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있는 기사] “제가 정신 나갔습니까? ‘인분교수’ 같은 사람 변호하게!”

기사승인 2015-07-24 11: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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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대있는 기사] “제가 정신 나갔습니까? ‘인분교수’ 같은 사람 변호하게!”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 때로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 한 마디가 현재의 사회 현안을 관통합니다. 뻣뻣하고 장황한 논평보다 단 한마디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더 시원하게 해 주기도 하고, 후벼 파기도 합니다. 연재 ‘뼈대(뼈 있는 대사) 있는 기사’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현재까지 본 수 많은 사건·사고 중 가장 충격적입니다. 경기도 소재 K대 ‘인분교수’ 장모(52)씨 같은 사건을 21세기에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습니다.

장씨는 제자 A씨를 자신이 운영하는 학회 사무실에 취직시킨 후 사실상 감금한 채 상습적으로 폭행했고, 다른 제자들에게 A씨에 대한 ‘폭행 사주’를 하기도 했으며, 인분을 먹이는 엽기적 행각으로 ‘인분교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월급을 착취했고, 말도 안 되는 논리로 A씨를 1억원이 넘는 채무자로 만들어 협박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장씨는 경찰에 검거된 후 A씨에게 “3대 로펌 변호사를 선임했으니 잘 생각해봐라”라며 사실상 ‘협박’을 하며 합의를 종용했습니다. 그리고 어제(23일)였죠.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를 통해 장씨가 선임한 변호사가 최근 사임계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누구에게나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지만, 선임된 변호인이 무조건 끝까지 변호를 맡아야 한다는 의무는 없죠.

영화 ‘부당거래’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건달 두목 장석구(유해진 분)의 협박과 폭행, 곧 빼내주겠다는 회유에 자신이 아동 성폭행 및 살해범이라고 거짓 진술을 한 이동석(우정국 분)은 면회실에서 변호사(황병국 분·사진)를 만납니다.

자신이 ‘국선(國選)’이라고 밝히는 변호사의 말에 깜짝 놀란 이동석이 “잠깐만요, 국선이요?”라고 묻습니다. 장석구가 한 약속과 틀렸기 때문이죠.

국선변호사가 짜증스런 말투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국선이 아니면요? 제가 정신 나갔습니까? 당신 같은 사람 변호하게!”

성폭행범, 살인범도 변호하는 변호사(‘난 아무리 돈 많이 준다고 해도 성폭행범은 변호 안 한다’고 하는 변호사도 있긴 합니다)가 왜 장씨에 대한 변호를 포기해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사건이 알려진 지 불과 일주일 남짓 지난 시점에서 사임했다는 것에서 변호할 의욕이 없거나, 장씨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 줄 가능성이 도저히 없다고 보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만 할 뿐입니다. 그만큼 경악스러운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10년이 조금 안 되게 기자를 하며 여러 변호사들과 만나고 대화를 해 봤습니다. 그러다보니 법을 전공하진 않았어도 어떤 사건을 봤을 때 변호사가 펼칠 논리나 전략을 대강은 예상해 볼 수 있고, 실제로 대부분 비슷하게 맞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정말 아무 것도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장씨가 다른 사선 변호사를 구한다면 공판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꼭 지켜보고 싶습니다. 그 변호사가 대체 어떤 전략을 펼칠지 궁금해서요. 그나마 예상해 보는 게 ‘분노조절 장애’ 가능성 같은 거 거론하며 정신 감정 요청해보는 정도입니다.

아, 이어서 이런 장면도 나옵니다.

“그럴 리가 없다”고 하는 이동석에게 국선변호인이 이렇게 짜증을 냅니다.

“나 이렇게 국선해서 얼마 받는지 알아요? 고작 30만원 받아요, 30만원!”

장씨가 피해자 A씨를 ‘현대판 노예’로 부려먹으면서 (안 줄 때도 많았고) 준 월급이 30만원이었다고 하죠. 제자 월급 30만원 밖에 안 주더니, 변호사도 30만원만 받는 변호사 쓰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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