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적폐 낙인' 에 골머리..."대통령 한 마디에 무너져"

정부 9대 생활적폐 '요양병원 비리', 적폐 낙인에 10만 요양병원인 치명타..."정부, 몰라도 너무 모른다" 토로

기사승인 2018-12-19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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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적폐 낙인' 에 골머리...

요양병원계가 최근 적폐 낙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8일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국의 10만 요양병원인은 적폐인가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는 1700여 명이 참여했다.

최근 일부 요앙병원의 사무장병원 설립, 보험사기, 환자 학대 의혹 등 비위 행위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요양병원계가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요양병원 비리'를  9대 생활적폐 중 하나로 선정해 적폐이미지까지 덧씌워진 상황이다.

또 복지부의 의료기관 시설기준 강화 조치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병상 간격 1m에 맞춰 기존 병상의 약 11% 줄여야하는 등 경영 상 어려움까지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지적이다.

청원자는 "별별 소리를 온갖 사람들에게 다 들어왔어도 꿋꿋이 버텨왔건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가 이렇게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며 "명예로움은 고사하고 보람도, 긍지도, 의지조차도 사라졌다. 전국의 10만 요양병원인들이 그 날 부로 적폐가 됐다"고 토로했다.

자신을 지방 중소 요양병원의 임원이라고 밝힌 이 청원자는 "요양병원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요양병원에 대한 차별정책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양병원을 좋게 보지 않는 사람은 '좋은 약을 쓰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포괄수가제(DRG)를 기반으로 거의 모든 환자의 병원비가 책정된다. 그러니 필요 이상의 적극적인 치료와 처치를 해드리기 어렵고, 비교적 저렴한 약물을 투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병실 당 환자가 많다, 감염관리나 시설 등이 취약하다 등 요양병원을 향한 세간의 평가에도 "의료법은 꾸준히 바뀌어왔다. 규정에 따라 벽을 허물고 세워서 실컷 맞춰두면, 몇 해 뒤에 또 다시 법이 개정되고, 또 다시 비난을 받는다. 물론 거기에 따른 비용은 온전히 병원의 몫"이라며 "차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복지부의 '의료기관 인증평가'도 요양병원만 의무 인증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혜택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노인 증가에 따른 의료비가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게되자, 요양병원을 적폐로 몰아 노인에게 주어질 의료 혜택을 없애려 한다. 그리고 퇴원당하는 어르신들을, 국가와 각 지자체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고 있다"며 "지자체에 맡길 경우, 예산 부족을 핑계로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 예산을 지급하지 않아도 그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와 내년의 수가 인상률을 더한 것이 요양병원은 3.8%이지만 의료기관이 아닌 요양원은 무려 15.95%가 올랐다. 최저임금은 2년 동안 28% 가까이 오른 반면, 요양병원 수가는 4%도 안 올랐다"며 "요양병원은 이렇게 어렵게 사정이 나아지기만을 바라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그런데 적폐라니 요양병원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정부에 일갈했다.

이날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이외에도 요양병원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원이 잇따랐다. 또 다른 청원의 청원자는 "요양병원이 전문성은 뒤질 지 몰라도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앞서간다"며 "지금 요양병원이 많은 줄 안다. 너무 많다고 생각하면 줄일 수는 있어도 적폐라고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요양병원 비리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요구하는 청원도 줄이었다. 지난 15일 모 방송사가 요양병원 비리, 학대 의혹을 보도한 이후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한 청원자는 "방송에서 밝힌 요양병원 백태를 보고 경악했다. 문제 요양병원에 철퇴를 내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필순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장은 "전국 1450개 요양병원 중 문제있는 병원은 10%도 안 된다. 그런데 요양병원 전체가 '적폐'로 매도당하고 있어 열심히 하는 나머지 90% 병원과 병원종사자들은 자존심에 심각한 치명타를 입었다. 생활적폐로 선정한 '요양병원 비리' 명칭은 적절하지 않다"며 "2014년 장성요양병원 화재 이후 요양병원들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인증평가를 통해 질 관리에 노력해왔다. 대다수 요양병원 현장은 적폐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협회도 회원 교육, 안내 등 자정노력을 하고 있지만 비회원 병원이 말썽이거나 단속권한이 없는 등 한계가 있다. 정부가 사무장 병원, 못된 요양병원 등 문제 병원을 강력하게 단속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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