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슬라이더를 다시 꺼낸 이유는

기사승인 2021-09-07 07: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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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슬라이더를 다시 꺼낸 이유는
AP 연합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봉인했던 슬라이더를 다시 꺼냈다.

류현진은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리그’ 뉴욕 양키스전에 선발 등판해 80구를 던지며 6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토론토가 양키스에 8대 0으로 이기면서 류현진은 시즌 13승(8패)째를 기록했다. 지난 8월 22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 이후 2경기 연속 패전을 떠안었던 류현진은 16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3.92에서 3.77로 소폭 하락했다.

류현진은 이날 구속이 평소에 비해 오른 모습이었다. 이날 최고구속은 93.9마일(약 151.1㎞), 평균 구속은 91.8마일(147.7㎞)로 올 시즌 평균 기록보다 약 2마일 높았다.

구속이 높아지면서 변화구의 위력은 배가 됐다. 특히 류현진의 주무기인 커터는 평균 구속 89.9마일(144.7㎞)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의 커터는 평소보다 꺾이는 각도가 더 높았다.

류현진은 경기가 끝난 뒤 이를 두고 “오랜만에 빠른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고 설명했다. 베이스볼 서번트는 구종 분석 지표에서 커터로 표기했지만,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슬라이더라고 밝혔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넘어온 이후 슬라이더 보다 커터를 주로 사용해왔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의 통산 커터 비중은 25.4%인 반면 슬라이더는 0.6%에 불과하다.

류현진은 2017년 커터를 장착한 이후에는 거의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았다. 2014년 고속 슬라이더를 던지던 당시 어깨가 많이 손상돼 구종을 거의 봉인했다. 가끔 타자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1회성으로 슬라이더를 던진 경우는 있지만 거의 사용하질 않았다.

커터와 슬라이더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커터는 슬라이더 보다는 각이 작고, 투심 패스트볼 보다는 각이 크다. 또한 구속은 커터가 슬라이더에 비해 약 2~3마일 정도 높다.

류현진은 이점을 파고들었다. 커터를 던질 타이밍에 고속 슬라이더를 던져 상대에게 혼동을 줬다. 양키스 타자들은 생소한 류현진의 고속 슬라이더에 대응을 하지 못했다. 몸쪽으로 파고드는 고속 슬라이더에 양키스 타자들은 배트를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했다. 류현진은 고속 슬라이더에 간간이 커터를 섞어던져 카운트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여기에 전매특허인 체인지업의 위력도 배가했다. 류현진은 빠른 볼과 체인지업을 절묘하게 섞어 땅볼 타구 8개와 병살타 1개를 유도해 화근을 확실하게 잘랐다.

류현진은 이날 슬라이더를 던진 이유로 팀 동료 로비 레이를 언급했다. 레이는 올 시즌 11승 5패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올라섰다.

류현진은 “지난 경기(1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부터 (빠른 슬라이더를) 던지기 시작했는데 오늘 경기에서 더 효과적이었다”라며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레이를 보며 많은 공부를 했다. 슬라이더는 나도 던질 수 있는 구종인데 좀 더 활용도를 높이면 좋을 것 같았다”고 언급했다.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