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훈 “첫사랑 같은 ‘당소말’,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10-04 17:39:08
- + 인쇄
남태훈 “첫사랑 같은 ‘당소말’,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쿠키인터뷰]
배우 남태훈.   사진=박효상 기자

KBS2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에서 주인공만큼 눈에 띈 인물이 있다. 겨레(지창욱)에겐 가시를 세우고 준경(원지안)에겐 무심한 듯 헌신하는 남자, 석준(남태훈)이다. 삭발한 머리에 우락부락한 체격, 날 선 눈빛은 그 자체로 위압적이다. 그는 겨레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으며 위기로 몰아넣는다. 겨레를 좋아하는 준경과 맞닿기 위해서다. 등장만으로 긴장감을 더하던 석준은 후반부로 갈수록 준경에 대한 순정을 보여준다. 지난달 29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사옥에서 석준을 연기한 배우 남태훈을 만났다.

밝은 미소가 매력적인 서글서글한 인상. 직접 만난 남태훈에게선 석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이 다르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며 웃던 그는 “순한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80분짜리 오디션만 두 번을 거쳐 따낸 배역이다. 첫 오디션을 마친 뒤 ‘체격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연출부의 말에 일주일 동안 6㎏를 찌웠다. 작품을 준비하며 늘린 체중만 10㎏이란다. 여기에 날카로움을 더하기 위해 삭발까지 감행했다. 석준다운 외형을 갖추며 남태훈은 확신을 얻어갔다.

“대본을 본 순간부터 석준이를 무조건 하고 싶었어요. 자유연기, 즉흥극 등 많은 걸 보여주며 오디션에 최선을 다했어요. 신인인 만큼 첫 등장부터 강렬했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주문이 있었어요. 그래서 삭발도 하고 눈에도 잔뜩 힘을 줬어요. 타투 스티커도 잔뜩 붙여봤죠. 처음엔 조금 과한가 싶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만족스럽더라고요. 석준이는 제가 쟁취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하하.”

남태훈 “첫사랑 같은 ‘당소말’,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쿠키인터뷰]
배우 남태훈.   사진=박효상 기자

남태훈은 석준에게서 결핍을 읽었다. 석준은 준경에게 어긋난 방향으로 집착하는 인물이다. 사랑을 주는 법을 몰라서다. 준경은 석준의 부모가 저지른 방화로 가족을 잃었다. 모든 사실을 아는 석준은 준경에게 날것 그대로 감정을 보여준다. 기저에 깔린 건 죄책감이다. “숨겨도 티가 나는 연기를 하려 했어요. 풀려고 할수록 꼬여가는 관계를 그려내고 싶었죠.” 남태훈은 대본을 읽고 또 읽으며 캐릭터에 파고들었다. 고민할수록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건 그의 연기지론이다. 다년간 연극 무대에서 활약한 경험이 빛을 발했다. 주위 반응도 뜨거웠다. 매체로 진출한 뒤 단역을 맡던 그가 이름을 갖고 비중 있게 연기한 첫 작품이다. 대학 동기인 배우 지창욱과 15년 만에 호흡을 맞춘 것도 남다른 기억으로 남았다.

“제가 신인이고 경력이 적은 만큼 지창욱 배우에게 많은 배려를 받았어요. 15년 전 함께 단역으로 연극 무대에 섰거든요. 호흡이 더욱더 잘 맞았어요. 원지안 배우와는 같은 신인으로서 유대감이 컸죠. 서로 잘한다며 격려해주곤 했어요.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은 제 실질적인 데뷔작이에요. 첫사랑처럼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부모님이 ‘뚫어져라 보지 않아도 네가 보인다’며 좋아하실 땐 뭉클했어요. 효도한 기분이었거든요. 이런 애틋한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무대에서 배우와 연출부를 겸하며 여러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남태훈에게 가장 재미있는 건 역시나 연기다. 연기의 매력이 뭐냐고 묻자 얼굴에 곧장 미소가 피어올랐다. “연기만큼 저를 고민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게 없어요. 치열하게 고심한 만큼 매 장면을 완성할 때 쾌감이 더욱더 커요. 연기는 정말 즐거운 작업이에요.” 연기에 열렬히 애정을 쏟는 만큼 그는 무궁무진한 꿈을 꾼다.

“ 제 자신과 가장 맞닿은 캐릭터가 무엇일지 늘 생각해요. 하고 싶은 작품도 정말 많아요. 실존 인물도 연기해보고 싶고 로맨틱 코미디도 탐나고…. 늘 변하고 성장하는 배우를 꿈꿔요. 넓게 볼 줄 안다는 평가도 듣고 싶고요. 큰 포부는 없어요. 무탈하게 오래오래 연기하는 게 목표예요. 나이 들어서도 새로운 면이 보이는 배우가 될 거예요. 언제나 최선을 다할 테니까, 저를 쭉 지켜봐 주세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남태훈 “첫사랑 같은 ‘당소말’,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쿠키인터뷰]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