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한 거 맞나” 격돌…정부·의료계 첫 공개토론

복지부-의료계, ‘의대 정원 확대’ 두고 첫 TV 토론
“고령화 대비해 의대 증원해야” vs “출생아 수 맞춰 줄여야”
정부 “이번에 의대 증원 반드시 추진할 것”

기사승인 2024-02-21 02: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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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부족한 거 맞나” 격돌…정부·의료계 첫 공개토론
(왼쪽부터)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유정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팀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정재훈 가천의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20일 MBC ‘100분 토론’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관해 공개토론을 했다. MBC 캡처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휴진을 하며 ‘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첫 공개토론에서 팽팽히 맞섰다. 

양측은 의대 정원 확대 근거인 ‘의사 수가 부족한지’를 놓고 한발 물러섬 없이 평행선을 달렸다. 복지부는 절대적인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의료계는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증원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유정민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팀장은 20일 MBC ‘100분 토론’에서 “의사는 현재도 부족하고, 앞으로도 부족할 것”이라며 “우리보다 의사가 많은 나라들은 (의사를) 늘려갔다. 그런데도 우리는 27년간 의대 정원을 늘리는 조치가 없었다. 빠른 시일 내 이런(의대 증원)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찬성 측 인사로 참석한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도 의사가 부족하다는 데 공감했다. 김 교수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진료 대란, 지방의료 공백, 2만여명의 대형병원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소위 PA(진료보조) 간호사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선 전공의들이 80시간 일을 한다고 한다. 의사가 부족하지 않은데 왜 80시간 동안 일을 하겠나”라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저출산 현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의대 정원도 이에 발맞춰 줄이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1970년도엔 출생아가 100만명이었는데, 작년엔 25만명이 태어났다. 75%의 출생아가 줄었다”면서 “출생아 수에 맞게 (의대 정원이) 4분의 1이 줄어야 비율이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 반대 측 인사로 자리한 정재훈 가천의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건강 관련 지표를 보면 한국 평균 수명은 최상위권이다. 의료이용 접근성 측면에서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면서 “만약 절대적인 의사 수가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라면 이 정도 지표가 유지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의사 부족한 거 맞나” 격돌…정부·의료계 첫 공개토론
서울대 어린이병원 전경. 사진=박효상 기자

의사 수가 부족해 발생한 대표적 사태로 꼽히는 ‘소아과 오픈런’의 원인 진단도 제각각이었다. 소아과 오픈런은 소아과 진료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현상을 말한다.

이 회장은 “소아과 진료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많은 소아과 의사들이 진료 현장을 떠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 교수는 “소아과 개원의 수는 지난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면서 “소아과 의사 수가 적은 건 절대적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응수했다.

필수·지역의료 공백의 해법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의대 증원 찬성 측은 의대 정원을 늘려 부족한 의사를 공급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시각이다. 반대 측은 피부·미용 등 비필수 분야와 수도권에 몰린 의사를 재배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맞섰다. 

이 회장은 “의사는 피부·미용 분야에선 공급 과잉이지만, 필수의료 분야인 중환자실,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는 적다. 근무환경이 개선돼야 하는 것”이라며 “필수의료 영역 기피현상 때문에 발생한 현상을 마치 의대 정원 문제 때문이라고 호도하는 건 잘못됐다”고 날을 세웠다.

정 교수도 “의대에 진학하는 것보다 안 가는 것이 기대 소득이 훨씬 낮기 때문에 의대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 분야 역시 경제적 격차 뿐 아니라 법적 위험성, 삶의 질 등의 격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공급의 부족 보단 배분의 문제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교수는 “의대 증원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계속 하는데, 관련 부분이 필수의료 대책 안에 포함돼 있다”며 “중증·응급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수가 인상, 지역 협력 체계 구축 등 발표한 계획을 정교하게 발전시키면 당면한 필수·지방의료 붕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팀장도 “절대적인 의사 수가 부족한 가운데 의료 인력들이 수도권에 집중되거나 보상이 많은 비필수 분야로 가고 있다”면서 “의사 수 부족 문제가 배분의 문제를 악화시키는 구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 수는 당연히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면서 “필수의료 종합 패키지에 의료 사고 부담 완화, 필수의료 보상 강화 등을 담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전공의 집단휴진 사태로 인해 수술 지연, 입원 취소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유 팀장은 “전공의 몇 명이 나가서 수술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현실이야말로 의사 부족 문제를 대변하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이번에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