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국내 최초 면역억제제 먹지 않는 이식 성공

기사승인 2012-12-17 11: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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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국내 최초 면역억제제 먹지 않는 이식 성공

신장이식에서 조혈모세포이식 면역관용 유도, 동시 수술 성공

[쿠키 건강] 국내 의료진이 신장과 조혈모세포를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을 최초로 성공했다.

이는 신장이식에서 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한 면역관용유도에 성공한 것으로, 수술 후에도 평생동안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성공사례로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될 것이란 전망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내과 양철우·정병하 교수, 혈관외과 문인성·김지일,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이종욱·김희제 교수 수술팀은 최근 만성신부전으로 혈액 투석중인 류기연씨(38·남)에게 누나 류은미씨(43)의 신장과 골수이식을 동시에 진행해 면역관용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면역관용’이란 수혜자가 공여자의 이식장기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면역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장기를 이식 받으면 환자의 면역시스템이 이식받은 장기를 공격하는 거부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 예방을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했다.

서울성모병원 수술 의료진은 면역관용을 유도하기 위해서 누나의 신장과 조혈모세포를 함께 이식해 환자 류씨가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골수이식을 통한 장기이식에서의 면연관용유도는 최근 미국 하버드의과대학과 노스웨스턴대학을 중심으로 시도되는 최첨단 이식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이번 수술 성공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기록을 남기게 됐다.

◇국내 최초 신장과 조혈모세포이식 동시 성공, 어떻게 이뤄졌나?

신장이식과 조혈모세포이식을 동시에 받은 류씨는 2004년부터 사구체신염을 앓다가 올해 신장 투석을 시작했으며, 신장이식을 받기로 결정해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류씨는 수술을 위해 의료진과 상담 중 수술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신 의료기술을 접하고 이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고, 신장과 조혈모세포를 줄 공여자를 확인했다. 6남매 중 막내인 류씨의 첫째 형과 누나 둘이 검사를 받았고, 넷째 누나가 조직이 50%로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은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수술계획을 준비하기 위해 수차례의 회의를 거쳐 최종 수술 결정을 정했으며, 이식수술 2주전부터 공여자의 말초혈액으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냉동 보관했다.

이식수술 일주일전부터 신장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방사선 치료가 시행됐고, 지난달 29일 신장이식 수술에 이어 30일 조혈모세포이식술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이후 장기이식중환자실에서 조혈모세포이식 격리병동으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았으며, 의료진은 이식편대숙주병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이후 환자는 백혈구감소로 인한 감염, 위장관합병증, 출혈등의 합병증을 잘 극복해 17일 퇴원을 앞두고 있다.

이번 수술 성과에 대해 양철우 장기이식센터장(신장내과 교수·사진 오른쪽 첫번째)은 “면역억제제가 필요없는 장기이식이 현실로 다가왔다”면서 “큰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시도된 이번 이식은 우리나라 의료계의 큰 획을 긋는 역사적인 일로, 우리나라도 고난이도의 이식을 시행할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김희제 조혈모세포이식센터 교수(혈액내과·사진 왼쪽 첫번째)는 “신장이식 수술을 앞두고 이식전 조치, 방사선 치료 등으로 환자의 건강이 약해진 상태에서, 조혈모세포이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했다”며 “이번 조혈모세포이식이 100% 성공해 앞으로 이식수술을 받는 환자가 면역억제제를 먹지 않아도 되는 희망적인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