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돈 번다…교복 입은 10대 사장님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3-03-13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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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콘텐츠 돈 번다…교복 입은 10대 사장님 [쿠키청년기자단]
고등학생 유양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캐릭터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편집 중이다. 본인 제공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10대가 돈을 벌기 시작했다. 자신의 재능을 상품화할 기회가 많아진 결과다.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10대의 쇼핑몰 창업이 늘고 있다. 쇼핑몰 사업자에게 솔루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 24에 따르면, 2020년 플랫폼 내 10대 신규 창업자 수가 2019년보다 59.4% 증가했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19.8% 증가했다. 유튜브에서도 ‘10대 사장’, ‘학생 사장’을 검색하면 10대가 쇼핑몰을 창업하는 과정을 담은 브이로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기존에도 10대가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디지털 플랫폼 발달로 이들의 창업 기회가 더 많아졌다.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10대는 필요한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 쉽게 찾는다. 유튜브에서 쇼핑몰 운영 경험을 소개하는 채널을 통해 사업자 등록 방법부터 아이템 선정, 택배 계약 등 쇼핑몰 창업에 필수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활성화도 10대 창업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에이블리, 지그재그, 아이디어스 등 판매 플랫폼은 주문과 배송 작업을 지원한다. 10대가 직접 쇼핑몰 홈페이지를 운영하지 않아도 쉽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돈 번다…교복 입은 10대 사장님 [쿠키청년기자단]
유양이 직접 만든 제페토 드라마. 드라마 제작 후 유튜브 채널에 올린다.
10대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세대이기도 하다. 고등학생 유모(16·여)양은 제페토에서 한예리라는 이름으로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고 있다. 제페토는 3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유양은 자신이 만든 제페토 캐릭터를 활용해 드라마를 제작하고 유튜브에 올린다. 제페토 드라마는 2년 전부터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다. 학교를 배경으로 연애, 친구 관계 등을 소재로 하는 내용이 많다. 유양은 드라마 대본을 직접 쓰고 등장인물에 맞는 캐릭터도 본인이 꾸민다. 제페토 안에서 포토부스 사진과 액션캠 기능을 활용해 대사에 맞는 캐릭터의 표정과 포즈를 찍은 뒤 이를 편집해 영상으로 만들어낸다.

단순히 드라마를 만드는 게 재밌어서 시작한 활동이지만 제페토 내에서는 돈을 벌 수 있었다. 학생들이 평범하게 즐기는 소설 쓰기로 그칠 수 있었던 일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창작 활동으로 인정받았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2020년 3월부터 유튜브에 창작 제페토 드라마를 꾸준히 올린 유양은 제페토로부터 광고 제작 요청을 받았다. 1분짜리 광고 영상을 만들고 5만 원을 받았다. 이후 여러 차례 추가 요청을 받았고 보수도 건당 10만 원으로 늘었다. 제페토에서는 유양이 재능을 살려 돈을 벌 기회가 많았다. 유튜브에서 제페토 드라마를 보고 유양의 팬이 된 제페토 이용자들이 유씨의 제페토 내 라이브 방송에 후원하기도 한다. 유양은 “재밌어서 열심히 한 활동으로 돈을 벌어서 뿌듯하다”는 유양은 “제페토에서 광고 등 다른 영상을 만들 기회도 얻어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SNS가 10대들에게 자기 능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방건호(16)군은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믹싱 엔지니어로 소개한다. 믹싱 엔지니어는 음원 작업의 하나로, 노래의 악기와 보컬의 소리를 듣기 좋게 조정해주는 일을 한다. 중학교 때 랩을 했던 방군은 사운드클라우드(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자신이 작업한 곡을 올렸다. 다른 사용자들과 메시지를 나눌 수 있는 기능 덕분에 음악 하는 친구들을 사귀었다. 방군은 이곳에서 알게 된 친구의 부탁으로 믹싱을 하고 만 원을 받았다. 그가 처음으로 돈을 번 순간이었다. 이후 자신의 작업 결과물을 쌓아가고 있다. 방군은 믹싱을 하고 당당하게 대가도 받는다. 직접 번 돈으로 믹싱에 필요한 장비와 프로그램을 구매한다. 대부분 SNS를 통해 의뢰받은 작업들이다. 방군은 “입소문이 나지 않는 이상 SNS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콘텐츠 돈 번다…교복 입은 10대 사장님 [쿠키청년기자단]
틴스튜디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10대들은 그림, 패션, 음악 등 창작물을 공유하고 상품화할 기회를 얻는다.
10대가 자신의 재능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애플리케이션도 생겼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상품화해 큰 수익을 얻은 경험이 있는 상정태(18) 대표가 창업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려 꾸준히 SNS에 올렸다. 중학교 2학년 때 페이스북의 한 유명 페이지에서 그의 그림을 공유해 팬이 생기고 인지도가 올라갔다. 이후 뱃지, 양말, 티셔츠 등으로 캐릭터를 상품화했고 첫 정산 때 어머니께 명품 지갑을 선물해드렸을 정도로 수익을 얻었다.

상 대표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틴스튜디오를 창업했다. 틴스튜디오는 그림, 패션, 음악, 디자인 등 10대가 자신의 작업을 공유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다. 이 중에서도 상품성이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틴스튜디오가 해당 이용자와 계약한다. 굿즈 제작과 전시회 개최, 기업 협업 등의 창작을 지원한다. 지난해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총 100명이 넘는 10대와 계약했다. 10대들은 빠르게 온라인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상 대표는 “본인만의 능력을 표출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여혜 쿠키청년기자 gksdug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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