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사각지대’ 낳는 부양의무자 기준, 문재인 정부서 폐지되나

기사승인 2017-05-22 12: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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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사각지대’ 낳는 부양의무자 기준, 문재인 정부서 폐지되나[쿠키뉴스=이소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에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42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행동(폐지행동)’은 2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약속했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기자회견을 열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동의했던 문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약속했던 공약의 구체적 실천계획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빈곤층이 수급을 받기 위해서는 부모·가족 등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권자에게 자녀 또는 배우자가 있는 경우, 부양비를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해 수급 대상에서 제외시키기도 했다. 

양승조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3~2015년 부양의무자 제도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탈락한 수급자는 3만7999명에 이른다. 지난 2014년 2월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던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른바 ‘송파 세모녀 사건’을 말한다. 어머니 A씨가 몸이 아파 식당 일을 그만두게 되며 소득원을 잃게 됐으나, 기초생활수급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A씨의 부양의무자였던 두 딸의 근로 능력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의 두 딸은 지병을 앓는 등 경제 활동을 할 능력이 없었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꾸준히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지난 2012년 8월21일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지하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및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무기한 농성을 펼쳐왔다. 지난 1월26일 발족한 폐지행동은 대선 후보들에게 정책요구안 등을 전달하며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정치권은 시민·사회단체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요구에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달 22일 ‘복지·노동·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 공공서비스를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하겠다”며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이르면 오는 7월 구체적인 폐지 계획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주거, 의료, 생계비용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 순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내용이 담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 임기 내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직접 폐지를 공약했다”면서 “민주당뿐만 아니라 다른 원내정당도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약속한 사항들이 이행되고 있다”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약도 꼭 지켜질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다만 이행 시기가 문제다. 문 대통령 임기 초반 2년 내에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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