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재개발·재건축사업 골머리[기획]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현대건설…재개발·재건축사업 다 놓치나

기사승인 2019-11-0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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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의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 강북 재개발 사업의 양대산맥인 한남3구역과 갈현1구역 사업에서의 수주권 확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한남3구역에서는 입찰제안서 내용에 불법행위가 의심돼 정부와 서울시의 합동점검을 앞두고 있고, 갈현1구역에서는 조합 측의 일방적 입찰 무효화 및 입찰보증금 몰수에 따른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앞서 진행됐거나 진행 예정이었던 사업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당초 입찰에 들어가려 했던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재건축사업에서도 발을 뺐다. 또 과거에 진행됐던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주민들은 현대건설이 자신들에게 제시했던 공약들에 대해서는 이행할 조짐이 없으면서 새로운 사업지에는 더 좋거나 유사한 공약을 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남3구역 합동점검에 ‘조마조마’=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이번 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합동점검을 시행한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둘러싸고 현대건설을 포함한 건설사들의 위법 의심 사례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금품, 향응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에 제시한 입찰 제안서에는 ▲상가 조합원 인테리어 비용 5000만원 환급 ▲조합원 분담금 입주 1년 후 100% 납부 ▲직접대여 또는 신용공여를 통한 추가 이주비까지 LTV 70% 무이자 이주비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조합원 분담금 입주 1년 후 100% 납부’ 부분이 관련법령을 어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의혹들이 사실로 인정되면 조합이 현대건설이 납부한 입찰보증금 1500억원을 몰수할 수 있다.

이주비 대출 한도를 LTV 70%도 설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여타 단지와 달리 은행 대출 LTV 한도(40%) 초과분까지 시공사가 빌려준다는 얘기다. 과거 다른 재건축 단지에서 저리 대출 지원은 많았지만, 은행 대출 한도 초과분 지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 현대건설이 제시한 최저 이주비 한도 5억원 보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LTV 70%까지 설정했지만 최저 한도를 5억원으로 보증했다. 업계에서는 아직 감정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감정가액 5억원 미만 가구가 적지 않다고 보고, 지난 2017년 9월 반포 주공 1단지 1·2·4주구 수주전에서 논란이 됐던 무상 이사비 7000만원 지원과 같은 논란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국토부와 서울시 합동 점검은 약 3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점검반은 위반사항이 적발될 경우 행정처분이나 시정명령,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한남3구역의 입찰공고문에는 부정당 업자의 입찰을 제한하고, 국토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과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등을 위반할 경우 입찰 자격을 박탈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대건설, 재개발·재건축사업 골머리[기획]◇물 건너간 갈현1구역 재개발=현대건설의 고전은 서울 은평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은평구 갈현1구역 조합은 최근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한 현대건설 시공권을 박탈했다. 현재 현대건설은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원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앞서 갈현1구역 사업에 입찰제안서를 낸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로 두 건설사의 경쟁 구도로 경쟁이 이뤄졌다. 하지만 입찰 마감 이틀 후 롯데건설이 조합에 현대건설의 설계도면 누락과 공사비 예정가격, 최저 이주비 보장(2억원), 층고상향 규정 위반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조합은 긴급 대의원회의를 열어 현대건설의 입찰을 무효 처리했다. 

또한 문제 있는 입찰 제안으로 조합 사업일정에 차질을 야기했다며 현대건설 측에 입찰제한과 1000억원의 입찰보증금까지 몰수하겠다고 나섰다. 이번 조합의 결정으로 입찰 시공사가 롯데건설 하나로 줄어 경쟁입찰이 불가해 재입찰 공고를 다시 밟아야 한다.

현대건설은 이와 관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조합의 통보식 입찰 자격 박탈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게 핵심이다. 특히 재입찰 참여 자체를 가로막고, 1000억원 규모의 입찰보증금까지 몰수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과거 수주 ‘발목’ 미래 수주 ‘포기’=현대건설은 최근 한남3구역 합동점검에 대한 여파로 당초 입찰에 들어가려 했던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재건축 사업에서도 발을 뺐다.

업계에선 GS건설과 현대건설이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에 집중하면서 입찰에 들어오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정부의 최근 합동 특별점검이 건설사의 과도한 특화설계안에 초점이 맞춰 있어 입찰을 미뤘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조합원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최근 정부 관계기관과 행정기관에서 시공사 선정 입찰 과정에서 이례적인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특별점검에 따른 강도 높은 제재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 입찰 후 발생할 수 있는 논란과 관계기관의 전수조사, 법적 분쟁으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들의 재산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어 특별점검 결과 발표 이후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현대건설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주민들의 질타도 받고 있다. 과거 반포주공1단지에서 제시했던 공약들에 대해서는 이행할 조짐이 없으면서 새로운 구역 수주에는 더 좋거나 유사한 공약을 내고 있다는 게 이유다.

현대건설은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남3구역의 경우 이번 주부터 3주간 합동점검이 시작되는 만큼, 현재로썬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며 “나오는 결과에 따라서 입장이나 방향이 설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갈현1구역의 경우 현재 조합의 결정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이고,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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