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좀비랜드: 더블 탭’ 쉴 틈 없이 말하고, 경쾌하게 죽이는 미국 좀비물

‘좀비랜드: 더블 탭’ 쉴 틈 없이 말하고, 경쾌하게 죽이는 미국 좀비물

기사승인 2019-11-1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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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리뷰] ‘좀비랜드: 더블 탭’ 쉴 틈 없이 말하고, 경쾌하게 죽이는 미국 좀비물

10년 뒤에도 살아남았다. 영화 ‘좀비랜드’ 시리즈도, ‘좀비랜드’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2009년 개봉한 ‘좀비랜드’ 이후 10년 뒤의 시점에서 시작하는 영화 ‘좀비랜드: 더블 탭’(감독 루벤 플레셔)은 여전히 꿋꿋하게 살아남은 네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밖엔 좀비들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이들은 백악관에서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낸다. 그러던 중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와 위치타(엠마 스톤)는 결혼 문제로 갈등을 빚고, 리틀록(아비게일 브리슬린)은 아버지처럼 사사건건 잔소리하는 탤러해시(우디 해럴슨)에게 질린다. 그렇게 위치타와 리틀록이 떠난 후 백악관에 새로운 인물 매디슨(조이 도이치)가 발을 들여놓는다.

‘좀비랜드: 더블 탭’은 영화 ‘베놈’ 감독과 ‘데드풀’ 각본가가 만나 탄생한 작품답게 내레이션이 많고 경쾌하다. 액션보단 말이 더 많은 이 영화는 좀비 장르의 클리셰를 하나씩 부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등장 인물들에게 어슬렁거리는 좀비나 멸망한 세상은 걱정거리가 아니다. 좀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놓치는 게 더 두렵다. 제목부터 좀비 장르를 표방한 영화지만 정작 좀비를 잡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좀비와 싸우는 순간이 결국 하이라이트가 되는 독특한 구조를 자랑한다.

덕분에 새로운 좀비 T-800의 존재도 강렬하지 않다. 좀비의 이름이 각각 붙여져 있을 정도로 그들의 캐릭터 역시 하나의 소재가 되지만, 정작 영화에선 액션을 위한 도구 정도에 불과하다. 영화 속 대부분의 액션은 눈을 가릴 정도로 잔인하고 끔찍하다. 좀비를 더 잔인하게 죽이는 경쟁을 다룰 정도로 영화는 잔혹함을 아무렇지 않게 희화하한다. 또 역대 미국 대통령과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 등 미국 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유머 코드가 많고 그 방식 또한 미국적이다. 영화의 코드가 맞지 않는 관객은 끝까지 불편해할 가능성이 높다.

1편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초반부에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10년 전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듯 각자의 캐릭터를 거칠고 빠르게 요약하는 선택 역시 ‘좀비랜드’ 답다. 15세 관람가. 13일 개봉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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