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현실 히어로의 맛! ‘용감한 시민’ [쿡리뷰]

기사승인 2023-10-21 06: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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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한 현실 히어로의 맛! ‘용감한 시민’ [쿡리뷰]
영화 ‘용감한 시민’ 스틸컷. ㈜마인드마크

청순가련한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에겐 비밀이 있다. 바람 불면 날아갈 것처럼 여린 마음씨를 가진 듯하지만 그의 정체는 태권도 3단, 합기도 3단에 복싱 금메달 유망주였던 무술 실력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지만, 정교사가 되기 위해 욱하는 성질 눌러 참으며 인고의 나날을 보낸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한 학생. “살려 달라”며 울먹이는 학생을 소시민은 영 외면하기 어렵다. ‘나서면 손해’라는 소시민의 새 인생관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영화 ‘용감한 시민’(감독 박진표)은 단순하고 명쾌한 작품이다. 소시민이 절대 악을 처단하는 이야기가 112분 동안 펼쳐진다. 결말이 예상되는 이야기지만 지루함은 없다. 학교폭력 가해자인 한수강(이준영)의 악행을 지독하리만치 집요하게 그리고, 소시민이 각성하는 과정과 그를 응징하는 모습을 흡인력 있게 담는다.

학교에서 소시민은 스타로 불린다.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스페어타이어’라는 멸칭의 준말이다. 선배 교사들은 정교사를 꿈꾸는 소시민에게 주의사항을 단단히 일러준다. ‘애들끼리 갈등 생겨도 홀드(멈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생긴다’는 말을 수시로 반복한다. 소시민 역시 적극적으로 관망하겠다고 결심하지만 교내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괴롭힘을 목도하자 내적갈등이 커진다. 잘못한 사람이 처벌받지 않는 현실에서, ‘다들 그렇게 산다’며 애써 침묵하려던 소시민의 다짐은 지켜지지 않는다. 고양이 가면을 쓰고 한수강을 응징하며 그의 반격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통쾌한 현실 히어로의 맛! ‘용감한 시민’ [쿡리뷰]
‘용감한 시민’ 스틸컷. ㈜마인드마크

만화의 장점을 살린 연출과 배우들의 명연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영화다. 속도감 살린 장면 전환과 군더더기 없는 내용이 보는 맛을 끌어올린다. 몰입감을 더하는 건 배우들의 활약이다. 청순한 척 능청맞은 모습부터 복싱과 레슬링 등 액션 신을 소화하는 신혜선과 악마 같은 모습을 십분 살린 이준영의 연기가 돋보인다. 여기에, 학교폭력 피해자 고진형을 연기한 배우 박정우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주요 배우가 중심을 잡으면서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 살이 붙는다. 다채로운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재미가 살아난다.

타격감 살린 액션 역시 볼 만하다. 장신을 살린 신혜선의 시원시원한 발차기가 볼거리다. 존재 자체로도 위압적인 이준영의 표정연기는 섬뜩할 정도다. 둘이 맞붙는 장면에서 버거운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점이 ‘용감한 시민’의 매력이다. 누구나 쉽게 이입할 만한 소시민이 무술로 가해자를 제압하는 모습은 극에 몰입감과 호쾌함을 배가시키는 무기다. 소시민이 “잘못한 놈은 죗값을 치러야지”라고 할 때면, 나쁜 놈들은 맞아야 한다고 말하던 마석도 형사(‘범죄도시’)가 스치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소시민의 각성과 함께 점점 의미를 달리한다. 그러면서 보는 이에게 자연스레 용기와 대리만족을 심어준다. 메시지가 단순한 만큼 전개 또한 어렵지 않게 흘러간다. 폭력의 수위는 꽤 높고 잔혹하지만 그만큼 극 말미 통쾌함 역시 커진다. 큰 반전은 없지만, 보고 나면 미소 짓게 되는 ‘용감한 시민’이다. 오는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등급. 상영시간 112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