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어려워요"...코로나발 학습부진 어쩌나

원격수업 늘리니 '미디어 중독' 부작용...집중력 떨어지고 사이버폭력 노출도

기사승인 2020-11-25 0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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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만 쿠키뉴스 디자이너.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4학년 담임교사 A씨(30)는 최근 1학기 기초학력향상도 검사 결과를 보고 걱정이 깊어졌다. 예년보다 쉬운 문제들로 구성돼 있었음에도 학습 부진 기준인 60점을 간신히 넘는 아이들이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는 아이들이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유독 올해 성취도가 낮은 아이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학교 현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면수업이 줄고, 원격수업이 다시 늘면서 학습의 맥이 끊길까하는 우려다. 또한 미디어 사용시간이 길어지면서 나타나는 스마트폰 중독, 사이버폭력, 자살생각 등 관련 부작용도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상향했다. 2단계 기준에 따라 학생들의 등교수업 일수도 달라진다.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는 전체 학생의 1/3만이 등교 수업을 받을 수 있고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의 경우 기존의 2/3 기준이 유지된다. 

수능 일주일 전인 26일부터는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원격수업에 들어가고, 2단계 적용을 안 받는 지역도 시도 교육청 자율로 원격수업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의 경우 1.5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일주일에 이틀만 재택으로 원격수업을 들었다면, 이날부터는 일주일에 하루만 등교하고, 나머지 4일은 원격수업을 받게 된다.

갑작스러운 단계 상향으로 등교일수가 줄자 학교 현장은 원격수업 대응 등으로 분주한 상황이다. 다만, 원격수업의 한계를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중학교 1·2학년 학생을 가르지는 경기도 의왕시의 한 중학교 교사 B씨는 “원격수업은 대면수업보다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이들이 초상권을 이야기하면서 출석 확인 때 외에는 원격 화면에 얼굴을 안 비추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교사는 수업을 듣는지 안 듣는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미디어 접촉시간 증가로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높았다. B씨는 “이전에는 아이들이 부모님의 허락을 구하거나 눈치를 봤다면 원격수업을 시행한 이후에는 가정 내에서 마음껏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된 셈이다. 그러나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을 봐야 하다보니 집중력 저하는 물론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염려될 수밖에 없다”며 “1학년 학생들이 '친한 친구가 없다'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최근 사이버 폭력건수가 늘었다는 교육청 등의 안내가 내려오기도 하는 등 걱정되는 점이 많다”고 했다. 

실제 원격수업 전환 이후 학생들의 미디어 접촉시간은 기존보다 증가했다. 대한민국한림원이 전국 만 15~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 전환 후 학생들의 미디어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청소년의 65.5%가 온라인 수업 전환으로 인터넷‧미디어 사용이 늘었다고 답했으며, 특히 스마트폰 사용과 동영상 시청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의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4.67점(2시간 이상~3시간 미만)이었지만, 온라인 수업 전환 후 5.18점(3시간 이상~4시간 미만)으로 평균 1시간 정도 늘었고, 동영상 시청은 평균 3.30(1시간 이상~2시간 미만)에서 4.01(2시간 이상~3시간 미만)점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사용시간이 늘면서 미디어중독, 자살생각, 사이버폭력 등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 전환 후 자살생각을 경험한 청소년은 전체의 20%, 사이버 폭력을 경험은 48.3%로 나타났다. 이는 온라인 수업 시행 전인 지난 2019한국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 및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한국청소년패널조사) 결과, 자살생각 13.1%, 사이버폭력 경험 19%와 비교했을 때 크게 높아진 수치다.

과도한 미디어 접촉은 뇌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중학교 2·3학년 학생 14명(실험군 7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70일 동안 안 쓰기 실험’ 전후를 비교한 결과, 스마트폰을 절제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자기조절과 충동 조절 능력, 작업 기억 능력과 연관된 전두엽 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험군에서 주중 1시간, 주중 2시간의 PC사용은 허용했다.  

비교 연구를 진행한 김은주 연세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변수와 있는 연구이긴 했지만 스마트폰 사용을 절제한 그룹에서 전두엽기능이나 집중력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스마트폰을 안 쓰게 되니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수면시간도 2시간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뇌기능 개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현장에서는 청소년들이 미디어를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터넷 환경 상 접촉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극적 콘텐츠에 노출될 우려가 커진다. 더욱이 청소년기는 전두엽이 미성숙해 충동성향이 높고 중독물에 빠져들 위험이 크다"며 "학습능력은 미래의 만족을 위해 현재의 만족 지연하는 인내심과 이를 위한 계획 설정, 그리고 다양한 정보를 통합해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인데, 미디어의 즉각적인 만족만을 추구하다보면 자연히 학습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디어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친구나 선생님과의 쌍방향 소통을 늘리는 것이 좋다. 또 집에서라도 신체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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