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남주혁 “어릴 때 고생도 안 했을 것 같다는 얘기… 사실 정반대에 가까워요”

기사승인 2017-01-20 17: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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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배우 남주혁에겐 조력자 역할이 어울린다. tvN ‘치즈 인 더 트랩’에서 맡았던 권은택도,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13황자 왕욱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아니었다. 대신 주인공들 옆에서 작지만 눈길이 가는 그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선한 역할이었다. 지난 11일 종영된 MBC ‘역도요정 김복주’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주혁이 맡은 수영선수 정준형은 항상 복주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좋아하는 역할로, 그가 맡아온 기존 캐릭터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드라마 속의 모습이 실제 모습을 반영하는 건 아니다. 지난 12일 서울 토정로 한 카페에서 만난 남주혁도 그랬다. 외모는 방송에서 보던 그대로였지만, 인터뷰 내내 남주혁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감 있게 펼쳤다. 연기에 대한 욕심과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방영되는 동안 동시간대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던 낮은 시청률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처음 목표로 생각했던 건 좋은 작품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결과적으로 좋은 에너지와 행복한 기운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시청률이 아쉽다는 생각은 안 해요. 주변에서 사인 해달라는 얘기도 많이 들리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시청자들이 정준형의 캐릭터를 남자친구,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으로 갖고 싶다고 생각하게끔 감독님, 작가님이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드라마를 좀 더 길게 해서 풋풋한 모습들을 더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시간이 너무 금방 지나간 것 같거든요.”


남주혁이 아쉬워하는 이유가 있다. ‘역도요정 김복주’는 청춘들의 성장 스토리지만 로맨틱 코미디적인 요소도 함께 갖고 있다. 그런데 복주와 준형의 만남이 길지 않았다. 제대로 사귀는 모습을 보여준 건 4회밖에 안 된다. 그 마저도 다른 에피소드에 휩쓸려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제대로 된 연애를 마음껏 느끼지 못했다. 대신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한 건 티격태격하는 복주와 준형의 모습이었다.

“‘역도요정 김복주’가 다른 드라마에 비해서 애정 장면이 늦은 느낌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준형이와 복주가 알콩달콩 사랑하는 모습이 짧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각자의 캐릭터를 잘 쌓아왔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둘의 연애하는 모습을 더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복주를 놀리는 장면에선 어떻게 하면 미워 보이지 않고 귀엽게 놀릴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놀리는 장면이 워낙 많아서 내가 복주를 놀리는 건지, 성경이 누나를 놀리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었죠. 제 스스로도 장난치거나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다른 연기에 비해 편하게 잘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역도요정 김복주’는 등장하는 인물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드라마였다. 작은 조연이라도 한 명, 한 명이 모두 살아있는 것처럼 각자의 스토리가 존재했고 그것이 새로운 에피소드로 이어졌다. 남주혁이 연기한 정준형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인처럼 늘 복주 주위를 맴돌았지만, 그의 스토리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면도 많았다. 특히 15회는 통째로 정준형을 위한 회차였다.

[쿠키인터뷰] 남주혁 “어릴 때 고생도 안 했을 것 같다는 얘기… 사실 정반대에 가까워요”

“대본을 보자마자 준형이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건 15회라고 생각했어요. 이것만큼은 정말 내 걸로, 수영요정 정준영의 드라마로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죠. 대본을 계속 보면서 엄마와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감정을 깊게 생각하고 연구했어요. 덕분에 많은 분들이 칭찬해줄 만큼 좋은 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두 명의 어머니와 같이 밥 먹는 장면도 연기하면서 많이 슬펐어요. “엄마 물 좀”이라고 한 마디 했는데 친엄마와 큰엄마가 동시에 일어나는 장면이었어요. 짧은 순간이지만 정말 준형이가 돼버려서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어딘가에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아니 그보다 어려운 친구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남주혁은 자신이 바라는 것과 아쉬운 점들을 얼버무리지 않고 정확하게 표현했다. 연기에 대한 욕심도 크지만, 제대로 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선한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하는 남주혁의 모습을 보며 다음에 그가 보여줄 연기를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순수해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감사하지만, 너무 그렇게만 생각하진 않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남자다워 보이거나 섹시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도 크거든요. 저를 처음 본 분들이 겉모습만 보고 ‘어릴 때 고생도 안 했을 것 같다’는 얘기도 많이 하세요.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크진 못했어요. 정반대에 가깝죠. 어린 시절부터 ‘나는 잘 될 거야’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가 많이 힘들게 살았기 때문이에요. 학창시절을 그런 오기로 살았거든요. 지금은 힘든 시절을 잘 버티고 견뎌준 저에게 감사하게 생각해요. 제 자신에게 너무 대견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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