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의 경제 톡톡] 슬기로운 공존의 사회생활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입력 2021-07-12 12: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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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진호의 경제 톡톡] 슬기로운 공존의 사회생활 
금진호 연구위원
우리나라에서 인구학으로 유명한 서울대학교 조영태 교수는 최근 “10여 년 후에 닥칠 인구절벽을 준비하려면 고용의 유연화와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라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감소의 심각성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지적한 인구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인구절벽’이란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가 주장했던 이론으로,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한 국가나 구성원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인구 분포가 역삼각형 분포가 된다는 내용이다. 이런 경우 경제적, 사회적으로 위기가 오며 주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고 고령 인구(65세 이상)가 급속히 늘어나는 사회적 현상을 말한다. 

생산인구 감소는 이미 시작된 대학의 학령인구 감소에서 알 수 있었다. 학령인구 감소가 전국 대학들의 신입생 정원 미달로 이어졌다.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한 대학들은 충격에 빠졌고, 대학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과 유학생 유치 등 치열한 노력이 뒤따랐다. 수도권보다는 지방에서부터 신입생 충원율의 공백이 커졌다. 신입생 미달사태 속에 위기에 몰린 지방대학들이 학과개편, 정원조정 등을 통해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우리 이웃인 중국 또한 인구감소 현상으로 고민이 깊은데, 최근 중국은 출산 감소에 놀라 5년 만에 3자녀 출산을 허용키로 했다. 중국공산당은 최근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어 3번째 출산을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공산정권 수립 이래 지난해 출생자 수가 최대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저출산, 인구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3번째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방침을 세운 것이다.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 세계 강국 반열에 오른 중국도 인구절벽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저출산, 고령화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간 중국은 인구 조절 정책을 강력히 펼쳐온 나라다. 현실적으로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식량난 등 경제 문제 해결에 집중해 왔다. 그러던 중 1979년부터 강력한 인구 억제를 위해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라는 '한 자녀 정책'을 시행했다. 이를 어긴 위반자는 벌금 부과까지 받는 등 출산 규제가 엄격했다. 2000년대 이후 중국 정부는 경제 발전이 되면서 다자녀 양육이 가능한 '두 자녀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중국은 ‘두 자녀 정책’을 시행하며 예측한 상황들이 어긋났다. 중국은 9000만 쌍에 달하는 중국인이 두 자녀를 낳을 수 있게 됐고, 매년 평균 500만 명가량의 신생아가 추가로 태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도 저출산 추세와 독신자가 증가하며 인구 증가율이 떨어졌다. 중국도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절벽’이 가까워진 사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중국 정부가 세 자녀 정책을 다시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내수 확대를 추진하던 터라 인구감소는 중국 경제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세 자녀 정책’을 실시해도 출산율을 높이는 실질적인 결과로는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위기다. 단순히 산아제한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고 기본적인 출산에 대한 지원과 여성이 출산 시 마주치는 직장생활의 어려움, 주택·취업·양육비 등의 문제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가 시작되었다. 지난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 출산율이 1명 이하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출산율이 한 명 미만이라는 의미는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는 것을 뜻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전쟁과 같이 많은 사람이 사망한 경우 말고는 이런 경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점은 감소의 속도가 급격하게 빠르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생산인구는 2018년에 약 28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고 있다. 2021년 현재는 3년 전보다 30만 명 정도 감소한 상태이며 2030년이 되면 320만 명 정도의 일하는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대전시 인구의 2배 이상이 사라진다는 것이며, 대전시 규모 2배의 땅에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이 텅 빈다는 것이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정부도 출산장려를 위한 여러 정책이나 제도 등을 안정화하기 위해 분주하다. 중국도 과감한 정책을 내놓으며 인구절벽 현상이 가속하는 상황을 대비해 신속한 처방을 내놓고 있다. 다만 출산 정책이 인구 감소세를 뒤집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요즘은 여당과 야당에서 모두 청년에 대한 정책을 고민한다고 하니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에서 쓴맛을 본 민주당은 청년들이 정부와 민주당을 외면하는 것을 실감했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거꾸로 30대 대표를 뽑아 2030 청년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청년들의 취업문제, 주거문제, 출산문제가 30년 앞을 내다보는 대한민국의 정책안에 녹여지기를 바란다. 청년들은 취업해야 연애를 하고, 연애를 거쳐 결혼도 하고 작은 아파트라도 분양받아 주거가 안정될 때 출산도 생각하지 않을까. 이것이 인구절벽을 다소나마 지연시키는 슬기로운 공존의 길이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