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머리망 ‘꾸밈 노동’ 지적에도 규제 여전

대형병원선 자율화 시작됐지만 로컬은 인식 저조

기사승인 2019-08-14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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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머리망 ‘꾸밈 노동’ 지적에도 규제 여전

# 왜 간호사만 여러 규정이 존재하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간호복, 간호화를 비롯해 머리망까지. 감염관리가 목적이면 의사에게 더욱 강력히 적용돼야 한다. 간호사만 문제지 늘.

# 머리망을 굳이 해야 합니까? 의사도 안 하고 외국 간호사들도 안 하는데. 혹시 간호사에게 머리망 씌우는 이유가 한국인임을 알리기 위해선가요?

간호사에게만 강요되던 ‘머리망’ 사용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두발자유를 선포하는 곳이 늘고 있는 가운데, ‘로컬병원’이라 불리는 1, 2차 의료기관 내에서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의 ‘머리망’ 사용 규정은 의료행위 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어 오던 관행이었다. 그러나 의사, 약사, 방사선사 등 의료기관 내 다른 직군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두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간호계는 머리망 사용이 의료감염 예방이 아닌 간호사의 단정한 이미지 때문에 생긴 규정이라고 지적하며, 일명 ‘꾸밈노동’을 강요하는 관행을 철폐하고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서울‧경기, 부산 등 지역의 대형병원에서는 간호사 복장규정에서 ‘머리망 사용’을 삭제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감염관리 차원에서 (간호사들이) 머리망을 착용했지만, 하지 않는다고 해서 간호 업무에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요는 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도 “복장규정에 따로 머리망 착용을 언급하고 있진 않다. 본인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 안암병원 관계자 또한 “머리망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은 없고, 묶는 등의 방식으로  단정하게만 하면 된다. 이러한 규정이 생긴 지 1년 이상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은 “올해 3월부터 머리망 자율화를 시행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고 다른 병원에서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 동참한 것”이라며 “다만, 감염 위험 등의 이유로 머리를 묶거나 깔끔하게 정돈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A 병원 관계자는 “머리망이 사라진 것은 오래전 이야기”라며 “요즘 그런 거(머리망)로 규제를 하면 난리 난다. 머리를 묶어야 할 정도로 긴 경우에만 단정하게 정리하자는 정도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로컬병원에서는 이제 막 두발 규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거나 인식 자체가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B 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청결을 위해 간호사를 비롯한 여직원들에게 머리망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최근 15개 대형병원에서 최근 두발 자율화를 시행하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 병원도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C 전문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뿐 아니라 많은 로컬병원의 경우 두발규제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다. 간호사들이 머리망 사용으로 탈모 등 불편함을 호소한다고 하는데, 변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머리망 등 두발 자율화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면서 “두발 규제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대형병원이나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의료기관에서 이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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