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무한 부활 ‘아찔한밤·밤의전쟁’‥ 디지털 카르텔 남은 과제

기사승인 2021-07-18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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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성매매, 문제는 업주·건물주야
② 성매매, 문제는 구매자야
③ 성매매, 불법화·합법화 다 문제야
④ 무한 부활 ‘아찔한밤·밤의전쟁’‥ 디지털 카르텔 남은 과제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경기도를 중심으로 성매매 집결지 폐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의 처벌 여부, 이들이 받게되는 정부 지원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성매매피해자지원 현장 활동가들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놓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작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이들은 ▲성매매 피해자를 착취해 이윤을 취한 성매매 업주 ▲그런 업주에게 높은 임대료를 받으며 성매매 산업에 일조한 집결지 건물주 ▲모든 문제의 발단 성구매자이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둘러싼 진짜 쟁점을 여성인권 전문가들과 짚어봤다.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장, 김민영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 후스케 마우 독일 성매매피해자인권운동 단체 네트워크엘라(Netzwerk Ella) 설립자의 도움을 받았다.

④ 무한 부활 ‘아찔한밤·밤의전쟁’‥ 디지털 카르텔 남은 과제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디지털 공간이 골치 아픈 숙제로 남았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2019성매매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잔류한 성매매 업소는 2019년 기준 1570개로 파악됐다. 그러나 같은 해 폐쇄된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 사이트 ‘밤의전쟁’에는 폐쇄 직전까지 업소 2613개, 회원 70만명이 등록돼 있었다. 성매매 업소를 광고한 인터넷 사업자와 성매매 유인을 방치한 플랫폼 운영자들이 ‘가해자 카르텔’을 강화했다.

김민영 소장: 디지털 성매매의 몸통은 밤의전쟁처럼 업소를 광고하는 포털사이트들이다. 생소한 개념일 수 있는데, 부동산 거래 플랫폼의 운영방식과 유사하다. 부동산 매물의 사진과 정보가 거래 플랫폼에 올라오듯이 피해자들의 사진, 성구매자가 지불해야 할 금액, 성구매자들이 작성한 후기가 게시된다. 이런 사이트들의 운영자를 추적해 올라가면 총책이 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밤의전쟁 역시 ‘아찔한달리기’ ‘아찔한밤’ 등 여러개 사이트를 운영했다. 2019년도에 대표적인 15개 사이트를 조사했더니, 1일 방문자만 약 4만명, 등록 업소 8000개, 후기 게시글은 98만3000개로 확인됐다. 

◆성매매 알선 사이트는 오프라인 성매매보다 규모가 크고 조직적이지만, 검거와 처벌은 훨씬 어렵다. 사이트를 차단해도 해외서버를 활용해 곧 운영을 재개한다. 밤의전쟁 역시 폐쇄된 직후 ‘밤의 전쟁 season2’로 재등장했다. 회원가입시 본인인증 절차가 없고, 도박·불법약물 사이트와 연계 홍보된다. 성매매 가해자 단속에 대비한 정보공유와 법률컨설팅이 제공되는 사이트도 있다.

김민영 소장: 디지털 공간에서 성매매 알선에 가담한 이들은 굉장히 촘촘하게 분업을 하면서 돈을 번다. 알선 사이트는 등록 업소로부터 광고비를 받는다. 이들 사이에는 광고에 활용할 이미지를 전송해주면서 돈을 버는 이미지 호스팅 업체가 끼어있다. 알선 사이트는 불법도박 사이트와 성인웹툰, 강간약물, 불법촬영물 등을 판매하는 사이트와 연계 영업을 한다. 이런 사이트들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통용해, 회원들이 계속해서 더 많은 포인트를 충전하도록 부추긴다. 

성매매 사이트는 주기적으로 URL주소를 바꾼다. 바뀐 URL을 찾아낼 정도로 성구매에 적극적인 사람만 접속할 수 있다. 게다가 성매매 사이트와 업소끼리 성구매자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한다. 단속을 위해 구매자로 위장한 경찰의 예약을 충분히 거를 수 있다. 발전된 기술도 빠르게 활용하면서 수사기관을 따돌린다. 잘 알려진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자들도 이미 ‘디스코드’로 넘어갔고, 다크웹으로 숨어들었다. 성매매 사이트에서 벌어들인 돈은 비트코인이 되거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해외로 은닉된다. 사이트 운영자는 수사망이 좁혀오면 해외로 도피한다. 범죄수익 추징은커녕,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기도 버겁다.

어렵게 범죄자를 검거하더라도 법의 철퇴는 없다. ‘그런 광고 올린 적 없다’, ‘그 후기는 상상해서 작성한 가짜다’라는 업주와 성구매자의 거짓말이 쉽게 용인된다. 2018년 한해 동안 1심 유죄 판결된 성매매범죄 1337건 중 성매매 광고는 31명으로 1.7%에 불과했다. 형종은 집행유예(44.9%)와 벌금형(26.1%)이 전체의 71%를 차지했다. 집행유예·벌금 병과도 14%였다. 징역형은 11.8%로 가장 낮은 비율이다.

◆누구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메신저도 성매매 온상이 됐다. 디지털 공간에서 성적 유인을 경험한 위기청소년들이 지목한 유인 경로 상위 3개는 ▲카카오톡·페이스북메신저 등 인스턴트 메신저(28.1%) ▲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27.8%) ▲인터넷 게임(14.3%) 등이다.

김민영 소장: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세이클럽, 버디버디, 네이트온 등에서 디지털 성매매와 그루밍 성범죄가 넘쳐났다.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더욱 집요하고 호된 질문을 해야 한다. 당신의 기술이 이렇게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범죄를 방치해 이익을 봤는지, 시정의 의지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무엇인지. 이런 질문을 받은 플랫폼 사업자들은 다들 ‘몰랐다’며 결백을 주장한다. ‘웹하드 카르텔’의 총책 양진호도 그랬다. 

미국에서는 성매매 피해자나 사법부가 성매매 게시물을 유통한 사이트를 고소·기소할 수 있다. 2018년 '성매매업자조력 방지법(SESTA법)'이 미국 상원과 하원을 동시에 통과했다. SESTA법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성매매 알선이 이뤄지면, 이들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민사·형사상 책임을 묻는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법률이 없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의 자정 노력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디지털 성매매에 대응하기 위한 구심점부터 마련해야 한다. 현재 여성인권진흥원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대응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센터의 주 업무는 불법촬영·비동의 유포 영상물 삭제와 피해자 지원이다. 센터에 주어진 권한도 충분치 않다. 센터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특정 영상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뿐, 강제할 수 없다.

김민영 소장: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 젠더폭력 대응기구가 필요하다. 수사관, 현장전문가, 기술전문가, 모니터링 인력이 하나의 조직에 모여 플랫폼 변화와 이용 행태를 파악하고, 불법 영상물과 성매매 알선 게시글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이런 기구에서 생산한 정보는 수사기관과 성매매현장지원기관도 공유받아 활용할 수 있다. 피해자 중심의 사후 지원정책에 집중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표적인 해외 사례가 영국의 아동착취 및 온라인 보호센터(CEOP)다. 2003년에 영국에서 성범죄법이 개정되면서 출범한 조직이다. CEOP는 인터넷기업 전문가, 아동전문단체, 경찰 등이 참여한다. 아동 피해자에 집중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설립한 세계 최초의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응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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