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오버가 만드는 가능성 [친절한 쿡기자]

기사승인 2022-05-18 06: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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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오버가 만드는 가능성 [친절한 쿡기자]
지난달 30일 방송을 시작한 KBS2 다이어트 예능 ‘빼고파’ 티저 이미지. KBS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여름을 앞두고 거울을 보니,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거든요. 홈 트레이닝부터 시작했습니다. 웬걸요.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과정은 힘들어도 운동을 마친 뒤 무한한 성취감이 느껴집니다. 달라지고 싶어 시작한 운동 덕분에 삶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실천 하나로 삶이 ‘메이크오버’된 것이지요.

메이크오버는 사람이나 장소의 모습을 개선하기 위해 하는 단장을 뜻합니다. 요점은 개선에 있습니다. 잘못한 것이나 부족한 것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 달라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극적입니다. 때문에 과거 방송에서는 메이크오버를 프로그램 소재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MBC ‘일밤-러브하우스’는 사연자의 집을 개조하고, tvN ‘Let 美人’(이하 렛미인) 시리즈는 외모로 인해 위축됐던 사연자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했습니다. 전자는 국민 예능으로 추앙받았고, 후자는 비판을 받으며 폐지됐습니다. 자신감이 외모에서 비롯된다는 편견을 조장하고, 비포 앤 애프터를 과도하게 부각한 점이 문제로 지적받았습니다.

‘렛미인’ 이후 뜸하던 메이크오버 포맷이 최근 다시 조명 받고 있습니다. 성격은 꽤 달라졌습니다. ‘아름다운 나’가 아닌, ‘건강한 나’로 방향을 돌렸거든요. 매주 수요일 네이버TV를 통해 공개 중인 웹 예능 ‘오늘부터 운동뚱’이 대표적입니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예능인 ‘오늘부터 운동뚱’은, 출연진의 건강 관리를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입니다. 기대 이상으로 뛰어난 운동 신경을 보여주는 코미디언 김민경의 활약상이 ‘오늘부터 운동뚱’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운동을 즐기는 그의 모습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연결됐습니다. 김민경은 최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모델로 발탁돼 ‘모두의 운동장’ 캠페인에 함께했습니다. “가능성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는 김민경의 내레이션은, 여러 시사점을 남깁니다.

메이크오버가 만드는 가능성 [친절한 쿡기자]
웹 예능 ‘오늘부터 운동뚱’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코미디언 김민경(위)과 KBS2 ‘빼고파’에서 다이어트로 가난했던 과거를 떨쳐냈다고 고백한 김신영. 코미디TV, 방송화면 캡처

최근 방영을 시작한 다이어트 예능도 이전과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지난달 30일 방송을 시작한 KBS2 ‘빼고파’는 다이어트 성공 후 13년째 유지 중인 김신영을 주축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입니다. ‘빼고파’에는 격한 운동이 없습니다. 체중, 재지 않습니다. 닭가슴살 위주의 무리한 식단이나 타이트한 운동 의상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빼고파’를 이끄는 김신영은 즐길 건 즐기면서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하는 걸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그는 방송에서 가난으로 인해 살이 찐 과거를 고백하며 다이어트로 트라우마를 지웠다고 고백합니다. 때문에 그는 날씬해지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감 회복을 위한 다이어트를 강조합니다. 마른 몸매를 선망하는 시선은 아쉽지만, 건강한 다이어트를 통해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유의미합니다. ‘렛미인’ 제작진이 만든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LG헬로비전·MBN ‘엄마는 예뻤다’는 건강 설루션에 집중합니다. 의학·패션·뷰티 전문가가 외모 메이크오버를 넘어, 스스로를 삶의 우선순위에서 배제했던 엄마들의 자신감 회복기를 함께합니다. 사연자의 이야기가 자극적으로 그려지는 점은 아쉬우나, 외모 변화에 국한되던 과거와 달리 사연자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는 내용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의 변화는 달라진 사회 분위기에 기인합니다.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획일적인 미(美)보다 본연의 아름다움에 집중하기 시작했거든요. 여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습니다. 건강한 메이크오버를 이뤄내고자 하는 움직임은 예능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었습니다. ‘빼고파’의 출연자들은 저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며 서로의 상처를 고백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 위로받으며 극복해나갑니다. 음식에 대한 유혹에 굴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변화를 실천하며 가능성을 발견하고, 더 나은 내일을 함께합니다. ‘엄마는 예뻤다’에는 메이크오버에 성공한 사연자들이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을 담아냅니다. 운동이나 다이어트가 삶 전체를 바꿀 수는 없어도, 삶을 대하는 자세는 얼마든지 바꿔준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스스로 주체가 돼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끌어가는 것. 변화의 시작은 또 다른 변화로 이어집니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또 다른 도전을 가능케 합니다. 삶을 바꾸는 힘은 작은 시도에서 비롯합니다. 가능성을 믿게 되는 것. 자기 자신을 믿는 힘이 생긴다는 것. 메이크오버가 선사하는 가장 큰 선물 아닐까요. 다시 물꼬를 튼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이 건강한 변화를 선도하길 기대해봅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