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아이돌이 치근대는 추접한 거리?’ 신오쿠보 보도 논란

기사승인 2012-02-10 18: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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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아이돌이 치근대는 추접한 거리?’ 신오쿠보 보도 논란

[쿠키 지구촌] 일본 도쿄의 코리아 타운인 신오쿠보 거리 일대가 쓰레기와 호객행위, 술주정뱅이 등이 득실대는 곳으로 전락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우익’으로 통칭되는 반한(反韓) 성향 네티즌들은 “한국인 거리가 일본의 심장 도쿄를 천박하게 만들고 있다”며 한류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여성지 ‘여성세븐’은 16일자 최신호 기사에서 신오쿠보 거리가 밀려드는 한류팬들과 갖가지 상술로 뒤엉키면서 이 같은 부작용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꽃미남’이 일하는 카페나 한류스타 숍 등이 즐비한 신오쿠보 거리는 휴일의 경우 3만명 이상이 밀려들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신오쿠보는 그동안 신주쿠나 시부야, 롯폰기 등에 밀려 낙후된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한류붐을 타고 도쿄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잡지는 그러나 신오쿠보 거리가 각종 무질서로 얼룩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유명한 가게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위해 인도를 넘어 차도에까지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수많은 한국계 상점들은 현지 상가조합에 가입하지 않아 쓰레기를 모으고 버리는 시간이나 장소가 제각각이라며 이 때문에 심야에는 30∼40개의 쓰레기 봉지가 길거리에 쌓여있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술주정꾼이 늘어난 점도 골칫거리다. 신오쿠보 주민인 50대 여성은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밤 술주정꾼이 늘어났다. 여성들이 떠드는 소리가 급증했는데 한국어인지 일본어인지 모를 말로 만취해 싸움하거나 고함을 치거나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잡지는 특히 한류 아이돌 같은 모습을 한 남성들이 신오쿠보 거리로 나온 일본인 여성들에게 치근덕대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한 10대 일본인 여성은 “친구와 신오쿠보를 함께 걷고 있으면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 모를 한류 아이돌 같은 모습을 한 사내아이들이 헌팅을 시도한다. 너무 끈질기게 달라붙어 무섭다”고 말했다.

일본의 인터넷 우익들은 이 기사를 돌려보며 한류 흠집 내기에 한창이다.

반한 성향 거대 커뮤니티 ‘2CH(2채널)’ 등에는 “한국인이 모이는 곳은 원래 그렇게 지저분해진다. 한국인을 미화해 보도하는 매스컴이 가장 나쁘다”거나 “악기를 사러 가끔 가지만, 갈 때마다 싫어” “한국의 기본은 ‘노 매너’다. 하긴 그것까지 포함해 한류이겠지”라는 식의 비아냥대는 반응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동안 한류를 ‘찻잔 속 태풍’이라고 애써 폄하하던 인터넷 우익들이 이 기사를 통해 스스로 한류를 거대한 흐름으로 자인해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이전까지는 신오쿠보에 사람이 없다면서 한류붐을 날조라고 비판하더니, 이제는 사람이 너무 많아 부작용이 있다고 하느냐”며 “인터넷 우익의 망상은 항상 결정적인 빈틈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적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