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무릎에 자꾸 물이 차요. 어떻게 해야 하죠?”

기사승인 2019-05-01 11:12:08
- + 인쇄
금정섭 제일정형외과병원 정형외과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글: 금정섭 제일정형외과병원 정형외과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이모(67) 씨는 최근 여고 동창생과 봄 산행을 다녀왔다. 친구들과 꽃구경을 하니 다시 청춘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즐거운 시간도 잠시, 나들이 며칠 후부터 이상하게 한 쪽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하고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욱신거리는 무릎은 점점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수 일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 씨는 인근 정형외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무릎에 물이 찬 상태로, 퇴행성관절염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씨처럼 무릎에 물이 차는 부종 증상은 관절 내부에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 활액이라고도 불리는 관절액은 기본적으로 어느 관절이든 일정량 존재한다. 이는 관절의 윤활작용과 연골에 영양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관절에 손상이나 염증이 생기면 관절 내를 싸고 있는 활막이 면역반응을 하여 과다 분비되는 것이다. 활액 자체가 통증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릎에 찬 물을 빼내면 당장은 압력이 줄어들어 통증이 감소한다. 부종 현상은 외부 충격이나 노화로 인한 골관절염, 자가면역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또는 연골이 손상된 상태인 연골연화증 등 다양한 이유에 의해 발생한다. 

근본적인 치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적절한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한다. 특히 이 씨와 같이 초중기 퇴행성관절염에 해당될 경우, 조기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 상황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골 파열과 손상을 방치하면 이 또한 퇴행성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조기 치료를 시작할 경우 대개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호전이 가능하다. 무릎 통증을 방치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절 질환 초중기 증상에는 다양한 치료를 적용해볼 수 있는데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 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통해 근육을 강화하고 염증을 완화시킨다. 

약물치료는 대부분 내성이 없는 비마약성 진통제가 쓰인다. 하지만 너무 장기간 복용을 하면 위염, 위궤양, 위출혈, 설사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주사치료는 ‘연골주사’가 있다. 이는 관절액을 구성하는 히알루론산 성분을 무릎 관절 내에 보충해주는 치료법이다. 관절액의 질을 높이며, 뻣뻣한 무릎을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일시적으로 염증을 억제시키고 진통 작용을 한다. 

이외에도 소위 ‘뼈주사’라고 불리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항염 작용을 하는데 관절 안에 물이 차고 통증이 악화될 때 사용하면 1~2주 내 증상이 호전된다. 그러나 자주 맞을 경우 골 괴사 또는 통증악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급성기 통증 감소 목적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가 충분히 이뤄졌는데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관절내시경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관절내시경수술은 약 1㎝ 정도의 최소 절개로 초소형 카메라와 수술기구가 부착된 관 절경을 삽입하여 병변 부위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때 손상 부위를 직접 확인하면서 너덜너덜해진 연골을 절제 또는 봉합을 하거나 슬개골 관절 면을 고르게 하는 치료가 진행된다. 비교적 간단한 치료법이기 때문에 감염과 흉터가 적고 일상생활로 빠른 복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줄기세포 치료술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당뇨나 고혈압이 있거나 고령의 환자, 인공관절 수술이 부담스러운 초중기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적용하는 치료법 중 하나이다. 광범위한 연골손상 또는 인대나 관절에 병변이 있는 경우 다른 수술과 더불어 시행하기도 한다. 이 역시 관절내시경을 이용하여 무릎 관절 병변에 도포하는 원리로, 주위 조직을 재생하는데 도움을 준다. 

‘경피적 색전술’이란 것도 있다. 관절염이 생기면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으로 신생혈관이 생기는데 이는 아이러니하게 통증을 유발한다. 경피적 색전술은 통증을 일으키는 신생혈관을 색전물질을 이용해 차단하여 통증을 줄이는 시술이다. 기존의 약물 복용과 주사, 수술 등으로 치료가 어렵거나 통증 완화에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 주로 적용이 가능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절 치료 하면 인공관절수술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는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손상된 무릎 관절은 스스로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질환 초기에 자기 관절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무릎 통증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에게 여러 가지 치료옵션 중 자기에게 알맞은 것을 충분히 상담한 후 선택하기를 권한다.

정리=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