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축구 천재’ 박주영에 꽂힌 홍명보, 이를 어찌할꼬!

기사승인 2014-04-16 0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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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축구 천재’ 박주영에 꽂힌 홍명보, 이를 어찌할꼬!

[쿠키 스포츠] 2014 브라질월드컵을 두 달가량 앞둔 홍명보(45)호가 본격적인 항해를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박주영(29) 카드 때문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홍 감독은 “박주영이 군대 안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면서 대표팀에 합류시켜 동메달로 ‘병역면제’라는 선물을 안겼다. 그리고 2년 뒤 홍 감독은 비슷한 ‘해피엔딩’을 준비하고 있다. 홍 감독은 지난해 취임식 때 “소속팀에서 활약 못하면 대표팀에 안 뽑겠다”고 밝혔으나 1년도 지나지 않아 “박주영은 예외”라며 스스로 세운 원칙까지 양보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박주영을 위한 ‘기자 회견’까지 계획하는 등 극진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홍 감독의 ‘박주영 챙기기’엔 대표팀 공격조합에 대한 고민이 깔려있다.

박주영은 지난달 6일 그리스전(2대0 한국 승)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려 자신의 진가를 과시했다. 올 시즌 아스널에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지만 그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박주영은 지난 1월 새로 둥지를 튼 왓퍼드에서는 두 경기(1선발 1교체)에서 총 75분을 뛰는 데 그쳤다. 홍 감독이 그리스전을 앞두고 박주영을 소집했을 때 일었던 비판의 목소리는 그 한 골로 잦아들었다.

그러나 박주영은 최근 오른쪽 발등에 생긴 봉화직염 치료를 위해 귀국하면서 또 다시 우려를 자아냈다. 치료 후 정상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한 달이면 충분하다는 진단이 내려졌지만 박주영에 그토록 집착해야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박주영이 소속팀에서 너무 오랫동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데다 월드컵까지 2개월도 안남은 상태에서 제 기량을 회복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홍 감독은 박주영을 브라질에 데리고 가겠다는 생각이 확고해 보인다. 우선 박주영 외에 골가뭄을 해결해줄 공격조합이 마땅치 않다는 게 홍 감독의 고민이다. 김신욱을 몇차례 원톱으로 세웠으나 만족스런 공격 패턴이 그려지지 않았다. 김신욱이 있을 때는 그의 머리를 보고 띄워주는 단조로운 공격흐름이 자주 나타났다. 이는 흐름은 한때 홍 감독이 김신욱을 발탁하지 않은 이유였다. 그러나 박주영은 그리스전에서 짧은 시간에 2선 선수들과의 연계, 뒷공간을 파고드는 능력, 정확한 패싱능력까지 모두 보여줬다. 홍 감독의 눈이 박주영에 꽂힐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11일 KBS의 월드컵 프로그램인 ‘따봉 월드컵’에 출연해 박주영 논란 등에 대한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홍 감독은 박주영 발탁과 관련, 자신이 내세웠던 원칙을 스스로 깼다고 시인했다. 홍감독은 “박주영 때문에 원칙을 깬 것은 사실”이라면서 “선수는 원칙을 지켰고, 감독 본인이 이 원칙을 깼다”고 고백했다.

홍 감독은 14일 간담회에서도 “앞으로도 박주영 선수는 대표팀 안에서 다른 선수와 특별한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언론을 포함한 무엇이든 월드컵 최종 명단에 든 선수로서 공평한 대우와 처세가 있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홍 감독은 오랫동안 박주영을 치켜보면서 그의 천재성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에 박주영을 대체할 만한 원톱 공격수가 없는 현실과 ‘축구 천재’가 이대로 꺾여서는 안된다는 안타까움이 홍 감독의 ‘박주영 구하기’ 이유가 아닐까. 다만 홍 감독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원 팀(One Team), 원 스피릿(One Spirit), 원 골(One Goal)’ 슬로건이 박주영 때문에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