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사람들 “명절만 같아라는 옛말이야. 더 좋아져야지”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01-20 0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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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사람들 “명절만 같아라는 옛말이야. 더 좋아져야지”  [가봤더니]
설 명절을 앞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설 제수 용품 등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시장 사람들 “명절만 같아라는 옛말이야. 더 좋아져야지”  [가봤더니]
사진=임형택 기자

18일 점심 시간대에 찾은 서울 종로구의 광장시장. 평일 오후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시장 안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동네 주민부터 가족, 친구, 연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인들은 장사 준비에 고객 응대에 그야말로 정신이 없다. 설 연휴를 사흘 앞둔 가운데 재래시장은 명절 분위기를 한껏 내고 있었다. 적어도 이 공간만큼은 코로나가 종식된 것만 같았다.

시장 안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님은 “광장시장은 이제 하나의 관광코스로 여겨져서 명절이 아니더라도 늘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설을 앞두고 있어선지 평소 때보다는 조금 더 잘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골목골목에 위치해 있는 분식가게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마약김밥, 떡볶이, 녹두전 등 음식냄새가 온몸을 자극했다. 일부 가족 방문객들은 대낮부터 자리를 잡고 막걸리와 안주거리를 즐기고 있었다. 이들은 잔들을 부딪치며 새해 덕담을 주고받았다. 

부산에서 가족들과 서울 나들이 왔다는 박모씨(53)는 "평일인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며 "시장이 북적북적하니까 너무 보기 좋고 맛있는 것도 많고 볼 것도 많다"고 흥에 겨워했다. 그는 "요즘은 명절이라고 예전처럼 하루 종일 운전해서 고향가고 그렇지 않더라"며 "여기 있으니까 마음도 즐겁고 명절 분위기도 나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시장 사람들 “명절만 같아라는 옛말이야. 더 좋아져야지”  [가봤더니]
사진=안세진 기자

오후 3시30분. 광장시장 길 한복판에 기다란 줄이 만들어졌다. 돌아다니는 방문객들은 매번 서있는 사람들에게 “이게 무슨 줄이요?”라며 궁금해 했고 대기자들은 “순대요!”를 연신 외쳐댔다. 그렇다. 광장시장 순대할머니는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곳 유명인사다. 길 한복판에서 매대를 만들어 장사를 하신다. 오후 3시50분이 되자 용꼬리와 같은 줄의 시작점에 순대할머니가 도착했다. 그는 카트에서 순대가 든 거대한 솥과 간이 매대, 그리고 칼과 도마 등을 내리더니 이내 주문을 받기 시작한다.

단골들은 명절에 먹을 순대를 구매해 갔다. 제일 처음부터 줄을 서계셨던 할머니는 10만원어치, 두 번째 아주머니는 5만원어치를 사갔다. 그 뒤 젊은 방문객들은 6000원~2만원어치 순대를 사갔다. 이곳 단골이라는 전업주부 김모씨(61)는 “이 할머니가 최근에 방송에 났나보다. 어느 순간부턴가 젊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앞으로 먹기 힘들어지겠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올해 설 명절을 앞둔 시장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유독 많았다. 코로나 엔데믹 전환 후 관광객 유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가게들 좌석에 앉아 마약김밥, 떡볶이, 오뎅, 양념게장을 먹는 외국인들부터 놋그릇, 반찬그릇 등을 살펴보는 외국인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시장 사람들 “명절만 같아라는 옛말이야. 더 좋아져야지”  [가봤더니]
사진=임형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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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형택 기자

장사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상인들도 많았다. 수산물가게 사장님은 “방문객들이 많다고 매출이 부쩍 느는 건 아니다. 우리 같은 수산물 가게는 동네 주민들만 이용한다”며 “관광객들이 구경은 많이 하는데 매출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물가가 너무나도 오르고 있어서 주민들도 예전처럼 쉽게 구매를 하진 않는다”며 매대를 정리하셨다.

홍삼 등 명절 전용 선물 판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가게 안에 수십여개의 건강식품 세트를 쌓아둔 이모씨(70)는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니까 갈수록 장사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며 “명절 특수는 오래 전 얘기”라고 말했다.

시장 사람들 “명절만 같아라는 옛말이야. 더 좋아져야지”  [가봤더니]
사진=임형택 기자
시장 사람들 “명절만 같아라는 옛말이야. 더 좋아져야지”  [가봤더니]
사진=임형택 기자

시장 상인들은 입을 모아 예년보다 나은 한 해가 되길 바랐다. 과일가게 사장님은 “코로나19가 끝나가는 줄 알았더니만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며 “실내 마스크 해제 얘기도 설 이후 된다는 말도 나오는 것 같은데 아무쪼록 적절한 시기를 찾았으면 한다. 또 다시 예년처럼 일상이 멈추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육점 사장님은 “‘명절만 같아라’라는 말은 옛말이다. 그만큼 경기가 안좋아졌다”며 “올해는 명절만 같지 말고 더 좋아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편 올해 전통시장에서 설 차례상을 준비하면 대형마트보다 비용이 19.2%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에서 차례상을 준비하면 27만3991원이 소요된다. 반면 대형마트에서 차례상을 준비할 경우 33만9005원이 든다. 품목별로 보면 전통시장에서는 고사리와 도라지 가격이 지난주보다 올랐고, 배추와 사과, 곶감, 대추, 동태살 등의 가격은 내렸다. 이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17일 전국 17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유통업체에서 설 성수품 28개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