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액션, 어디까지 가봤니…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쿡리뷰]

기사승인 2021-05-19 07: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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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액션, 어디까지 가봤니…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쿡리뷰]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스틸컷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어디든 ‘분노의 질주’ 무대가 될 수 있다.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감독 저스틴 린)는 시리즈 전작과 경쟁을 의식하듯, 이번에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자동차 액션을 선보인다. 자동차 여러 대가 합동으로 도로 위에서 작전을 펼치는가 하면, 강력한 자력을 이용한 신개념 액션으로 악당들을 무찌른다. 하다못해 공중을 달리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전화도 할 수 없는 곳에서 가족들과 조용히 시간을 보내던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가 다시 새로운 작전에 뛰어드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세계를 위협에 빠뜨릴 위험한 이들에 동생인 제이콥 토레토(존 시나)가 포함돼 있는 걸 알게 됐기 때문. 도미닉은 제이콥과 얘기를 나누던 중 32년 전 아버지가 사망한 자동차 사고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두 가지 서사가 동시에 전개된다. 하나는 시리즈의 빌런인 사이퍼(샤를리즈 테론)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지구의 무기를 컨트롤하려는 음모에 관한 이야기고, 또 하나는 도미닉과 제이콥 형제에 얽힌 오해에 관한 이야기다. 두 겹의 서사는 시리즈의 최대 강점인 카체이싱 액션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전자는 액션의 소재와 배경을 다양하게 하고, 후자는 액션의 감정을 짙게 한다. 도미닉은 엄청난 원한이나 강력한 분노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팀원들과 묵묵히 하는 그의 표정에선 말 못 할 아픔이 읽힌다. 통쾌한 액션이 가족의 정과 만날 때 나타나는 조화가 신선하다.

자동차 액션, 어디까지 가봤니…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쿡리뷰]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포스터

할리우드 대표 액션 영화답게 러닝타임 대부분이 액션 장면이다. 2시간20분 넘는 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건 어떻게든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내는 제작진의 의지다. 생각하는 건 무엇이든 이뤄진다는 걸 아는 것 사람처럼, 등장인물들은 어떤 과감한 시도도 겁내지 않는다. 덕분에 창의적인 액션이 연이어 펼쳐진다. 다음엔 어떤 장면으로 액션 장르 팬들을 만족시킬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후반부에 이르면 웃음과 감탄이 동시에 터질 장면들이 등장한다.

기상천외한 액션의 부작용도 있다. 지나치게 액션에 몰입한 나머지, 액션의 현실성이나 작전 준비 과정이 대부분 생각된다. 수십 명이 쏘는 총알을 크게 피할 생각이 없어도 상처 하나 입지 않는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큰 사고를 당해도 숨을 조금 헐떡이는 것으로 금방 회복된다. 영화 속 인물들도 영화라서 가능한 설정들을 밈처럼 인용한다. 자신들이 특별한 존재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인물들을 눈감아주는 약속이 이 시리즈를 감상할 관객들에게 필요하다. 그게 힘들면 영화 속 모든 장면이 허탈하고 황당할 가능성이 크다.

시리즈 20주년을 기념하는 아홉 번째 영화다.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 이후 8년 만에 저스틴 린 감독을 필두로 잠시 시리즈를 떠났던 인물들이 각자 사연을 갖고 돌아왔다. 북미보다 한 달 먼저,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했다.

19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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