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유민 “노래로 얻은 용기, 노래로 돌려주고 싶어”

기사승인 2021-10-19 06: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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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유민 “노래로 얻은 용기, 노래로 돌려주고 싶어”
힙합 가수 유민.   푸이.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아무도 없는 돌밭. 눈앞엔 타닥대며 몸을 태우는 장작 한 꾸러미. 붉은 머리를 가진 청년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한다. “일상은 언제나 숨이 막혀도 / 부담감에 너도 모르게 사로잡혀도 / 나무를 넣어줘, 우리가 타오를 수 있게” 감미로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힙합 가수 유민. 그는 “지친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한 곡을 만들고 싶었다”며 지난 6일 싱글 ‘캠프파이어’(Campfire)를 내놨다.

“후련함이 가장 커요.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머리가 복잡했거든요.” 최근 서울 합정동 푸이(phooey) 사무실에서 만난 유민은 이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스물두 살, 아직 앳된 티가 나는 얼굴이었다. 그는 지난 5월 EP ‘YM’을 발매한 이후 친구들과 캠핑을 떠났다가 신곡 ‘캠프파이어’를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불멍’(불을 피워놓고 멍하게 바라보기)하던 기억이 훈훈하게 남아서였을까. 유민은 이 곡에서 ‘우리가 함께인 이 순간을 잊지 말자’며 듣는 이를 다독인다.

싱글에 수록한 또 다른 곡 ‘스타즈 아 두잉’(Stars are doing)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코너 매튜스의 노래 ‘포에버 라잇 나우’(Forever Right now)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이 곡에 나오는 ‘스타즈 아 두잉’이라는 구절이 유민의 마음에 박혔다. 매튜스는 이 가사로 연인에게 사랑을 속삭였지만 유민은 달랐다. 그는 “‘저 별이 반짝이듯, 우리도 언젠가 빛날 거야’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면서 “후반 작업을 포함해 한 달 넘게 걸려 완성한 노래”라고 소개했다.

유민 "Stars are doing + Campfire" LIVE | Yumin
‘캠프파이어’와 ‘스타즈 아 두잉’을 잇는 단어는 ‘용기’. 유민은 “노래를 들으며 용기를 얻은 경험이 많다. 나도 노래를 통해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싱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음악엔 허세나 욕설은 없다. 대신 그는 “앞으로 계속 행복하자 얘들아”(‘스타’)라고 말하는 온기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끝에 나는 꿈을 꿔”(‘도어’)라는 희망으로 오선지를 채운다.

“‘숨’ 덕분이에요.” 유민은 말했다. 그는 2년 전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심정을 담아 ‘숨’이라는 제목을 붙여 노래를 냈다. “되는 일이 없었어요. 동료들은 바쁜데 나는 혼자 뭐하는 건지 모르겠고…. ‘다들 나와 비슷하겠지’라며 힘든 감정을 꾹 참고 만든 노래가 ‘숨’이었어요.” 청년의 고백은 사람들을 울렸다. 이 곡 라이브 영상이 올라온 유튜브 채널엔 ‘숨 쉬게 해줘서 고맙다’ ‘진심이 담긴 목소리가 주는 위안’ 등의 댓글이 달렸다. 유민은 “위로하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는 ‘숨’이 처음이었다”며 “그 후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쿠키인터뷰] 유민 “노래로 얻은 용기, 노래로 돌려주고 싶어”
유민.   푸이
부산에서 유년기를 보낸 유민은 18세에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 레코즈의 콘서트를 보고 뮤지션이 되기를 꿈꿨다. 친구 이름으로 장난치듯 가사를 쓰다가 자작곡까지 만들었다. 그는 부모님께 습작한 음악을 들려주며 뮤지션이 되겠노라 못을 박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노래를 왜 들려드렸는지 모르겠다”고 할 만큼 설익은 곡이었지만, 부모님은 그의 뜻을 존중해줬다. 1년 뒤, 고등학교 출석 일수를 채운 그는 홀로 상경해 음악에 몸을 담았다. 애쉬 아일랜드 등 힙합 크루 파블로 뮤직 동료들이 그와 함께였다.

첫 EP ‘라이크 어 스타’(Like a Star)가 발매된 2019년 8월5일은 여전히 생생하다. “정오에 음반이 나왔는데, 전날 밤부터 한숨도 못 잤던 기억이 나요.” 스스로를 향한 의심도 점점 희미해졌다. 소속사 없이 활동하느라 헤매고 부딪히면서도 유민은 “음악이 재밌다”는 생각만으로 견뎌왔다. 자극을 주고받는 파블로 뮤직 동료들과 자신을 믿고 지원해준 부모님도 그에겐 귀중한 존재다.

“신곡을 발표하는 일은 몇 번을 거듭해도 적응이 안 돼요. 여전히 떨리고 설레죠. 그러다가도 제 음악을 들은 사람들이 댓글이나 쪽지로 반응해주는 모습을 보면 무척 행복합니다. 장르가 어떻든 듣기 좋은 노래를 만드는 사람, 힘들 때 떠오르는 래퍼…. 저는 그런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