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네가 아는 게 뭐냐” IT 노동자 죽음에도 갑질은 계속된다

기사승인 2021-09-23 13: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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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네가 아는 게 뭐냐” IT 노동자 죽음에도 갑질은 계속된다
직장 내 괴롭힘. 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IT 기업 내 갑질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직장 갑질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1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판교 IT 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IT갑질신고센터를 운영, 제보를 받았다.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한 달 동안 접수된 제보는 총 21건이다. 이중 폭언·모욕은 9건, 실적 압박 7건, 업무배제 등 기타 5건이다. 

폭언과 모욕 수준은 심각했다. 한 제보자는 “전직 후 업무에 투입되자마자 괴롭힘이 시작됐다”며 “상사는 ‘XX, 너 뭐 할 줄 아는 거 없냐. X같네. XX, 대답을 하라고’ 등의 폭언을 했다. 면담을 요청하자 저보고 이해하라며 상사를 두둔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부서장의 갑질로 힘들었다. 이 바닥에서는 실력이 인성이라며 ‘내 말이 무조건 정답이야. 난 틀린 적 없어’, ‘네가 무슨 사정이 있든 난 성과물로만 평가해’라며 소리를 질렀다”며 “괴롭힘으로 우울증에 걸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압박도 있었다. 사업기간이 2년인 프로젝트를 3개월 내에 종료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3개월 내에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저성과자라는 평가를 내렸다.  

업무배제와 따돌림 등도 예사다. 갑질 문제를 제기하면 투명인간 취급하거나 업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제보자는 “업무강도가 너무 높고 잦은 야근과 성과 압박에 시달렸다”며 “업무량 조정을 요청하자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경기 성남 네이버 사옥에서 노동자 A씨가 숨졌다. A씨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는 지난 15일 네이버, 카카오, 넥슨코리아, 넷마블,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엔씨소프트 등 주요 IT기업에 갑질문화 개선을 촉구했다. 

직장갑질 119는 “지난 2년 동안 ‘직장갑질’ 관련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된 곳은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업장이 대부분이었다”며 “죽어야만 특별근로감독을 나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터 벤처정신을 무기로 단시일 내 급성장한 주요 IT기업들은 ‘성과중심’과 ‘경쟁 지상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며 “IT기업들이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지금처럼 직장 내 갑질 문제를 방치한다면 노동자들의 고통이 심각해지는 것은 물론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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