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수능]‘코로나 수능’에 마음 졸이는 수험생…“시험장 방역구멍 불안해요”

기사승인 2020-11-30 0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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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수능]‘코로나 수능’에 마음 졸이는 수험생…“시험장 방역구멍 불안해요”
▲수능을 앞두고 노량진 입시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김희란·정유진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각한 가운데 수능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수능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학생들은 예년보다 더 큰 긴장감 속에 수능을 대비하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서다. 29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450명 늘었다. 지난 25일부터 500명 대였던 확진자 수가 나흘 만에 400명대로 떨어졌지만, 이날 검사 건수가 직전 평일 대비 7000여건이 줄은 만큼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코로나19 확진 대입 수험생은 21명, 자가격리자는 144명이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의 가장 큰 걱정은 수능 당일 ‘방역 구멍’이었다. 앞서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수능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자가격리자와 유증상자도 ‘별도시험실’에서 시험에 응시하게 된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여전히 감염자와 같은 공간에서 시험을 치를까 염려하고 있었다. 재수생 류모(23)씨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엄청난데 수능 날 한 공간에 모여서 시험 보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라고 밝혔다.

수험생 이모(19·여)양도 “무증상 환자와 같이 치를 수 있다는 게 가장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 21일 치러졌던 중등교원 임용시험에서 응시자 한 명이 일반 시험실에서 시험을 친 뒤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다른 수험생 안모(19·여)양 역시 “코로나19에 걸렸는데도 해열제를 먹고 일반 시험장에 들어오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 같다”면서 “그런 사람들과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있고, 심지어 함께 밥을 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다”고 호소했다.

낯선 시험 환경 역시 수험생에게는 큰 불안 요소였다. 고등학생 이모(19·여)양은 “시험 당일 조금이라도 열이 나면 격리돼서 시험을 치러야한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어 더욱 염려 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정모(19·여)양은 “국어 등 특정 과목은 시험 특성상 문제지를 앞뒤로 왔다갔다 넘기며 풀어야 하는데 수능장에서 가림막이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2021학년도 수능]‘코로나 수능’에 마음 졸이는 수험생…“시험장 방역구멍 불안해요”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사진=박태현 기자
불안한건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행여 코로나19로 인해 입시에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 하고 있었다. 학부모 김모(49·여)씨는 고3 자녀에게 혹여 코로나19를 옮길까봐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김씨는 “수험생 자녀를 배려해 지인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있다. 나머지 가족에게도 불필요한 외부활동 자제령을 내렸다”면서 “집에서 이뤄지는 과외수업도 철저히 마스크를 쓴 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안모(51·여)씨는 ‘수능 후’도 문제라고 말했다. 안씨가 이토록 걱정하는 것은 수능뿐만 아니라 수능 이후 치러지는 수시논술을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일부 대학들은 코로나19에 확진될 경우 논술 시험을 볼 자격을 박탈한다는 조항을 내걸었다. 안씨는 “수능을 치고 난 뒤 바로 대구에서 서울로 이동해 시험 쳐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코로나에 걸리지는 않을지, 6개의 논술 시험을 다 치러낼 수 있을지 겁이 나서 요새 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일각에서 수능 연기를 요구하는 데 대해 수험생들은 난색을 표했다. 정양은 “예년보다 수능이 2주나 밀린 이 상황도 너무 지치고 힘든데 더 연기될까봐 걱정된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수험생 김모(19·여)양도 “갑작스럽게 수능이 미뤄지면 수시 논술과 면접 일정도 밀리게 된다”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교육부도 역시 수능을 연기 없이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당국은 ‘안전한 수능’을 위해 지난 19일부터 2주간 ‘수능특별방역기간’을 실시하고 있다. 학원, 스터디카페, PC방, 노래연습실 등 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시설의 방역을 강화하고, 수험생이 다니는 학원과 교습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명칭과 감염 경로 역시 공개하고 있다. 또 수험생이 수능 전날 진단검사를 받을 경우 당일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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