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 vs 보수결집…역대급 사전투표율, 누가 웃을까

기사승인 2024-04-07 21: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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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심판 vs 보수결집…역대급 사전투표율, 누가 웃을까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율이 역대 총선 최고치를 기록하자, 어느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관심이 모인다. 여야는 각자 심판론을 내세우며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6일 이틀간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가운데 1384만9043명이 참여해, 31.2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보다 4.59%p 높은 수치다. 총선 사전투표율이 30%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 지역이었다. 전남(41.19%), 전북(38.46%), 광주(38.00%) 순으로 투표율이 높았다. 가장 낮은 곳은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평가되는 대구(25.6%)였다. 이어 제주(28.50%), 경기(29.54%), 부산(29.57%) 등 순이었다. 서울은 32.63%, 인천은 30.06%를 기록했다.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야당은 ‘정권심판론’이 작동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6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역대 총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사전투표율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성난 민심이 확인됐다”며 “미처 투표하시지 못한 분들은 본 투표일인 4월10일,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소중한 한 표를 꼭 행사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김수영 녹색정의당 선임대변인은 “국민의 정권심판에 대한 열망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평가했다. 이동영 새로운미래 선임대변인도 “윤 정권에 대한 심판의 뜻을 보여주셨다”고 분석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변인 역시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자들을 투표로 응징하겠다는, 가장 뜨거운 심판 의지를 보여줬다”고 했다. 

실제 여권 인사도 정권 심판론에 불이 붙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에 출연해 “사전투표율이 이만큼 높다는 거는 선거에서 저희를 제일 어렵게 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론 이런 걸로 연결될까 봐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여당은 민주당 심판론을 부각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7일 논평을 통해 “이번 총선의 국민적 염원이 모여 국민의힘을 향한 결집을 이룬 것”이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사전투표율은 이같이 오만하고 부도덕한 민주당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와 심판의 의지가 얼마나 큰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임 당대표인 김기현 의원도 역대급 사전투표율에 대해 “파렴치한 중대 범죄자들이 낯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설치고 다니는 역대급 비호감 총선을 보면서,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상식 있는 주권자들의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개인 SNS에 적었다.

그간 사전투표를 꺼리던 보수층에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한 것이 효과를 봤다는 해석도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전날 유세에서 “사전투표율이 올라갔는데 왜 올랐겠는가”라며 “우리가 얼마나 범죄자에 대해 화가 났는지 보여주기 위해 여러분이 사전투표장에 나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그간 보수층 일부에서 ‘사전투표 불신’이 있었지만, 수개표 등 대책 마련으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 위원장은 지난 4일 “이번 선거부터 저희가 강력히 추진해서 사전투표를 포함한 모든 투표에 하나하나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개표가 실시된다”며 “걱정 안 하시게 끝까지 철저히 감시할 것이니 내일부터 사전투표장으로 나와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