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관심은 총선...‘청년 문제’ 외면하는 정치권 [말로만 청년①]

대선 때 쏟아진 ‘청년 정책’...1년 후 ‘50만 취업난’ 여야 논평조차 ‘無’
‘청년 팔이’ 정쟁 수단 전락...“기득권 쥐고 생색내기만”

기사승인 2023-03-31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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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관심은 총선...‘청년 문제’ 외면하는 정치권 [말로만 청년①]
국회의사당.   사진=쿠키DB


청년 문제를 마주하는 정치권의 태도가 불과 1년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온 역량을 다해 우리 사회의 미래인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설 기세더니 선거가 끝나고 나니 뒷전이다. 특정 정치 세력에 한정된 게 아니라 모든 정치권에 해당하는 얘기다. 

불과 약 1년 전인 지난해 초에는 대선을 앞두고 청년들이 혹할 만한 각종 정책 제안들이 쏟아졌다. 청년층은 다른 세대에 비해 특정 정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기보다 각자 합리적 판단에 따라 표심을 결정하는 만큼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함이었다.

1년이 지난 현재 분위기는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주요한 정치 현안에 대해 집중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청년 문제는 뒷전이다. 현실적으로 정치권은 청년 문제만을 고민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한 달에 한 차례 이상은 청년 문제를 당 차원에서 고민할 만도 한데 여야 모두 청년 문제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여야 내 청년 조직들을 중심으로 물밑에서는 열심히 청년 정책을 개발하고 논의 중이지만, 당 지도부나 당 전체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일부 의원들은 본인들이 과거에 제시해놓은 청년 정책들도 최근에는 언급을 피하면서 총선 모드로 사실상 전환했다.

물론 정치권이 ‘청년’을 아예 잊고 있지는 않다. 그 누구보다 ‘청년 팔이’를 잘 활용하는 집단이 정치권이다. 기존의 고루한 것을 깨고 새롭고 신선한 정치를 표방하기 위해 ‘청년’이란 단어를 들먹이면서 청년층을 현혹하고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에서 ‘청년’이란 단어를 빼지 않고 사용 중이다. 정부의 현실성 없는 저출산 대책을 비롯해 민심 악화를 이유로 급격히 철회한 69시간 근로제 등을 비판하면서 ‘청년들이 고통받는다’는 식으로 언급하며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민주당이 청년 문제를 해결할 정책이나 제언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다. 불과 1년 전에 청년 문제를 잘 알고 해결책도 잘 만들어낼 수 있을 것처럼 공언한 모습과는 꽤 거리감이 있다.

국민의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사실상 청년 문제에서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한일 정상회담과 69시간제 도입 논란 등으로 2030세대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빠지자 부랴부랴 정책위원회 내 ‘청년부의장’직을 신설했다. 청년 몫의 직을 하나 부여한다고 그동안 관심이 없던 청년 정책이 만들어질지는 의문이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년 정책 관련 발언을 내놓기도 하지만, 거의 정무적인 발언이다.

지난 20일 청년층(15~29세) 50만명이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한 채 그냥 쉬었다는 청년 취업난의 문제를 알리는 각종 보도가 쏟아졌지만, 정치권은 이내 침묵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만이 이틀 뒤인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발언 중 언급했을 뿐, 이에 대한 당 차원의 논평조차 없었다. 

대신 여야는 정쟁 아니면 내년 총선에만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내 누가 권력을 가지고 공천권을 행사할지가 최고의 관심사다. 물론 공천이 확정되고 선거 모드로 돌입하면 다시 청년 공약이 쏟아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청년 문제를 정치권 전면에 자주 오르게 하면서 공론화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2012년부터 청년 아젠다를 꺼내면서 청년층을 공략하기 시작했는데 그간의 모습을 보면 기성세대가 기득권은 내려놓지 않으면서 청년들에게 생색만 내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젊은 당대표를 내쫓아가면서 자신들이 모든 것을 독점하려고 했던 이들에게 결국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젠더’ 이슈 등을 다루기 시작하면 ‘혐오’라는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기 일쑤인데 무엇을 바라겠냐”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2030 젊은 세대의 내년 총선 표심은 PC 논쟁에서 파생된 많은 주제에 대해 정당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갈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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