대를 대상으로 신제품 홍보를 시작했다. 해당 팝업스토어는 지난해 10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개점한 ‘신라면 분식점’을 그대로 재현했다. 새로 선보인 제품도 기존 가상현실 속 신라면 분식점에서 소비자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은 조합의 라면이다. 

농심 관계자는 “가상현실 속 신라면 분식점에서 연 ‘천하제일 라면 끓이기 대회’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고기·매콤·꼬들·계란’ 조합을 바탕으로 ‘신라면 제페토 큰사발’을 출시하게 됐다”며 “당시 행사에는 4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참여했다”고 전했다.

오뚜기도 2020년 출시한 ‘진진짜라’(진짜장+진짬뽕)를 시작으로 프로슈머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같은 해 나온 ‘크림진짬뽕’은 진짬뽕에 크림을 더해 만든 ‘크뽕(크림짬뽕)’ 레시피가 SNS에서 인기를 끈 데서 착안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에서 파생된 수많은 제품도 이렇게 나온 사례다. 불닭볶음면에 스트링치즈를 넣은 ‘치즈불닭볶음면’, 크림소스를 첨가해 매운맛을 중화한 ‘까르보불닭볶음면’ 등에 소비자의 아이디어가 적용됐다.

‘취향의 시대’… MZ세대 입맛이 제품 결정한다
사진=안세진 기자

라면업계의 이같은 행보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브랜드 강화를 하기 위함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조금씩 줄고 있다.

특히 젊은층의 라면 소비가 저조헸다. 공사가 지난해 전국 15~65세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족 구성원 중 라면을 취식하는 연령대는 50대 이상이 36.6%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26.6% △20대 23.8% △30대 21.4% 순으로 나타났다. 20대 미만에서는 10%대의 취식율을 보였다. 고등학생의 라면 취식율은 15.4%로 나타났고, 중학생 7.6%, 초등학생 10.8%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이는 라면에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그만큼 대체재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새로 나온 제품에 도전하고 본인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식 문화를 보이고 있다”며 “오래된 기업일수록 그들과 소통하고 이들의 입맛을 반영한 제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