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포착] 5G 시대 앞두고 논란의 중심에 선 ‘망 중립성’

기사승인 2018-10-2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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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아나운서 ▶ 전자 및 IT관련 주제로 진행되는 키워드 포착. 오늘도 쿠키뉴스 이승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승희 기자, 안녕하세요.

이승희 기자 ▷ 네. 안녕하세요. 키워드 포착의 이승희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이승희 기자, 오늘은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이승희 기자 ▷ 내년 3월 5G 인터넷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망 중립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망 중립성은 통신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의 망 이용을 차단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하는 것으로 인터넷을 전기나 수도와 같은 공공 서비스로 보는 개념인데요. 통신망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가 있는 공공재로 볼 것인지 아니면 통신사가 비즈니스를 위해 구축한 사유물로 볼지가 관건이자 논란의 중심입니다. 관련 내용 자세히 살펴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은 망 중립성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대해 살펴봅니다. 망 중립성이라는 게 한 마디로 인터넷 통신망이 중립적인 것이라는 건데요. 어느 누구도 인터넷 접속을 독점할 수 없으니 모든 사람들이 공정하게 제약 없이 인터넷 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거죠?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100GB의 트래픽을 일으키든 1GB의 트래픽만 일으키든 동일한 부담을 지게 되는 건데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가 매일 같이 사용하는 포털 사이트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로 ICP,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업체라고 하는데요. 이동통신사처럼 인터넷 망을 깔고 유무선 인터넷을 제공하는 업체의 경우 ISP, 인터넷 서비스 업체라고 합니다. 망 중립성 원칙을 따를 경우 ICP가 ISP에 지는 부담이 일반 개인 사용자가 지는 것과 동등해야 하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지금까지는 그렇게 해왔지만 최근 그 망 중립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거죠. 그럼 눈앞으로 다가온 5G 시대를 앞두고 망 중립성이 왜 문제가 되는 건지 그 이유도 알아볼게요. 

이승희 기자 ▷ 좀 어려울 수도 있는데요. 천천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내년 3월 우리는 5G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5G에서는 다양하고 수많은 형태의 서비스를 동시에 수용하기 위해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라는 개념을 핵심 근간 기술로 채택하고 개발 중인데요. 이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라는 건 이동통신과 초고화질 콘텐츠, 자율 주행차, 원격 의료, 사물인터넷 등 분야별 네트워크 용도를 구분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5G시대의 핵심 기술인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왜 문제되는 건가요?

이승희 기자 ▷ 현재의 망 중립성 원칙 하에서는 이 같이 새로운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왜 활용이 어려운 건지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이승희 기자 ▷ 5G 상용화 이후 원격 진료와 수술이 가능해지면 응급 상황에 따라 동영상이나 음성 통화 트래픽보다 원격 의료 트래픽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요. 재난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도 5G 드론을 띄워 현장 상황 정보를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망 중립성 원칙에 따르면 모든 트래픽을 차별 없이 순차적으로 내보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단순한 동영상 시청과 재난 대응 서비스 트래픽 간의 경중을 따지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5G 기술과 망 중립성이 충돌하게 되는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그 자체를 파악할 수 어렵게 되는 거군요. 그래서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제 찬반 의견 살펴볼게요. 먼저 망 중립성을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요?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속도가 생명인 5G 서비스에서 트래픽으로 인한 속도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망 중립성을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아무래도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최근 스마트 폰과 태블릿 PC의 보급으로 인해 무선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했기 때문에 통신 사업자들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의 부담이 크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이승희 기자 ▷ 네. 네트워크 구축 품질 유지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온전히 자신들이 부담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막대한 네트워크 투자비용과 유지비용은 물론 트래픽 증가로 인한 소비자의 불만까지 통신사가 감당하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업체도 일부 충당하고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를 접속 차단 혹은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통신사 외에 포털 사이트와 같은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업체도 일부 부담을 져야 한다는 거군요.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뒷받침되어야 할 부분들도 있을 텐데요.

이승희 기자 ▷ 네, 맞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인터넷 망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통신 사업자나 대규모 자본을 가진 일부 콘텐츠 사업자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리고 실제적으로 망 중립성이 폐지되거나 완화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도 있지 않을까요?

이승희 기자 ▷ 네. 어떤 정책이든 당연히 문제점도 있기 마련인데요. 우선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트업 혁신산업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가 탄생할 수 있었던 주요인 중 하나가 망 중립성 원칙이었기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만약 망 중립성이 완화되면 우리가 지금처럼 그런 콘텐츠들을 사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는 거죠?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자본력이나 콘텐츠 협상력이 없으면 망 사용료를 비싸게 지불해야 하고 결국 돈 있는 기업들만 고품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망 중립성 원칙은 SNS 등 거대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뒷받침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결국, 망 중립성의 변화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업체는 인터넷과 연관성이 깊은 IoT 기업들이 되는 거죠?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현재 일부 사물인터넷 기술 스타트업은 망 중립성의 존폐 문제로 인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요. 망 중립성이 사라진다면 자본금이 많은 대기업은 돈을 많이 지불하고 더 빠른 인터넷을 사용하면 되지만 신생 기업들은 그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아무래도 신생 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자본금이 적기 때문에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고 더 빠른 인터넷 망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겠죠.

이승희 기자 ▷ 네. 대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에 끼어들 틈이 없으니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데요. 대부분 신생 기업은 온라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망 중립성이 사라진다면 일부 대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하는 일이 생기게 될까요?

