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노동자들 “백신 접종 후 휴가 제도화 필요”

백신 접종 뒤 반응, 코로나19 증상과 유사… 방역에도 도움될 것

기사승인 2021-03-26 04: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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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노동자들 “백신 접종 후 휴가 제도화 필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는 25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병원·돌봄노동자 백신접종 확대, 백신휴가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의료연대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이들 가운데 발열·오한·몸살·근육통 등의 경증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 등은 백신 접종 후 휴가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25일 0시 기준 73만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사람이 67만3000명, 화이자백신을 맞은 사람이 6만명이다. 백신 접종 뒤 이상 반응이 의심된다며 보건당국에 보고된 사례는 1만10건이다. 이 중 9893건은 예방접종 후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발열·오한·몸살·근육통·메스꺼움 등의 사례로 조사됐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젊은 층의 경우 40% 이상 하루 이틀 정도 심한 몸살기를 보내고 있다. 일부 병원의 경우 백신 접종 후 체온이 39℃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체적으로 휴가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병원의 노동자는 대체인력이 없어 휴가를 쓰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과 김원이 의원은 백신 접종 이후 유급휴가 및 비결석 처리를 내용으로 하는 감염병예방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같은당 신현영 의원은 “오늘의 노동이 오늘의 생계로 이어지는 노동자들은 발열 등이 두려워 백신접종을 거부할 수 있다. 이들에게 백신접종 시간내는 건 사치일지도 모른다”며 “전국민 접종률을 올리려면 백신 휴가나, 접종 인센티브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 후 휴가와 관련해 정부는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16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백신 접종 이후 정상적인 면역반응으로 열과 근육통을 경험하는 사례가 상당수 보고되고 있다”며 “국민들이 안심하고 접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백신 휴가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백신 접종 후 휴가를 제도화하기보다는 권고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백신 접종 뒤 반응과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비슷해 혼란이 오기도 했다”며 “백신 접종 후 열이 나더라도 출근했는데 알고 보니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이로 인해 병동을 폐쇄하고 방역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일을 볼 때 백신 접종 뒤 휴가를 주는 게 방역에 공백이 안 생길 것이라 본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에게도 백신 접종 후 휴가를 고려해야 한다”며 “실제로 굉장히 후유증이 심한 것으로 확인된다. 생명에 위협적이지 않아 경증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접종받은 이들의 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다. 지난해 정부가 아프면 쉬는 문화를 만들자고 하더니, 결국 상병수당이 이뤄지지 않았었다. 백신은 정부가 믿고 맞으라고 했는데, 접종 후 아파도 쉬지 못하면 되겠는가. 정부를 믿고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기존에 백신을 접종받은 이들에 대한 휴가 보상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간호사 단체인 ‘젊은간호사회’는 23일 “아파도 쉴 수 없다. 누가 대신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심한 부작용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백신 휴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접종을 마친 의료인들은 아파도 일해야 했고, 백신의 여파로 자신의 휴일을 반납해야 하기도 했다. 휴일을 써서 버틴 기존 접종자들에게도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5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모든 병원·돌봄노동자에게 백신접종 확대, 백신 휴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75세 이상 어르신과 시설에서 거주, 주간보호를 받는 장애인에 대해서는 4월에 접종하지만, 간병노동자·재가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돌봄 노동자는 6월에 접종할 계획을 갖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와 종사자 간 접종 시차가 긴 상황이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안전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접종 시행시기를 최대한 맞춰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을 받은 노동자들이 아파도 쉬지 못하고 타이레놀에 의지해 근무하고 있다”며 “유급 백신휴가를 즉각 제도화해 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swrea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