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의 아시아 쿼터, 성공할 수 있을까

KBL의 아시아 쿼터, 성공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0-05-29 06:00:00
- + 인쇄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프로농구에 아시아 쿼터 제도가 도입된다.

프로농구연맹(KBL)은 27일 서울 서초구 KBL 센터에서 제 25기 제 3차 임시총회 및 제 7차 이사회를 개최해 2020~2021시즌부터 아시아 쿼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아시아 쿼터는 일본의 B-리그에서 뛰는 일본 선수(귀화, 이중국적, 혼혈 선수 제외)를 대상으로 하며 구단 자율 영입으로 진행된다. 각 팀은 선수 1명씩을 보유할 수 있다. 아울러 국내 선수의 일본 B-리그 진출 또한 가능하다. 향후 KBL은 일본을 넘어 중국, 필리핀 리그와도 교류 활성화를 통해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시아 쿼터에 대한 논의는 1년 전부터 이뤄졌다. 지난해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 B-리그의 오오카와 미사아키 총재가 방문을 했고, KBL 이정대 총재와 만나면서 이야기가 오갔다. 이후 양 리그는 협약식을 체결하며 아시아 쿼터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 필리핀과 중국은 이미 아시아 쿼터제 활성화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필리핀과 중국에서는 이미 아시아 쿼터가 활성화 돼있다. 

먼저 필리핀프로농구(PBA)는 자국 선수들 외에도 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뛰고 있다. PBA의 경우 리그제가 아닌 3번의 컵대회로 시즌이 진행되는데, 1차 대회(필리핀 컵) 2차 대회(커미셔너 컵)와 달리 3차 대회인 거버너스 컵에는 아시아 쿼터제가 시행되고 있다. 특히 거버너스 컵은 196.5㎝ 이하의 선수들만 뛸 수 있어 신장이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은 아시아 선수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 선수들 중에서도 필리핀에 진출한 선수가 있다. 2015년에 김지완(전주 KCC)이 히네브라 소속으로 대회에 참가했으며, 2016년에는 이관희(서울 삼성)가 피닉스 퓨얼 마스터즈에서 뛴 적이 있다.

중국프로농구(CBA)는 각 팀 당 한 명의 아시아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이 때 아시아 선수는 외국선수 2명에 포함되지 않는다. 총 3명의 외국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셈이다. 하메드 하다디, 파디 엘 카티브, 자이드 아바스, 오가 유코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농구 선수들이 중국 무대를 누볐고, 한국 선수 중에선 김영옥, 정선민 등이 중국에서 활동한 바 있다.

일본은 차기 시즌부터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 대한 아시아 쿼터제를 실시한다.


▲ K리그서 10년 넘은 ‘아시아 쿼터’

이번에 첫 선을 보이는 KBL과 달리 K리그에서는 2009년 아시아 쿼터제가 도입됐다.

이전까지 아시아 쿼터제를 시행하기 전에는 아시아 선수도 외국인 선수에 포함됐지만, 아시아 쿼터를 도입를 시작하면서 구단은 최대 4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 됐다. 구단들은 외국 선수 활용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샤샤, 제파로프, 쿠니모토, 타가트 등 새로운 스타들이 K리그 무대를 누비게 됐다.

하지만 호주와 일본,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을 제외한 국가의 선수들을 K리그 팀들로부터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2020시즌 K리그1(1부리그) 기준으로 호주 선수는 5명, 일본 선수가 3명, 우즈베키스탄 선수가 4명으로, 12개 팀이 3개의 국가 선수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런 현상을 막고자 프로축구연맹은 올해 동남아 쿼터를 신설해 최대 5명의 외국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까지 동남아 선수를 영입한 선수는 단 한 팀도 없다. 동남아 선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KBL의 아시아 쿼터, 성공할 수 있을까

▲ KBL에 최초로 시도되는 아시아 쿼터 '기대반-우려반'

KBL은 아시아쿼터 도입을 통해 국내 프로농구 경쟁력 강화, 글로벌 시장 확대, 선수 육성 및 마케팅 활성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적극적인 투자로 선수 육성에 힘을 쓰고 있다. 혼혈 선수 루이 하치무라(워싱턴 위저드)와 와타나베 유타(멤피스 그리즐리스) 등이 미국프로농구(NBA)에 진출했다. 일본의 선수 육성법을 눈앞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양국 리그를 오가는 선수들이 많아짐에 따라 팬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마케팅 효과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중계권 사업도 가능해질 수 있다.

국내 선수들도 더 넓은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프로 진출에 실패하거나 일찍이 은퇴를 결정한 선수들은 3X3로 무대를 옮기거나, 농구계를 떠나 제2의 삶을 시작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무대가 생겼다. 특히 일본의 B-리그는 3부리그까지 존재해 KBL에서 활동하지 않는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먼저 아시아 선수의 연봉은 현재 외국인 선수처럼 따로 책정되지 않고 국내 선수 샐러리캡에 포함된다. 10개 구단들은 매 시즌 25억원이라는 금액 안에서 선수단을 운영한다. 대다수의 구단이 매 시즌 샐러리캡을 거의 소진하기에, 수준급 선수를 당장 영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올 시즌 프로농구는 FA 시장이 마감되면서 시즌 준비를 사실상 마친 상태다. 이미 전력이 어느 정도 구축돼 있는 상황에서 추가 영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10개 구단 중 일본 선수 영입 의사를 보인 팀은 원주 DB를 제외하면 딱히 없다. 일본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구단들이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일본 선수 영입 시 추가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기존 외국 선수의 통역가 외에도 일본 선수를 위한 인원을 추가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밖에 숙소, 마케팅 등 기존에 책정한 예산에서 지출해야 할 금액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적은 금액으로 운영되는 프로농구에서 위험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 총재 부임 이후 KBL은 많은 변화를 꾀하며 프로농구의 인기를 소폭 끌어올렸다. 이번 아시아 쿼터제 역시 프로농구의 저변 변화를 위해 도입됐다. 긍정적인 요소 만큼 부정적인 요소도 다수 있다. 과연 프로농구가 이번 아시아 쿼터를 통해 새로운 장을 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