이승희 기자 ▷ 일부 전문가들 중에는 망 중립성이 사라지더라도 사물인터넷은 그렇게 심각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기기는 대부분 개인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대량의 트래픽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그러나 실시간 모니터링에 의존하고 있고 실시간 모니터링은 사물인터넷 장치가 서로 방해받지 않고 통신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합니다. 결과적으로 망 중립성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협은 사물인터넷 기기 간의 의사소통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망 중립성을 두고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금처럼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이승희 기자, 이미 망 중립성 폐지를 선언한 나라도 있다고요?

이승희 기자 ▷ 네. 미국은 지난 6월 망 중립성 원칙을 공식적으로 폐지했습니다. 동영상과 같은 대용량 콘텐츠가 증가해 망 사업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네트워크 부하가 일어났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폐지 판결을 놓고 치열한 법정 다툼이 이어지는 등 여전히 그와 관련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미국은 이미 망 중립성 원칙을 폐지했군요. 그럼 어떻게 폐지라는 결정까지 나게 된 건지, 그 배경도 살펴볼게요.

이승희 기자 ▷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미국연방통신위원회는 유선 인터넷 사업자뿐 아니라 무선 사업자에게도 강력한 망 중립성 의무를 부과하는 오픈 인터넷 규칙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 기조가 뒤집힌 건데요. 미국연방통신위원회는 지난 해 12월 유무선 인터넷 사업자를 정보 서비스 사업자로 재분류하는 인터넷 자유회복이라는 문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조치로 유무선 인터넷 사업자에게 부과됐던 망 중립성 의무는 사라지게 됐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정권 교체 후 오바마 행정부의 망 중립성 정책이 2년 만에 폐지가 된 건데요. 그러니까 이제 미국에서 통신망은 더 이상 공공재가 아닌 거죠?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망 중립성 폐지로 규제가 약해지면서 미국 통신사들은 합법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에 대한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 있고 특정 서비스를 차단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통신사가 SNS 등의 서비스 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망 사용시 추가 요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통신사가 특정 서비스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면 결국 통신사 자체가 소유한 서비스의 트래픽을 우대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거잖아요. 그럼 통신사가 자사 소유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밀어주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나갈 수도 있는 거네요?

이승희 기자 ▷ 네. 바로 지적해주셨는데요. 그렇게 해서 타 콘텐츠 업체를 견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통신사들은 자사 콘텐츠 확보에 노력해왔고 한 케이블 업체는 미국 지상파 방송사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또 관련 기업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 미디어 기업을 탄생시킨 사례도 있는데요. 결국 이런 통신사의 미디어 인수는 망 중립성 폐지와 맞물리면서 인터넷 환경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결국 인터넷 서비스 기업은 당장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텐데요. 트럼프 정부의 망 중립성 원칙 폐지 판결을 두고 미국 내에서는 반대하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요?

이승희 기자 ▷ 네. 트럼프 정부의 망 중립성 폐지 조치 이후 인터넷 사업자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거센 반대 운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욕시 등 28개 도시는 망 중립성 폐기 결정에 반대하는 청원서 2500만장을 법원에 전달했는데요. 각 주 정부들 역시 연방정부 결정에 반발해 자체적으로 망 중립성 관련 법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인터넷 망의 차별을 막고 정당한 인터넷 망 사용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의 결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건데요. 앞으로 상황 어떻게 달라질지 좀 지켜봐야겠네요. 이승희 기자, 그럼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같은 경우는 어떤가요?

이승희 기자 ▷ 유럽연합은 강력한 망 중립성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다만 5G 신기술이 망 중립성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이어 국내 상황도 살펴볼게요. 당장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결정된 바는 없는 거죠?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통신사를 기간 통신 사업자로 분류해 이용자 차별 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핵심 정책에 망 중립성 강화 정책을 내건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하지만 미국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미국 정부의 망 중립성 폐지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이승희 기자 ▷ 앞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가 망 중립성 유지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때문에 국내 망 사업자인 이동 통신사들은 미국의 결정이 당장 한국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에서도 미국의 정책 변경이 글로벌 트렌드라 보긴 어렵다면서 현재의 망 중립성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 통신사들은 향후 5G 상용화 이후, 미국의 망 중립성 폐지를 근거로, 우리나라에서도 망 중립성이 완화되기를 기대하는 모양새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주장을 내세울 수 있죠. 하지만 망 중립성이 곧 살 길이자 꼭 필요한 곳들도 있잖아요.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인터넷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망 중립성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습니다. 기존에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망 중립성 때문입니다. 콘텐츠 개발 및 사이트 운영 등에서 망 사용료에 구애받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망 중립성이 훼손되면 국내 인터넷 산업 발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은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죠. 그럼 정치권 상황은 어떤가요?

이승희 기자 ▷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망 중립성 폐지 법안을 내어 놓았는데요.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망 중립성 강화 법안을 내는 등 정치권에서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아직 관련 법안이 통과된 건 아니고 또 어떤 법안이 통과될지는 모르지만, 만약 망 중립성 원칙이 폐지된다면 우리 삶에도 영향을 주게 될지 궁금해요. 망 중립성의 존폐가 가계 통신비 부담과도 연관이 있을까요?

이승희 기자 ▷ 아직 그 부분에 대해 확답을 하기는 어렵지만 5G 상용화를 위해서는 이동 통신사들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급격히 늘어난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이 통신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망 중립성은 인터넷을 도로 전력과 같은 공공재로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망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도 차별 없이 망을 공공재처럼 이용할 수 있는데요. 5G 상용화를 앞두고 논란이 많은 만큼 앞으로도 통신사와 인터넷 콘텐츠 업체, 포털 사이의 망 중립성 논의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키워드 포착.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이승희 기자였습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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