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필의 視線] 공무원노조는 뭔가 달라야 한다

입력 2024-01-08 10: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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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청 공무원노조가 지난 2일 시무식에 앞서 시청서 청렴캠페인을 했다. 새해 업무 첫날 항상 하는 행사지만 “올해는 뭔가 달라야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다.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천안시는 3등급이 나왔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 1등급이 나와 환호한 지 1년 만에 두 계단이나 떨어졌다. 이 내용이 보도되는 상황에서 청렴캠페인은 ‘명절선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이나 “부정부패 근절에 공무원노조가 앞장서겠다” 등 상투적 메시지로 일관했다.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했다.

언론사 노조에는 공정보도위원회라는 것이 있다. 기자들이 쓴 기사가 부당한 외부 또는 내부 간섭으로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구다. 기자비리 신고도 받는다. 위원회는 문제 제기가 있으면 조사에 착수한다. 그 결과를 경우에 따라선 외부에도 공개한다.

1988년 5월, 올림픽 ‘기자 특수(特需)’로 운좋게 대전일보에서 경력 공채로 중앙일보에 입사했다. 언론사 노조들이 막 설립되던 때였다. 편집국장이 입사 첫날 몇 명에게 점심을 사면서 “옮긴 직장 분위기도 익힐 겸 6개월 후쯤 노조 가입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모두들 동의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웬 걸. 오후에 부서 선배가 노조 가입 서류를 내밀자 국장 부탁은 뒤로 하고 가입해 버렸다. 당연한 선택이었다. 나이든 국장보다 선배들하고 오랜 세월, 같이 보낼 게 아닌가. 또 억울한 상황에 닥쳤을 때 나를 옹호해줄 곳이 노조가 아니겠는가.

노조는 노조원의 권익과 복지를 위해 존재한다. 그렇지만 언론사 노조가 여느 회사처럼 노조원 권익만 추구하면 시민은 언론을 외면한다. 시민은 공공성을 띤 기관의 노조는 자신들 밥그릇 챙기는 데만 몰두하지 않을 거란 기대를 갖고 있다. 공정보도위원회는 그런 사회적 기대에 부응키 위한 것이다.

2005년 10월, 중앙일보 천안주재기자로 내려와 근무한 지 만 5년 될 때였다. 공무원직장협의회(노조 전신)가 갓 이전한 불당동 천안시 신청사와 인근 육교에  ‘중앙일보 구독 거부’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공직협은 어떤 기사 문장을 꼬투리 잡아 구독 거부 사태를 벌였다. 그렇지만 실제 배경은 당시 시장이 거북해할 기사 2건이 잇따라 전국 배포 지면에 실린 것이다. 나중에 알았는데 읍면동까지 100여 장이나 붙였다고 한다.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정상적 항의 절차를 무시하고 바로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몇 해 전 천안시청 노조사무실에 ‘갑질신고 센터’라는 현판이 붙었다. 시민이 시공무원 갑질을 신고하는 곳이려니 생각했다. 노조에 물어보니 정반대였다. 공무원이 시민 갑질을 당했을 때 신고하는 곳이란다. “기자와 시의원이 주 타깃이겠네”하며 농담을 던졌던 기억이 난다.

[조한필의 視線] 공무원노조는 뭔가 달라야 한다
천안시청 공무원노조 사무실 앞에 ‘갑질신고 센터’ 현판이 붙어있다. 왼쪽에는 지난달 1일 발표한 천안시의회에 대한 성명서가 게시돼 있다. 조한필 기자

지난달 1일 공무원노조가 행정사무감사를 하는 천안시의회를 향해 갑질행위 중단요구 성명서를 냈다. “공무원을 하대하는 행위, 무리한 자료요구를 멈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의원들이 공무원이 모멸감과 수치심을 들게 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명서는 “노조원을 대상으로 시의원 의정활동에 대한 다양한 조사를 실시해 시의원의 부당행위와 갑질행위가 확인될 경우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엄포성 멘트도 날렸다. 시의회에 대한 노조의 정당한 지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갑질로도 비춰질 수 있다. 시의원은 시민이 뽑은 대표들이다.

공무원노조는 시민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무원들 모임이다. 자신들 권익 보호도 중요하지만 공직자에게 갖는 시민들 기대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공공기관 노조는 일반회사 노조와는 뭔가 달라야 한다.

/천안·아산 선임기자  chohp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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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 천안·아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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