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표준코드' 업계 부담 우려…"속도조절 필요해"

최혜영 의원실, ‘의료기기의 안전한 사용­유통관리 시스템 긴급점검 정책토론회’ 개최

기사승인 2021-04-09 15: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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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표준코드' 업계 부담 우려…
전영철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TF 고문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의료기기의 안전한 사용 유통관리 시스템 긴급점검’ 정책 토론회에서 '의료기기 표준코드(UDI) 본격 시행을 계기로 본 의료기기 유통혁신 달성의 선결요건과 제언'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1.04.09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의료기기 표준코드(UDI)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시행 속도를 조절하고 구매자의 우월적 지위 행사 관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의료기기의 안전한 사용­유통관리 시스템 긴급점검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UDI 제도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과 의료기기 제조·유통·사용 환경을 반영한 제도 보완 필요사항을 공유하고 개선책을 논의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전영철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TF 고문은 ‘의료기기 표준코드(UDI) 본격 시행을 계기로 본 의료기기 유통혁신 달성의 선결요건과 제언’이라는 제목의 주제를 통해 제도 실효성 강화 방안을 제언했다. 

참고로 UDI는 의료기기 제조부터 판매‧사용‧폐기까지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도록 개별 제품 관련 정보를 망라한 고유 코드다. DI(device identifier)와 PI(product identifier) 등으로 구성됐다. 현재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에서 시행 중이며 전주기적인 의료기기 유통관리 체계 확립으로 안전한 의료기기 사용 환경을 조성한다.  

이 제도는 위해 의료기기 소재를 파악하고,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으로 인한 집단감염, MRI‧CT‧내시경 등 중고의료기기 공급 및 유통 현황파악의 어려움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9년 7월 1일 도입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기기 등급별로 UDI 부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으며 올해는 전체 의료기기의 70%를 차지하는 2등급 제품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UDI는 의료기기의 부적절한 판매와 사용‧재사용을 방지하고 국민 건강과 안전에 이바지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UDI 확대시행에 따른 행정비용이 증가해 영세업자들의 부담이 늘고 있고 유통 구조의 현실과 관행에도 맞지 않다는 게 전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4월 협회 차원에서 실시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영향’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재정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매출이 20% 이상 감소한 업체는 51%. 매출 50% 이상 감소 업체는 20%, 매출 70% 이상 감소 업체는 5%에 달했다”며 “이로 인해 UDI(3등급) 및 공급내역보고(4등급) 시행일 유예를 원하는 업체 비율은 91.7%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이어 “UDI 관련 정보 입력 과정에서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추가적 비용이 발생하는데, 여기에 매출 감소까지 이어져 영세업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 진정 여부에 따라 UDI 시행확대 속도 연동을 검토해야 한다. FDA는 1등급 의료기기에 대한 UDI 유예기간을 기한연장 요청 없이 추가로 연장하고, EU도 MDR 시행일을 1년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 위원은 사용 전 멸균 이식용 의료기기의 경우 바코드 사전 부착이 어려워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은 “현재 UDI는 의료기기 공급 방식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형외과 수술기기 세트(loaner set)와 같은 사용 전 멸균 이식용 의료기기는 교통사고와 같은 사고 발생 후 급하게 사용되는 특성 때문에 공급방식이 조금 독특한 편”이라며 “크기별로 수백개, 수천개나 되는 이식형 의료기기를 한꺼번에 병원에 제공하면 환자 상황에 따라 맞는 사이즈를 선택해 사용하고, 쓰지 않은 것은 다시 반납하는 시스템이다. 결국 최초의 멸균 포장이 제거되는 상태인데 이런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바코드를 새로 부착하고 공급내역을 보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공급 방식이 독특한 기기에 대해서는 정부 해석과 관련한 규정, 대안 마련 등이 충분히 논의되고 선행돼야 한다. 특히 해외 제조의 경우 해당 국가와 우리 정보의 정보 요구랑 차이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전 위원은 구매자(간납)의 우월적 지위 행사 관행도 UDI 제도 실효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간납업체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UDI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제는 방치할 수 없는 사안이 됐다. 구매자 측에서 식약처 허가사항과 맞지 않는 소분판매를 요구하고 있고 공급내역보고 의무를 떠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예방‧철폐할 수 있는 법적,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 최혜영 의원실이 대표발의한 ‘의료기기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의 조속 처리와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위원은 “UDI는 대한민국 의료기기 유통구조에 있어 혁명에 준하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UDI의 신속한 추진의 이면에는 간납 등 구매자의 우월적 지위 행사 등 관행과 풍토의 문제, 개별 상황에 따른 문제들이 상존해 있다. 문제 예방과 해결을 위한 제도적 보완을 비롯해 코로나19 등 외부 환경 변화를 감안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성공적인 유통혁명의 선결 조건은 정부-구매자-판매자간 삼위일체”라며 “정책 시행 전방에 대한 환경변화와 상황 그리고 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될 기회와 통로가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