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서성학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 "사측, 협상대로 나와라"

기사승인 2017-05-19 10: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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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서성학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 [쿠키뉴스=송금종 기자] 서성학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은 사측의 ‘밀어붙이기 식’ 성과연봉제에 도입에 반발하며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금융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배당 논란에 대해서는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은행 발전을 위해서는 배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이 도입한 계좌유지수수료는 ‘돈 되는 사업만 하려는 전략’이라며 소신 발언도 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3월부터 일정 잔액 이하 신규계좌(오프라인)에 한해 수수료를 받고 있다. SC제일은행도 동일한 수수료를 받았다가 고객 반발로 폐지한 바 있다. 점포축소로 인한 국내영업 철수 설은 부인했다.

19대 대선 전 서 위원장을 만났다. 서 위원장은 초면인데도 반갑게 기자를 맞아주었다. 인터뷰는 그의 집무실에서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그는 노동계 현안에 대해 막힘 없이 풀어나갔다. 서 위원장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는 ‘신념불사’다. 노동자 인권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성과연봉제가 화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노동탄압이 심했다. 특히 금융은 ‘귀족노조’라고 해서 기득권을 챙기려는 모습만 비춰지는데 실제로는 저임금 근로자들이 많다. 대형 금융회사만 해도 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만병통치약인 것 마냥 강압하고 노동계와의 대안을 끊어버렸다. 우리도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려는 투쟁은 아니었다. 내부 계층을 잘 살펴보라는 의미에서 한 것이다.

금융은 KPI(핵심성과지표)라고 해서 과당경쟁이 심하다. 직원들은 주말도 없이 개인 실적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메이저 은행은 그들끼리 순위 경쟁을 한다. 고객이 적은 외국은행은 틈새시장을 노리고 경쟁을 또 해야 한다. 과당경쟁을 하면 고객이 피해를 본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 아닌 회사가 원하는 상품을 팔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제2의 키코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성과연봉제만 앞세울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노사가 금융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고배당(국부유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SC제일은행은 상장회사라서 당연히 배당을 한다. 투자자들이 배당을 받아야 영업도 활성화 되지 않겠나. 배당을 막는다 치자. 리스크 정책으로 조이고 신규 창출 안하고 점포 폐쇄해버리면 고통 받는 건 결국 직원들이다. 다만 배당을 하려면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 수익이 2600억 났는데 배당을 몇 천억 원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배당성향은 타행과 형평성을 유지해야 하고 배당한 만큼 투자도 같이 이뤄져야한다. 고객에게는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하고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처우를 개선하는 등 직원 사기도 같이 높여줘야 한다.

점포축소와 국내영업 철수 설이 들린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 방침에 따라 한국이 올해 절감해야 하는 비용은 300억 원이다. SC제일은행은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절감을 하고 있다. 국내 영업점은 이마트와 신세계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걸 포함해 250개 정도 된다. 그룹은 이 중 50개를 줄일 계획이었지만 노조반발이 심했다. 결국 협의 끝에 14~15개만 줄이기로 했다. 국내영업 철수 설은 전혀 근거가 없다. 오히려 한국에서 너무 잘 되고 있다.

계좌유지수수료 어떻게 보나
계좌유지수수료는 우량 고객만 받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씨티은행은 WM(자산관리)이나 PB(프라이빗뱅킹), 카드사업만 집중하려는 것이다. 이 제도가 확산되면 노인 등 금융취약계층은 수수료를 내지 않는 은행으로 몰릴 것이고 은행들은 이들을 관리하는 비용 부담이 몇 배로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계좌유지수수료는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비대면 활성화로 방문고객은 줄어들고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인력을 대체할 수단은 다양해졌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은행들은 고객이 계좌를 가지고 있으려면 수수료를 내게끔 유도할 수 있다.

향후 희망퇴직 계획 있나
최근 5년 사이 2000명 이상이 명예퇴직을 했다. 2015년에는 1000명 가까이 회사를 그만뒀다. 호봉제 선배직원들이 다 퇴사해서 젊은 지점장들로 세대교체를 했다. 타행에 비해 고참들이 은행을 살리려고 희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후배들 사이에서도 ‘한 번 해보자’는 열정이 싹트고 있다. 명예퇴직 계획은 없다. 창구에 인원이 없어서 2~3교대를 하고 있다. 오히려 인원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신규채용을 하도록 권하고 있다.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은
금융은 대한민국 맥줄이다. 금융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나라 자체가 무너진다. 새 정부는 노동계 현안과 사회적 이슈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성과연봉제와 쉬운 해고는 노사정이나 노동계 대표와 만나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산별체제도 빨리 복원돼야 한다.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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