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13년만에 최대폭 상승...‘아파트 대신 오피스텔이라도’

수도권 집값 13년만에 최대, 전셋값 올해 최대 상승
정부 오피스텔·생활주택 규제 완화로 수요 분산
단기공급확대 기대 속 난개발·규제회피 악용 우려

기사승인 2021-09-16 06:00:43
- + 인쇄
집값 13년만에 최대폭 상승...‘아파트 대신 오피스텔이라도’
정부는 도심내 오피스텔과 생활주택 규제를 올해 안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쿠키뉴스DB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정부는 집값이 13년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하자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규제를 완화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생활 가능 면적을 넓혀 주택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목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두고 주택공급을 단기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난개발과 규제회피에 악용돼는 부분을 경계할 것을 당부한다.

16일 부동산중개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생활숙박시설 등 비아파트는 이달 14일까지 7만9775가구 공급됐다. 이 가운데 40㎡ 이하 면적이 전체의 79.66%(6만3553가구)를 차지했다. 40㎡를 넘어서는 면적은 20%에 불과한 수준이다. 정부는 공급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단기간에 공급이 가능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까지 꺼내든 배경에는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수도권 주택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매매가격은 1.29% 상승해 전월(1.17%)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13년만에 수도권 집값이 최대폭으로 올랐다. 

전셋 시장도 심상치 않다. 8월 수도권의 전셋값 상승률은 0.84%로 전월(0.79%)보다 0.05%포인트 올라 올해 최고 상승률을 경신했다. 특히 전셋값 상승은 전세집을 구하지 못하거나 올라간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 한 임차인들을 만들어냈고, 이들은 반전세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 지난달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계약일 기준) 1만2567건 중 월세가 포함된 계약은 39.4%(4954건)를 기록했다. 이 역시 올해 가장 높은 수치다.

집값 13년만에 최대폭 상승...‘아파트 대신 오피스텔이라도’
자료 국토부 제공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의 아파트화

정부는 일단 주거형 오피스텔과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거주 면적을 확대해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이를 위해 주거용 오피스텔의 난방면적을 11월까지 전용 85㎡에서 전용 120㎡까지 확대한다. 현재 85㎡까지만 허용되는 바닥난방 면적을 120㎡ 늘려 3~4인 가구도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은 허용면적을 12월까지 50㎡에서 60㎡로 늘리고, 방2개에서 방4개까지 공간을 구성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단 확장된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은 전체세대의 3분의1 이하로 제한한다. 주차장이 부족한 도시형생활주택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입주 지역의 주차난이 발생하는 등 생활인프라 부족 문제를 우려해서다.

여기에 점점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거형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해서는 대출 규제도 완화해 주기로 했다. 오피스텔(4000만원→6000만원)과 도시형생활주택(5000만원→7000만원)의 주택도시기금 대출한도를 높이고, 금리를 최저 2.3%까지 낮추기로 했다. 정부는 이러한 단기주택 공급 방안이 도심내 집값과 전세난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집값 13년만에 최대폭 상승...‘아파트 대신 오피스텔이라도’
무분별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완화는 공급지역 주차장 등 생활인프라 부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단기공급 기대되지만 난개발에 규제회피 우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주택 단기간에 공급에 일조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조기 공급을 통해 향후 2~3년간 서울과 수도권, 지방광역시 등 도심의 주택공급을 단기 확대하는 효과와 전세시장의 공급원으로써도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의 입주물량(예정포함)은 전용면적 40㎡이하가 전체 공급의 79%를 차지해 3~4인을 위한 주거수요에 대응하지 못했지만 향후 60㎡~85㎡이상 면적유형의 공급이 증가하면서 아파트의 대체재 역할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은 도심 역세권이나 대학가, 업무지구 주변의 짜투리 땅에 들어설 경우 1-2인가구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며 “미니아파트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파트에 비해 인허가가 간편해 빠른 속도로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조기 공급확충 및 전월세 수요 분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규제 완화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이 난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의 관리감독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함 랩장은 “청약통장 없이 청약금만으로도 청약이 가능하고 당첨이후에도 전매제한 및 실거주 규제가 없어 분양시장의 투기적 가수요 유입이 우려된다”며 “다주택자의 진입허들이 높은 대출, 세제, 청약 등 아파트의 규제를 회피할 목적의 풍선효과 부작용을 주의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바닥난방 허용면적이 실사용 기준 120㎡까지 확대될 경우 오피스텔이 아파트에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를 회피하는 방안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수요자 입장에서 오피스텔과 아파트의 차이를 못 느끼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도심 내 비아파트 까지 포함해 주택공급을 늘리려는 정부의 정책기조를 높게 평가하지만 난개발 예방을 위해 이번에 제시된 방안들이 실행에 앞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