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카페] 80대 문학도 홍대기 시인, 네번째 시집 준비 '한창'

인간, 자연, 신에 대한 통찰 통해 간결한 시어로 '사랑' 표현

입력 2020-09-02 00: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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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카페] 80대 문학도 홍대기 시인, 네번째 시집 준비 '한창'
▲ 홍대기 시인

  시집 '주소가 없어 못 띄운 편지', 시인의 아내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담아

[청양=쿠키뉴스] 오명규 기자 = 충남 청양 정산 출신으로 월간 조선문학 문인회장을 역임하고, 지금도 열정적인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홍대기 시인이 4번째 시집 발간 준비에 한창이다. 

고교시절 시와 수필 쓰기에 몰두하며 문예부장을 지내는 등 일찌감치 문학도로 두각을 나타냈던 홍 시인은 2004년 당시 칠순의 나이에 '조선문학'을 통해 문단에 등단했다. 등단 후 그는 고교시절부터 써놓은 수많은 시들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70여편의 시로 꾸며진 첫 시집 '정원에 핀 들꽃'(조선문학사)을 내놓았다. 첫 시집을 내놓기까지는 당시 '고등고시' 준비와 공직생활 등의 숱한 세월이 가로놓여 있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인간, 신, 자연을 혈통, 신앙, 활물, 사물 등을 통해 재구성하여 단조롭지만 깨끗하고 소박하며 간결한 시어로 사랑을 진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인이며 우리나라 영문학 박사 제1호로, 존 밀톤의 실락원 복락원 한글판 역작을 내고, 한국 존밀톤학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평론가 조신권 박사는 조선문학에 '한국 근현대시와 그 평설'이라는 기획연재를 하면서 홍 시인의 시에 대한 평설을 해주었다. 조 박사는 홍 시인을 부를 때 '홍 시백'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홍 시인의 시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또, 홍 시인 시집 '신기루'는 성찬경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 평설을 해 주었다. 따뜻하면서도 서늘하고, 견고하면서도 동시에 부드러운 시적 정서를 담은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 우정, 그리움, 계절의 변화에서 오는 삶의 애환 등의 주제를 담은 ‘혼의 원색’, ‘님 그리는 맘’, ‘봄이 오는 길목에서’ 등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2017년 홍대기 시인은 아내의 작고 10주기를 맞아 '주소가 없어 못 띄운 편지' 출판기념회와 팔순을 겸한 자리에서 “세월은 모든 것 다 잊고 검은 옷을 벗으라 하고, 이젠 사람들이 슬픈 시는 그만 쓰라고 해서 고려해 보겠지만, 아내는 여전히 가슴 속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밤하늘에 뜬 달은 아내 얼굴이고, 새의 지저귐은 곧 아내 노랫소리다. 그는 아내가 걱정할까 봐 방마다 청소도 하고, 빨래도 널고, 화장대도 정돈한다. 생전에 흐트러짐 없이 매일 신구약 성경을 썼던 아내의 손은 하느님이 빌려 쓴 것"이라고 표현한다.

[문학 카페] 80대 문학도 홍대기 시인, 네번째 시집 준비 '한창'
'주소가 없어 못 띄운 편지'는 홍대기 시인의 아내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시집이다.
주름박이 자줏빛 원피스는 / 내가 좋아한다고 자주 입고 다녔다
외출할 때는 / 내 앞을 한 바퀴 돌며 / 내 마음을 꺼내 보기도 하고

깡충 뛰어올라 내 목에 매달리며 / 속마음을 내 가슴에 걸어 놓더니
그 원피스 입고 하늘나라 가라고 / 내 마음 뜯어내어 불길 속에 태운다
(‘주소가 없어 못 띄운 편지 - 자줏빛 원피스’ 중에서)

 '주소가 없어 못 띄운 편지'는 아내에게 직접 띄울 길 없는 남편의 구구절절한 연정과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사부곡이자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지내온 시간 여정이다. 어느덧 홍 시인은 팔순을 맞았음에도 시 창작을 위한 열정은 남다르다.

“아내는 정말 착하고 신심이 참 깊었다”고 말하는 시인. 그의 눈에 비치는 아내는 여전히 아름답다. 오늘도 시인의 펜은 하늘의 달과 별을 보며 아내를 그리는 사부곡을 써 내려가고 있다. 시인의 열정을 보며 후배들이 본받아야 할 삶이며, 써내려가야 할 인생여정 즉, 시처럼 시인처럼 살라는 교훈을 일러주고 있는 듯하다.

 시인은 정보통신부와 KT에서 중역으로 공직 생활을 했다. 일산본당 사목회장을 역임하고, 2002년 김수환 추기경의 사재(私財)로 설립된 옹기장학회 발기인이자 이사로 활동하며 김 추기경, 박신언 몬시뇰과 교회를 위해 헌신하기도 했다. 

 mkyu102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