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여는 시장 상인들…“작년보다 나은 해 되길”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01-02 17: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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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여는 시장 상인들…“작년보다 나은 해 되길” [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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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여는 시장 상인들…“작년보다 나은 해 되길” [가봤더니]

서울 대표 시장 중 하나인 마포구 망원시장의 새해 첫 모습은 분주했다. 지난해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와 계속되는 원자재, 물가상승으로 한 차례 큰 곤혹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인들의 모습은 오히려 희망차 보이기까지 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꺾이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의 기원은 어디인지 쿠키뉴스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했다. 

시장에 들어서자 마주한 떡볶이와 튀김, 전, 닭강정 등의 달고 구수한 냄새가 코를 사로잡았다. 야채, 과일가게 앞 정렬된 형형색색의 과일과 채소들은 지역시장의 분위기를 한껏 더했다. 지난해까지 망원시장은 여느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계속되는 경기 불황에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된 기쁨도 잠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지속된 물가상승은 이들을 다시 한 번 힘들게 하였다.

새해 여는 시장 상인들…“작년보다 나은 해 되길” [가봤더니]

시장상인들은 올해 경기도 좋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특히 예년보다 이른 설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어 시장상인들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야채가게 사장님은 “2020년도부터 계속 고비의 연속이다. 코로나가 시작되자 일상이 멈춰버렸고 물가가 계속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며 “전통시장은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들이 한 데 모이는 공간이다 보니 그 티격이 더 컸다”고 말했다. 

실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통시장의 체감 경기지수가 54.0으로 전월 대비 4.0p 하락했다. 이로써 석 달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농산물(-6.8p), 가정용품(-6.4p), 수산물(-6.2p) 등이 떨어졌다. 수치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됐다고 보는 업체가 더 많고 100 미만이면 악화했다고 보는 업체가 더 많다는 뜻이다.

새해 여는 시장 상인들…“작년보다 나은 해 되길” [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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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내 입점한 가게 대부분은 이미 지난해 한 차례씩 제품 가격인상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인상했다. 10년 동안 가격 인상 한 번 없었다는 두부가게는 지난해 물가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일부 제품에 한해서 500원씩 인상을 단행했다. 또 20년 넘게 장사를 해오고 있는 한 닭강정 가게는 식용유, 밀가루뿐만 아니라 종이박스, 고무줄, 호일 등 공산품 가격이 오름에 따라 닭강정 가격을 올렸다.

4000원대에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는 칼국수집 사장님은 “지난해 밀가루뿐만 아니라 모든 공산품 가격이 다 올랐다”며 “칼국수 한 그릇에 8000원 이상씩 받는 가게들은 그나마 덜했겠지만 우리처럼 시장에서 저가로 많이 팔아야 하는 경우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 인건비까지 다 빼면 수익이 마이너스 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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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버티게 한 건 바로 ‘단골손님들’ 때문이었다. 전통과자 사장님은 “가게 일이 끝나면 지금도 종종 동네 친구들, 단골손님들과 함께 가게 안쪽에서 대화를 나눈다”며 “경기는 계속 안좋아지고 있지만 단골들이 함께 하고 있어서 버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닭강정 가게 사장님은 “지난해 단골들의 계속되는 방문 덕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며 “몸 상태도 예전 같지 않아서 장사를 아들에게 넘길까도 생각해봤는데 아는 손님들이 또 많아서 당분간 더 버텨보려 한다”고 말했다. 때마침 오래된 단골손님이 등장했고 사장님은 가게 앞으로 달려 나가 손님과 포옹을 했다. 그는 함께 방문한 지인에게 “여기 단골”이라며 “여기에서만 닭강정을 사먹는다”고 설명했다.

새해 여는 시장 상인들…“작년보다 나은 해 되길” [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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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인들은 입을 모아 예년보다 나은 한 해가 되길 바랐다. 과일가게 사장님은 “코로나19가 끝나가는 줄 알았더니만 다시금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며 “실내 마스크 해제 얘기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쪼록 적절한 시기를 찾았으면 한다. 또 다시 예년처럼 일상이 멈추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통과자 사장님은 “장사꾼이 바라는 게 별거 있겠냐”며 “건강이나 물가 걱정 없이 장사해서 적절하게 벌어먹고 살면 그것으로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닭강정 사장님도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올해에는 물가가 좀 안정되어서 걱정 없이 장사에만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올해는 국민 모두가 지난해보다 좀 더 나은 해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글⋅사진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