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앞둔 전국 의대 교수들…의료공백 ‘악화일로’

기사승인 2024-03-08 12: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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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앞둔 전국 의대 교수들…의료공백 ‘악화일로’
오는 9일 의과대학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비공개 총회를 갖는 가운데 각 의대 교수들이 정부 규탄과 사퇴 행렬에 동참하며 의료현장에 긴장감이 감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해 의대 학장단과 교수들이 연일 사퇴하는 등 집단행동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오는 9일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총회를 개최한다. 총회에서는 집단행동 여부와 전공의 보호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의교협은 오는 9일 모처에서 비공개 총회를 갖는다. 구체적 안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총회는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처음 열리는 만큼 집단행동과 관련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5일 정부는 의대를 보유한 대학 40개교 전원이 2025학년도 정원 증원을 신청했다면서 그 규모가 3401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직서를 내고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해선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면허정치 절차를 개시했다.

그러자 각 의대 교수들은 정부 규탄에 속속 나서기 시작했다. 충북의대 교수들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과 전공의들에게 무리한 사법 절차가 진행된다면 망설임 없이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대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5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배 교수는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동료와 같이 일할 수 없다면 중증 고난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남을 이유가 없어 사직하고자 한다”고 했다.

강원의대 교수들은 5일 교내에서 삭발식까지 벌였다. 강원의대에 따르면 강원대는 현재 49명인 의대 정원을 140명까지 늘려달라는 신청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이에 반발한 류세민 강원의대 학장(흉부외과 교수)과 유윤종 의학과장(이비인후과 교수)이 삭발을 단행했다. 류 학장은 “현재 40개 의과대학이 제출한 수요조사의 총합은 정부의 2000명 증원의 주요한 근거로 둔갑해, 비민주적인 정책 결정 과정에 항의하며 교정과 병원을 떠난 학생들과 전공의들을 압박하는 정치적인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대 증원 정책은 정부와 교수들의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의 이병철 변호사는 5일 서울행정법원에 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피고로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복지부 장관은 의료법을 집행할 권한은 있지만 고등교육법상 대학 입학 정원 증원 결정을 할 권한이 없는 무권한자이므로 이번 증원 결정은 당연 무효”라며 “의대 증원 처분은 헌법 원칙을 위반한 의료농단”이라고 지적했다.

의대 학장단들의 사퇴도 줄을 잇고 있다. 경상국립의대 보직교수 12명, 원광의대 학장 등 5명이 보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대학 측에 밝혔다. 가톨릭의대 학장단은 7일 전원 사퇴했다. 정연준 가톨릭의대 학장은 입장문에서 “의대 정원 신청 과정에서 교수, 학생, 전공의들의 의견을 무시한 정부와 대학본부의 일방적 진행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참담한 마음을 담아 전원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경북대 의대 학장단도 일괄 사퇴의 뜻을 표했다. 경북의대 학장단은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강력한 반대 의견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표명했음에도 대학본부와 총장은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증원 규모를 교육부에 신청했다”며 “의과대학 학사운영 책임을 지고 있는 교수 모두 더 이상 현 직책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전공의, 전임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의료현장에서 대거 이탈하면 의료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건국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소속 한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저희 교수진은 중증·응급환자 곁을 최대한 지킬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대치 속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분이 길을 터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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