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포착] 우토로에서 온 편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답장

기사승인 2018-04-24 14: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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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이어진 우토로와 대통령의 인연, 이제 새 보금자리에서 행복하시길

지난 2월 초, 청와대에 파란색 선물상자가 도착했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상자 안에 들어있는 편지와 선물들은 멀리 일본의 우토로 마을 주민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것이다.

우토로(ウトロ地区)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에 강제징용된 이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이다. 당시 아주 어린 아이들까지 비행장 건설을 위한 강제 노동에 동원됐는데 약 1300여명의 조선인이 끌려갔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조선인들은 일본의 패전 후에도 상당수가 그곳에 남게 된다. 배 삯이 없어서, 살아갈 길이 막막해서, 여러 가지 이유로 귀국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전기도, 수도도 없는 판자집에서 조선인이라는 차별을 받으며 생존을 위협하는 토지명도소송과 일본 정부의 강제철거 위협에 시달리면서.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낸 우토로 주민들이 최근에 새 집을 갖게 됐다. 기나긴 싸움과 인내 끝에 일본정부가 마련한 공적주택에 입주하게 됐다.

우토로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다.

우토로 주민들이 일본 정부의 퇴거 압박에 몰려있던 2007년 말 ‘우토로국제대책회의’가 당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우토로 마을 조선인들의 어려움을 알게 된 참여정부는 2008년에 30억원을 우토로에 지원했고 그 지원금에 시민 모금액이 더해져 우토로 주민들이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땅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 번 맺어진 인연은 계속 이어져 2012년에 우토로 주민들이 감사패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당시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었던 대통령 또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던 우토로 주민들이 이제는 깨끗한 새 집에 입주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대통령께 보내왔다.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과 한국의 동포 여러분께.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 덕분에 저희 우토로 주민들은 강제철거 위기에서 벗어나 지금은 일본정부가 건설한 공적주택에 지난달 15일 부터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중략)
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참여정부가 저희를 위해 큰 결단을 내려주셨습니다. 저희들은 역사적 정의와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외쳐온 보람과 긍지를 느꼈습니다.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님의 결단은 우리에게도 조국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 우토로 주민회 회장 엄명부 님의 편지 중에서

반가운 소식과 함께 사진과 선물도 보내왔다. 새 집에 입주하게 되어 기뻐하는 주민들의 사진, 새 집의 열쇠를 들고 있는 주민들, 번듯한 새 집의 사진과 사진작가가 촬영한 우토로 사진집, 우토로에서의 삶을 기록한 책들이었다.

[순간 포착] 우토로에서 온 편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답장편지와 선물을 받아본 대통령도 답장을 보냈다. 대통령은 답장에서 우토로 주민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우토로가 평화와 인권을 배우는 역사의 산 교육장이 될 수 있도록 한국정부도 계속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적었다.

대통령이 우토로 주민들에게 보낸 편지는 4월 22일에 있었던 시영주택 입주 축하행사에서 낭독됐다. 대통령의 편지를 들은 주민들 사이에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주민들은 대통령의 답장에 감사하며 다가올 남북정상회담의 성공도 기원했다.

청와대는 “긴 시간 동안 낮선 땅에서 설움과 어려움을 이겨내며 살아온 우토로의 조선인들.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이제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라고 기원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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